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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딱좋은나 Sep 14. 2023

건축도장기능사 도전의 이유 5

별 걸 다 하는 중입니다

●그가 꿈꾸는 미래를 위하여●               


어느 날 남편이 실내 건축 면허가 갖고 싶다고 했다.      

(가져야겠다가 아니라 가지고 싶다 한 걸 보면 그는 역시나 나를 어떻게 들쑤셔야하는지 잘 아는 사람이다.)

         

실내건축면허 없이 일을 하다 보니 일이 불편한 것은 없는데, 마음이 불편한 일이 가끔 생긴단다.     

     

면허를 가진 인테리어 업체가 면허 없는 업체를 날튀기나 해 먹는 사기꾼으로 매도할 때 특히 그렇단다.              

      

인테리어 업체와 고객을 매칭시켜주는 다양한 중개업체가 있다.     


고객은 무료로 견적을 요청하고 업체를 만날 수 있지만 업체는 돈을 내야만 고객에게 견적이라도 보낼 수 있다.     


그러나 인테리어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중개업체에서는 고객과 업체의 계약 그 어떤 것에도 관여를 하지 않는다.   

(관여  수가 없고 상관 하면 안되는 시스템이긴 하다.)

       

컨택부터 계약, 시공까지 모두 업체와 고객이 서로 선택을 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꼭 문제가 터진다.


다른 직종이나 업종도 마찬가지겠지만, 미꾸라지 몇 마리가 물을 꼭 흐린다.          


분명 인테리어 업체 중에서도 멀쩡하게 운영되는 곳이 대다수인데, 꼭 소수가 문제를 일으킨다.    

           

상업공간 인테리어를 하는 남편은 실내건축 면허 그게 뭐라고,  함께 싸 잡혀 사기꾼 취급을 받는 것 같아 싫다고 했다.     


직접적으로 그런 적이 있는 건 아니지만 중개 어플에 달린 댓글들이나, "면허 있는 업체만 연락 주세요" 하는 고객을 볼 때 속이 상하고 부적격자가 된 것 같단다.

                        



그 말을 듣는 내가 다 속이 상한다.


내가 누구인가?     

온 우주가 돕는 자이자 무한 긍정의 한국판 캔디! 를 능가하는 뒷바라지의 아이콘이 아닌가.     


남편이 하고 싶다는 건 다 해주는 내 버릇을 이혼했다고 개나 줬을 리 없다!           

    

그래서 또 직접 찾아봤다.     

그까짓 실내건축 면허가 뭐냐고.    

           




어라? 별 거 없는데?

우리도 충분히 가능할 거 같은데?!     



실내건축면허를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자격증 두 개와 예치금으로 사용할 돈뿐이다.   

            

오케이!!!! 접수했어!!!!!                 


그렇게 실내건축면허 취득을 위한 장기 프로젝트가 올 봄에 시작되었다.     


따지고보니 주특기가 스케치업과 랜더링이다뿐 캐드도면도 남들보다 잘 치는 남편이야 무어든 할 수 있는 능력자다.    

 

손도면도 가능하고 캐드도 가능하니 어떤 자격증을 준비하더라도 쉬이 취득 가능하다.    

           

문제는 바지사장인 나다.      


과연 내가 취득할 수 있는 자격증이 어떤 것이 있겠나 찾아보았다.       

        

처음엔 만만한 게 도배이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도배를 하기엔 짧은 팔다리의 내 몸이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이미 국비 무료 지원 대상도 아니지만, 내 일을 하고 있기에 교육받으러 다닐 시간을 낼 수가 없다.     


교육학원이 집에서 거리도 멀거니와

시간을 내서 장시간 교육을 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내겐 어려울 것 같아서 도배는 패스했다.    

           

그러다 가장 쉽게 딸 수 있겠다 싶은 건축도장 기능사에 도전하기로 했다.     

          

★ 건축도장기능사의 장점 ★      
-. 필기시험이 없이 실기시험 한 번이면 된다.
-.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쉽게 취득할 수 있는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은 시험이다.
-. 한 번 취득하면 죽을 때까지 쓸 수 있다.
-. 보수 교육이 따로 없다.
-. 회사나 단체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도 있지만, 해외 취업비자에도 유리하다.
   (그래서 요즘 젊은 사람들이 많이 취득한단다.)
-. 따두면 언제 써먹더라도 써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명색이 내 이름으로 된 사업자인데! 내가 대표인데!      

나도 자격증 하나쯤은 따서 보탬이 되어야지!"    

           

표면적인 내 말 안에는 남편에 대한 사랑이 담뿍 들어있다.    

           

나와 이혼한 당신이지만 여전히 당신을 사랑하는 나는 당신이 원하는 모든 걸 다 하게 해주고 싶다.     


내가 해줄 수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기꺼이!     


별을 따 달라는 것도 아니고,  달을 따달라는 것도 아닌데. 그게 무어라고 못해줄까.               


그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올 한 해 시험만 세 번을 봤다.     

타임오버로 실격

그라데이션 규격미스로 또 실격.

마지막엔 이번에 안되면 다시 학원간다는 생각으로 연습도 한번 않고 응시했다.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네 번을 봐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두려움보다 더 큰 사랑의 힘이 내겐 있다.        

세번에 안되면 네번에 하겠다, 올해가 안되면 내년까지 하겠다.

그렇게 맘을 먹었고 그렇게 나는 오늘 합격의 영광을 얻었다.



드디어 나는 건축도장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하지만  나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실내 건축 면허를 따는 그날까지

사랑으로 가득찬 나의 도전은 몇번이고 무엇이고 계속될 것이다.       





한 줄 결론 :


나는 아무 상관도 연관도 없는 자격증을 (전) 남편 놈 인지 미래의 남편인지 때문에 따려 하는 사랑꾼입니다.

내 사랑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나는 건축도장기능사 자격증을 따야만 했고 끝끝내 땄습니다!


전남편과 재혼할 그날을 기다리며 더 높은 고지를 이제 꿈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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