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의 자잘한 바쁨에 대하여
정신없는 아침이었다.
일어나라고 백 번쯤 말했을 때였나? 아이들이 부시시 눈을 떴다.
다행히 내가 폭발하기 전에 일어나긴 했다.
막 일어나 까치집을 한 머리에 눈을 반쯤 뜬 아이들이 너무 귀여워서,
꼭 안고 엉덩이를 토닥여줬다.
하지만 자고로 아침이란, 햇살이 눈부시고 사랑이 샘솟는다면
지각이거나 뭔가 잘못됐다는 뜻이다.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준비하라고 다그쳤다.
비가 올 것 같아 우산 꼭 챙기라고 소리치면서 막내 옷을 입혔다.
유치원 차를 놓치면 정말 낭패이기 때문에, 혼신의 힘을 다해 뛰었다.
쎄입—
창밖에서 아이에게 하트를 날리며,
떠나가는 차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돌아와 보니 큰 아이들은 학교에 간 뒤였다.
하... 우산 안 가져갔네. 어후 진짜.
집은 뭐, 말해 뭐하나. 엉망진창.
불은 다 켜져 있고, 양말 장은 열려 있고,
벗어놓은 옷가지들은 여전히 나뒹군다.
며칠째 ‘언제 치우나 보자’ 하고 그냥 뒀던 거실 한구석 양말.
결국 이번에도 못 참고 주운 사람은 나였다.
주방에는 아침 먹은 흔적이 가득했다.
집안 물건들을 하나하나 제자리로 돌려보낸다.
청소기도 밀고, 식탁도 치우고, 빨래도 돌리고.
설거지를 하면서 또 저녁 메뉴를 고민한다.
창밖을 보니 비가 쏟아진다.
...그러게 우산 챙기라니까.
예정에 없던 하교길 마중을 나가게 생겼다.
집안일을 마무리하고 커피 한 잔에 어제 사둔 바게트를 먹었다.
조용한 집에 앉아 있으니
머릿속도 같이 조용해지는 기분이다.
뭐 했다고 벌써 아이들 끝날 시간이다.
우산을 챙겨 서둘러 나가본다.
모처럼 엄마가 왔다고 기분 좋아하는 아이를 보니,
뿌듯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재잘재잘 말하던 아이가
가만히 나를 쳐다보더니 묻는다.
“근데 엄마는, 우리 학교 가면 집에서 뭐해?”
“야! 엄마가 얼마나 바쁜데!! 이것저것... 했지!”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졌다.
방금 전까지 그렇게 바빴던 사람치고는,
떠오르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게. 나 분명 바빴는데... 뭐 했지?
집에 돌아와 아이 간식을 챙기며 생각해봤다.
물론 이것저것 했지.
집도 치우고, 또 치우고, 또 치웠다.
아, 간식도 챙겼고, 저녁 고민도 했고.
왜 이렇게 자잘한 바쁨만 가득한 걸까.
누가 “바빠?” 하고 물으면,
“그냥 집에 있었지” 하게 되는 그런 일들.
그럴듯한 일은 하나도 없지만,
하지 않으면 이 집은 이틀 만에 돼지우리가 될 건 불 보듯 뻔하다.
하... 이것들, 고마운 줄도 모르고.
어쩌면 가족의 일상은,
이 자잘하고 말하기 민망한 바쁨 위에
살포시 올라앉아 흘러가는 거다.
그렇게 무심하게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오늘 하루도 굴러간다.
가족들을 위한 이 자잘한 바쁨도 소중하다.
하지만, 그 사이사이에
나를 위한 시간도 꼭 넣어야겠다.
가족이 조금 덜 편리하더라도,
그 시간 속에서 내가 나로 돌아온다면,
아이들은 오히려 그걸 더 자랑스러워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엄마 뭐하냐고?”
“집을 집답게 만들지.
그리고, 엄마는 글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