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정쓰 Jan 24. 2021

징벌의 공기

말하는 모습 그 자체의 의의, <서스페리아>


#서스페리아 #징벌의공기

호러라고 부를 수 없다는 자신감은 잘 알겠지만, 조악한 징벌의 서사에 정치 한스푼 섞은 층위를 더한다고 극이 마냥 심오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감독은 밀도 높은 숏에 숨소리를 중첩시켜 화면을 꽉 채워 분위기를 휘어잡는 방법으로 오감을 감각하는데, 전작에서 여름을 그려낸 것처럼 장면의 공기만으로 숨 죽이게 만드는 시퀀스는 그 자체로 놀랍다. 풋사랑을 그려낸 아름다움이 그 자체로 극을 이끌었다면, 이 영화는 예술의 아름다움과 영향력에 대해 말함과 동시에 쓸모없음과 자만에 대해서도 그려낸다. 어떤 영화들은 말하는 모습의 예술 그 자체가 되는 경우가 있다. 겁나 예쁘고 다소 무용함으로 의의를 다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해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