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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망은 삼 형제, 현실은 삼 남매

낳은 김에 키웁니다 1

by 딱좋은나

천방지축 말괄량이 개딸의 표본 두 딸과 브라키오만큼 자라고 싶은 쪼꼬미 아들. 우리 집에는 애가 셋, 삼 남매가 살고 있다.


어쩌다 보니 애가 셋이 된 나를 보며 남들은 기특한 애국자라 한다. 하지만 사실 나는 이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애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단지 남편을 너무 좋아해서 애가 계속 생겼을 뿐.





자고 나니 애가 생겼어요.

아니 이 무슨 순진한 소리?


하고 나니 애가 생겼어요.

그것도 정확한 말은 아니지!


싸고 나니 애가 생겼어요.

딩동댕! 딩동댕!

바로 이 말이 정답이다.


우리 부부는 싼 만큼 자식을 얻었다.

(좀 저질스런 표현이지만 이보다 더 명확한 말이 없다.)




왜 애들은 나만 보면 울까?


애가 셋인 지금도 조카 녀석은 나만 보면 운다. 고모 말고 고모부만 찾는다. 안으려고 손이라도 뻗으면 내가 때렸나 싶을 정도로 목청을 키워 운다.


맏아들 아빠랑 막내인 삼촌은 띠동갑이다. 삼촌이 장가를 늦게 가는 바람에 사촌 녀석들은 내가 중고등학생일 때 태어났다. 서로 다른 지역에 거주하다 보니 명절이나 제사 때마다 우리 집에 와야 얼굴을 볼 수 있어 낯선 건 이해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 녀석들이 나만 보면 일단 운다는 것이다.


"언니가 무섭나~?!"

"와? 누나가 또 무섭게 하드나?"


새색시의 수줍음은 어디 가고 작은엄마는 아기새를 지키는 어미새 마냥 날을 세워 나를 본다. 억울한 게 난 아무 짓도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이 녀석들이 쌍으로 운다는 거다.


나중에 이 녀석들이 좀 자라 이제는 나를 봐도 울지 않게 될 즈음에 물어보니, 그냥 나는 이유 없이 쳐다만 봐도 무서운 사람이었다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하나도 안 무섭다 했는데 이걸 좋아해야 할지 싫어해야 할지.


아무튼 사촌동생들의 대답은 어이가 없었지만 나만 보면 우는 애가 한 둘이 아니다 보니 그냥 수긍했다. 애들 눈엔 내가 도깨비처럼 몬스터처럼 보이나 보다 하고.


가뜩이나 애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더 안 좋아졌다. 남의 아이가 예쁘다 생각한 적도 없고, 애를 보며 내 애를 낳고 싶다 생각한 적도 없다. 인류애도 박애심이 넘치는 것도 아닌 성정이고, 우는 건 친구라도 달래주기에 서툴러 다 울 때까지 그냥 두는 무심한 사람이 나다.




존재만으로 애들을 울리는 나라도, 동생 친구들은 제법 나를 잘 따라주었다. 동네누나처럼 친절하지 않은 친구누나지만 동생친구들은 누나 대접을 참 잘해주었다.

(물론 예의 없이 굴면 남의 집 귀한 아들놈들 등짝을 때려서라도 기강을 잡곤 했었다. 걔들이 힘이 없어 맞나 덩치가 작아 맞나, 브라봉의 누나니까 맞아줬지. 다 안다.)


울어대는 애는 싫지만 동생 놈들은 좋았다.


급하게 무슨 일이라도 난 것처럼 부르면 부리나케 내 방으로 뛰어온 동생에게 전등을 끄라고 시켜도 "아이씨" 한 마디만 하고 시키는 대로 다 해주는 동생덕에 편한 것도 좋았다.


말 잘 듣고 착한 내 동생과 친하게 잘 지내는 삼총사를 보며, 아들 셋을 낳으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때부터 나의 로망은 아들 셋이었다.


든든한 큰아들, 유순한 첫째는 키도 덩치도 컸으면 좋겠다.

시크한 둘째 아들, 좀 차갑고 못돼도 츤데레에 똑똑하면 좋겠다.

귀여운 막내아들, 딸일까 싶을 정도로 이쁜 얼굴에 애교쟁이면 좋겠다. 여자 여럿 울릴 수 있을 정도로.




나는 이렇게 나의 바람을 구체화시킬 수 있을 정도로 아들 셋을 갖고 싶었었다!! 원하니까 아들 셋이야 가질 수 있을 줄 알았다!!




나는 지금 못 되고 시크한 츤데레 첫째 딸, 정 많고 재주 많은데 얼굴도 예쁜 둘째 딸, 작아서 귀여운 애교쟁이 막내아들을 키우는 삼 남매의 엄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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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결혼을 해냈던 첫날밤 아닌 첫날밤에 우리는 승리의 축포를 터뜨렸고, 이는 곧 허니문 베이비로 찾아왔다.


남편이 무단 외박을 했던 날,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확인사살을 했다. 아빠의 결백을 증명이라도 해주 듯 둘째가 찾아왔다.


남동생의 결혼식이 있은 직후, 집으로 돌아온 우리 부부는 둘이 떠나는 신혼여행을 많이도 부러워했다. 그리고 우리가 신혼여행에서 했던 실수 아닌 실수를 생각 없이 해버렸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임을 몸소 보여준 미련한 사람들.





그리하여 우리 집에는 아이가 셋, 삼 남매가 살게 되었다.

생긴 김에 낳고, 낳은 김에 키우는 엄마와, 어쩌다 보니 우리 집에 태어난 아이들의 육아 기록. 개봉 박두!

개딸 둘, 브라키 아들 하나 ; 삼남매가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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