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남은 사무실

essay09

by 유연

여전히 추운 3월을 코앞에 둔 저녁, 모든 난방이 꺼진 사무실에 홀로 남아 글을 쓴다.

일을 하기 위한 자발적 당직이 아닌 조직의 필요에 의해서 하는 것이니 대기 중이라는 말이 맞겠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일이 발생할 수도,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옴짝달싹 못하는 현재 상황은 언제 해제될지 모른다.

언제쯤 적이 쳐들어올지는 최전방을 지키는 자가 기미를 느끼기 전까지는 전혀 모르는 오래전 전쟁의 상황이 이러했을까. 말발굽 소리에, 누군가의 기척에, 또 바람에 실려오는 그 어떤 냄새에, 새들의 움직임에, 불빛의 움직임에, 적들이 저 멀리서 쳐들어오고 있음을 감지했던 아주 오래전 전쟁터에 앉아 있는 두려운 마음마저 든다. 기술의 진보도, 정보통신의 발달도 현재 처한 상황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상대가 뭐라고 답을 해주기 전까지는.


암튼, 나는 지금 홀로 남아 있다.

해서 드는 생각인지, 아니면 오래전부터 들었던 생각이 이제야 조금 구체화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나는 오래전부터 홀로였다는 사실이다.

가끔은 카리스마가 있다는 말이 위안이 된 적도 있지만, 홀로 고민했고 홀로 결론 내렸고 홀로 애타했던 터라 늘 허전했던 것 같다.

동료들이 있었던 신참 시절에는 조금 덜 했던 것 같긴 하지만, 그리 친절하지 못한 사람들과 어울려 일했던 기억이 많았던 나로서는 경쟁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겉으로는 웃어도 속으로는 칼을 가는 그런 형국이었다고나 할까.

그나마 한 다리 건너 이웃에서 일하는 이들과 연대해 공부모임도 만들고 하면서 위안을 받곤 했지만 것도 그때뿐이었지 내 공간으로 오면 늘 외로웠다.


팔자소관인지, 내 부족함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나이가 꽤 든 요즘은 더욱더 혼자라는 느낌인데,

오래전 사무실에 자기 방을 갖게 된 선배들이 '나이 들어봐 더 외로워져'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우연히 눈에 띈 '권위'라는 단어를 보면서 든 생각인데, 내가 보니깐 일종의 권위병 같은 게 있는 것 같다.

남이 나를 따르길, 별다른 잔소리 하지 않아도, 또 이래라 저래가 시시콜콜 말하지 않아도 적당히 나의 말을 알아듣고 따라주길 바라는, 즉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길 바라는 그런 자세와 태도 말이다.


내가 남았는데 누구라도 저도 남을까요?라고 물어봐주길 원했던 걸까. 그렇다고 남으라고 하지는 않을 텐데. 누구 하나 남는다는 말없이 쌩하니 퇴근을 해버리는 모습을 보고 섭섭했던 건가.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나의 이런 마음은 전해지는 법이다. 편치 않은 기운을 전했을지 모른다.

권위는 있되, 권위적이지는 않다고 스스로를 생각하지만, 자만했던 것 같다.

하긴, 내가 아무리 그래도 아직 직장생활 10년이 채 안된,

내지는 2-3년 차들과 똑같이 보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냥 세월이 가져다준, 짊어져야 할 나의 짐이라 생각하고

다만 앞으로는 그런 마음조차 갖지 말자고 생각하며

슬슬 퇴근을 준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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