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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웅담 May 31. 2024

고통 이후에 행복이 온다


둘째 셋째가 15개월쯤 되었을 때, 아마 역마살이 있는것 같은 나는 참지못하고 대가족여행을 기획했다. 친정과 시댁식구 모두 합친, 무려 9명(그중 대부분이 노약자)의 조합으로 필리핀 보라카이를 가게 된 것. 


주변인들은 나에게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존경스럽다’고 했지만, 속으로는 왜저러나 싶은 생각이었을거다. 출국 비행기가 기체결함으로 회항을 하고, 한시간도 못자고 다음날 아침비행기를 타는 등의, 극한의 어려움속에서 모든 여정을 끝내고 집에 온 날.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극한의 행복감과 안도감을 느꼈다. 


처음 가본 타지에서, 내 아이 셋도 보고 부모님도 봐야하는 그런 긴장속에서 나는 1초도 행복한 감정을 느끼지 못했는데, 오히려 여행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오고 나니 그제서야 “이게 행복이구나”를 느끼게된 것이다.


여행전까지만해도 주말에 하루종일 아이들과 씨름하는게 너무 힘들어서, 오히려 빨리 월요일이 되서 회사를 가고싶을 지경이었는데, 이제는 회사에 있어도, 퇴근하고 집에 가서도, 주말에 하루종일 아이와 있어도- 내가 생명의 위협을 받지 않고 먹고싶은 것을 먹고 편안하게 내 집에서 잘 수 있다는것- 그 일상자체에서 행복을 느끼게 된 것이다. 


이 일상의 행복이 더 이상 행복하지 않다고 느껴질 때쯤, 다시한번 고통을 경험하려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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