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06
‘전문가’라는 말을 다시 한 번 들여다봤다. 사전에 ‘어떤 분야를 연구하거나 그 일에 종사하여 그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이라고 되어 있다. 영어로는 프로페셔널이고 탁월한 전문가는 권위자라고 부른다.
자기PR 시대니 자신을 대놓고 전문가라고 자랑하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명함에 부제를 다는 방식으로 자신을 전문가로 각인시키고자 애쓰는 사람도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런 사람에 대해 묘한 경계심이 작동하는 건 내공이 변변치 않다는 걸 직감하고 경험으로 터득했기 때문일 터다.
전문가는 스스로가 인정하는 것이 아닌 주변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이라는 점에서 볼 때, 인정해주지 않으니 저렇게라도 하는 건가 싶어 짠해지기도 한다.
지식, 경험, 문제해결능력의 3요소가 적절히 어우러질 때 비로소 전문가라 칭할 수 있다고들 많은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석사니 박사니 하는 타이틀을 많이 달고 있어도 터득한 경험이 빈약하고 문제 해결 능력마저 부족하다면 그냥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일 뿐, 무용지물일 경우가 허다하다. 거꾸로 타이틀이 없어 자신이 가진 능력보다는 하향 평가되거나 콤플렉스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며칠 전 별로 잘 알지 못하지만 몇 번 회의에서 만난, 얼굴 꽤나 알려진 어떤 사람이 쏟아내는 말을 들으며, 표정을 관리하느라 괴로웠던 경험이 있다.
주변에서 자기를 찾는 사람이 너무 많고 조직에서 주어진 일이 많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며 대단히 죄송하다고 운을 뗐지만 실상은 나는 몸값이 제법 나가는 전문가니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는 인정욕구를 드러내고 있었다. 30년간 연구를 한 사람이니 그럴 법도 하겠지만 안타까운 점은 실제로는 그를 찾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는 점과 대부분 자신이 관리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먼저 나서서 약속을 잡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점이었다.
(그날도 그는 그 자리에서 여러 명과 본인이 나서서 약속을 잡았는데, 영양가 없다고 판단했는지 내게는 말조차 걸지 않았다)
자신을 포장하고 그럴싸한 말로 상대를 넘어서려는 이들이 넘쳐난다. 00출신, 00박사라는 겉으로 드러나는 타이틀이 그 사람의 내공의 깊이를 가리키는 세상이기도 하다.
미국의 심리학자 앤더슨 에릭슨이 말한 1만 시간(매일 3시간씩 훈련할 경우 약 10년을 투자해야 전문가가 된다) 법칙에 동의하지만 물리적 시간의 투입이나 경험이 많다고 해서 전문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전문가란 축적된 지식을 통한 어떤 행위, 또 그 행위에 대한 반성과 성찰, 그리고 성찰적 실천이라는 일련의 연속적인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Schon, 1983).
자신의 주장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인정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프로페셔널이라고 할 수 없듯 자신이 갖고 있는 경험이나 지식, 문제해결 능력보다 과장해 자신을 포장하는 것 역시 진정한 프로와는 거리가 멀다. 겪어봐야 안다는 말은 전문가를 감별하는 데에도 예외가 아니다. 매스컴에 나와 입바른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실상은 자신의 PR에 급급한 이들일 수도 있다는 점을 우리는 너무 쉽게 간과하곤 한다.
고졸출신으로 승진에는 한계가 있지만 현안을 꿰뚫고 풍부한 지식과 많은 업적을 자랑하던 은퇴한 한 지방공무원 어르신이 떠오른다. 그 흔한 명함 한 장 없이 이름 세 글자로 자신을 소개했다. 자기PR 없이도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경험과 지식으로 주변에서 인정한 프로 중에 프로임에 틀림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