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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쓰 Jan 17. 2021

우리는 늘 모르니까

항상 그때의 우리를 응원하는 마음, <너의 결혼식>


#너의결혼식 #그래도우리는

우리는 어떤 대단한 것일 수밖에 없다며 그것에 한치의 의심도 하지 않던 날이 있었다. 어느덧 나는 당신의 무용지물이라도 되고 싶은 하루를 산다. 너와 만났던, 사랑을 나누고 사랑에 대해 정의 내렸던 순간을 기억한다. 이제 우리 그만해야 할까. 이게 사랑일 수 있을까. 더 해봐야 아는 거라면. 이것마저도 사랑일 수 있는데. 이러면 우린 뭐가 되는 거지. 우린 늘 지독한 통보와 다정한 만류로 맞섰다. 주로 나는 다정한 쪽이었고 너는 그러지 않았어서 서로를 할퀴기도 했지만 우리는 결국 서로의 길을 별탈 없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걸어오고 있다. 그것에 성공했다. 인생은 그런 식으로,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 코스로도 잘만 굴러가는 법이니까. 어쩌면 우리가 생각했던 것처럼, 썅년과 자기 연민의 두 극단만이 끝이 아닐지도 모르는 거니까.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났던 때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똑바로 그리고 찬찬히 들여다봤다. 아주 오래, 마음을 담아서. 나는 그때 그런 생각을 했다. 우리는 늘 모르니까, 항상 우리를 응원하며 사는 마음도 가능한 일이 아니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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