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한 세상, 유연한 시선

AI시대에 살아남기

by 해사

AI 시대란다.

이 말, 하루에도 열두 번쯤은 듣는 것 같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해답을 외친다.
누군가는 새로운 지식을 쌓으라 하고, 또 누군가는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라고 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불안함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 이제 집안일에서 해방되는 거 아니야?
설거지, 청소, 빨래 이런 건 이제 AI가 대신해 주겠구나.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AI는 고상하게 내 얼굴을 유명작가의 그림처럼 바꿔주며 그림이나 그리고 있고,
설거지는 여전히 내 몫이 아닌가!

예상이 완전히 어긋났다.
가사노동은 그대로인데, 창의력은 AI에게 잠식당하는 중이다.

한때 영화 Her 속 주인공이 참 과장된 캐릭터 같았는데,
요즘엔 뉴스보다 그 영화가 더 현실처럼 느껴진다.

미래는 안개처럼 뿌옇고, 마음속엔 점점 불안이 커졌다.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이 꼬리를 문다.

'나는 뭘 해야 하지?'
'아이는 어떤 세상에서 살아가게 될까?'


뜻밖의 탈출구는 바로 다름 아닌, 글쓰기였다.

처음엔 그냥 메모장에 일기를 끄적이는 수준이었다.

나만 보는 글, 나만을 위한 기록.
하지만 브런치에 글을 올리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댓글 하나, 라이킷 하나에 신경이 쓰였다.

독자가 읽을만한 글을 써야겠구나.


그 생각을 하면서부터였을 거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을 넘어, 일상을 기획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화요일과 금요일에는 GPT와 대화를 나누는 요즘 사람들을 통해 대화란 무엇인가를 연재하고,
월요일과 수요일에는 문과식 상상력을 펼치는 책을 연재하기로 했다.

계획적으로 글을 쓰며 하루를 설계하게 되었고, 하루를 설계하니 삶이 바뀌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시 세상엔 쉬운 게 없다.

예상과는 다르게, 글이 도통 안 써질 때도 있고,

스스로 잘 쓴 글이라 야침 차게 올렸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을 때도 많았다.

그러면서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는데,

결국 필요한 건 유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 AI시대에도 마찬가지다.
빠르게 바뀌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보다,
유연한 시선을 갖고 변화를 맞이할 수 있어야겠구나.


AI에 끌려가지도, 변화에 굳어 있지도 않으면서
내 감각과 나 다움을 지켜내는 것.

그래서 내 필명은 ‘유연한 시선’, 줄여서 유연선이다.

어쩌면, 좌우명일지도 모르겠다.


앞으로도 세상은 요란하게 흔들릴 것이다.
예측은 빗나갈 거고, 기술은 더 빠르게 진화하겠지.
때로는 기회는 쏟아지고, 혼란은 늘 여전할 거다.


그 속에서 내가 할 일은 명확하다.
그저, 글을 쓰는 일.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
인간성을 잃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언젠가 진짜 작가라는 이름으로 서기 위해.


설거지는 여전히 내 몫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위안이 된다.
접시를 닦으며 문장을 떠올리고, 거품 사이로 이야기를 구상하는 달라진 내가 있으니까.

나는 계속 쓸 것이다.
오늘도 브런치와 함께,
그리고 언젠가는 작가의 꿈을 꾸는 유연선답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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