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의定義

by 유야


행복을 정의하지 마라.

행복을 어떤 단어를 차용하여 표현하지 마라.

그저 어떤 것이든 쌀알만큼의 만족이 있다면 행복이라고 이름 붙여라.

10원부터 1경까지. 1초부터 영겁까지.

지금 이 삶부터 윤회에 윤회를 거듭해 어느 날 해탈이 찾아오는 그 순간까지.


행복이 꼭 같은 정도일 필요는 없다.

행복이 꼭 같은 강도일 필요도 없다.

행복이 꼭 어떠한 형식으로 드러나야 할 필요도 없으며,

행복이 꼭 어떠한 이유로 설명되어야만 성립할 것도 아니다.

행복이 반드시 '충분하다고 느낄 정도의' 만족과 기쁨, 충만함이어야 할 당위는 없다.


행복이 그러한 것이어야 한다는 의무는 없다.

나에게도, '행복'에게도.


나는 왜 행복해야 하는가? 나는 왜 불행해서는 안 되는가? 혹은 나는 왜 불행한가?

행복과 불행의 중간은 무엇인가? - 무감인가? 아무 것도 아닌 것인가? 무존재인가 인지불가능인가?

행복하면서 불행할 수는 있는가?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은 상태는 불가능한가?

'나는 행복하다'라는 말은 근거없는 최면이자 세뇌인가? 그렇다면 그에 '현혹되지 않는 것'은 합리적인가?

'당신은 살아있어서 행복하다'는 류의, 그 말을 인지할 수 있는 사람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며 포용적이고 일견 위선적인 '듣기 좋은 말'은 정말로 그저 '듣기 좋은 무책임'인가?

한순간의 행복은 행복이라고 불러도 되는 것인가? 5분의 행복과 5시간의 행복은 우위가 있는가?

기억에 남는 행복과 남지 않는 행복은 우열을 가릴 수 있는가? 기억에 남는 행복이 반드시 상위 행복인가?

'행복'과 '기억에 남는 행복'과 '지고한 행복'의 차이는 무엇인가?


이건 전혀 고등한 질문이 아니다.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숨을 쉬다 문득 떠올릴 만큼 진부하다.

의무교육과정의 교과서를 뒤지면 한 번쯤은 나올, 어린 인간에게도 던지는 질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곧 이 질문이 쉽다는 의미 또한 아니며

어쩌면 갓 태어났을 때 받은 질문으로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행복은 성숙한 인간에게도, 미성숙한 인간에게도 어렵다.

혹은 미성숙한 인간에게도 쉬이 물어볼 수 있을 만큼 간단하고 쉽다.


정답은 없을 것이다. 누구도 정답을 제시한 적은 없고 1+1=2처럼 떠받들어지는 '진리 같은 명제'도 없다.

그렇다고 아무 말이나 해도 된다기엔 사람들에게 '행복'은 그리 가까운 친구가 아니다.

'행복하세요?'라는 물음에 곧바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람들에겐 '내가 행복하다'고 말함에 '이유'가 없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므로.

이유 없는 행복, 반박당하는 행복, 의심받는 행복, 흔들리는 행복은 행복이 아니라고 생각하므로.


사람들은 '지금 행복하세요?'라는 질문을 받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

그 대답을 찾기 위해 적당한 단어를 찾아 '어……'라는 말로 시간을 끌거나

혹은 그 질문이, '행복'이라는 단어가 자신이 내밀하게 숨겨왔던 고통을 저격한 것처럼 무너져 울고 만다.


그러니 이 활자 덩어리가 행복의 증거인지, 불행의 증거인지를 구분하려 하지 마라.

이 활자 덩어리는 내가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도, 불행하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이 활자 덩어리는 행복하냐는 질문에 대답을 끄는 말줄임표일 수도, 무너진 고통일 수도 있겠고,

어쩌면 불행함으로써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일 수는 있겠으나, 그 또한 그다지 유효한 해석은 아닐 듯하다.


'행복'을 정의하는 것부터가 어려운 삶에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가'라는 질문은 얼마나 공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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