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칭찬이 왜 이렇게 어색할까

부모의 겸손이라는 이름의 방어기제

by 해사

“아이가 글을 정말 잘 써요.”

“잘 쓰긴요… 집에선 엄마 말귀도 못 알아들어요.”


“와, 진짜 잘생겼다! 배우 해도 되겠어요.”
“머리가 저렇게 커서 안 돼요, 안 돼.”


칭찬 한 마디에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부정버튼
이쯤 되면 묻고 싶어진다.
왜 엄마들은 자식 칭찬을 못 견디는 걸까?


그런 대화를 들을 때면 나도 모르게 생각하게 된다.

나 역시 아이 셋을 키우고, 엄마들과 이런 얘기를 자주 하니까 말이다.
자주 듣게 되는 대화 패턴 하나는,

칭찬 → 자동 부정.
들을 때마다 놀랍다. 왜 이렇게 똑같지?

그리고 나도, 딱 그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생각을 정리해봤다.
왜 우리는, 자식 칭찬을 있는 그대로 못 받아들일까?


1. 민망함과 겸손함의 콜라보

한국 사회에서 자식 칭찬은 곧 부모 자랑으로 해석되기 쉽다.
“감사해요~” 하면 어딘가 어색하고, 내가 잘난 척하는 것 같고.
그래서 습관처럼 “아니에요, 문제 많아요~”로 반사 응답을 하는 것 아닐까?


2. 어쩔 수 없는 비교의 늪

같은 또래의 아이들을 키우는지라 부지불식간에 비교하게 된다.
칭찬을 들으면 갑자기 속이 뒤숭숭하다.
‘우리 애는 그 정도는 아닌데…’
‘진심일까?’
마음에 작은 스크래치가 생기고, 방어기제가 작동한다.
“우리 애도 별 수 없어요”로 스스로를 보호.


3. “이게 맞나?” 부모로서의 불안감

애를 키우는 건 늘 시험 보는 기분이다.
‘이게 맞나?’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이 불안이 늘 마음 한켠에 있다.
그래서 누가 칭찬을 해주면, ‘내 부족함이 들킬까 봐’ 괜히 움찔한다.


4. 진짜 화가 난다. 찐으로.


솔직히 말하면, 칭찬은 고맙지만 당장 오늘 아침에도 양말 하나 가지고 15분 씨름한 그 장면이 떠오른다.

그럼 얘기가 달라지고 바로 말이 튀어나온다.
“몰라서 그래요. 얘가 얼마나 말을 안 듣는데요~”



나도 그런 엄마 중 하나다.

생각해보면, 우리 엄마도 그랬다.
친척들 앞에서, 친구들 앞에서
“얘가 얼마나 게으른지 몰라요~”
“책상에 한 시간 앉아 있어도 펜을 안 들어요~”

내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마음은 숨고 싶었던 기억이 있다.

칭찬보다도, 그 ‘민망한 디스’가 오래 남았다.


내 아이도, 나와는 다른 사람이다.
하물며 타인에겐 조심하면서,
가장 소중한 아이 앞에서 습관처럼 깎아내리는 건
그 어떤 예의보다 우선으로 돌아봐야 할 문제다.


그래서 이제 칭찬을 들으면,
“감사해요~ 걔가 요즘 좀 물 올랐어요!”
라고 말해보기로 했다.


아, 정말 어색하고 민망하다. 하지만 누구 하나 기분 나쁜 사람 없고,
아이도 듣고 흐뭇하고, 내 기분도 덩달아 좋아진다.


완벽한 부모는 없지만, 이런 연습 정도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오늘부터 연습하자.
칭찬 들으면 살짝 웃으며
“저도 요즘엔 가끔 감탄해요.”


ㅋㅋㅋㅋ 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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