에필로그

작가의 말

by 유블리안

이야기의 마침표를 찍으며, 오랫동안 마음속에 머물렀던 바람의 자취를 더듬어 봅니다.


『조선의 바람이 머무는 동안』은 단순히 과거와 미래가 만나는 시간을 넘어, '마음'과 '기술'이 서로를 어떻게 보듬을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언어 중 가장 과학적이고 애민 정신이 깃든 한글을 만드신 위대한 분들이 지금 우리의 시대를 마주한다면 어떤 생각을 하실까. 그분들의 눈에 비친 2025년의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 하는 상상에서 이 이야기는 시작되었습니다.


소설 속 희성과 다온은 그 질문에 대한 저의 대답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600년의 시간을 건너, 기술의 본질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며 소통의 핵심은 언어가 아니라 진심이라는 것을 배워나갑니다. 장영실의 공학적 지혜와 성삼문의 인문학적 통찰이 현대 기술과 만나는 모습은, 우리가 결코 잃지 말아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상상해 본 결과물입니다.


마지막 에필로그를 통해 이 모든 것이 희성이 써 내려간 한 편의 소설임을 밝힌 이유는, 과거의 역사가 박물관에 갇힌 유물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 속에 생생히 숨 쉬고 있다는 믿음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쓰는 글자 하나하나에 세종의 마음이, 우리가 누리는 기술 곳곳에 장영실의 땀방울이, 우리가 나누는 대화의 근간에 성삼문의 고뇌가 여전히 바람처럼 머물고 있으니까요.


이 긴 여정을 함께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부디 여러분의 마음속에도 조선에서 불어온 따뜻한 바람 한 줄기가 오래도록 머물기를 소망합니다.


오늘도 우리는 글자를 통해 마음을 잇습니다. 그 소중한 연결의 순간을 기억하며.


2025년 가을,
유블리안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