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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웅담 May 31. 2024

아이 셋을 둔 부모의 금기어


어떤 분야의 만족도를 확인할 때 종종 이런 문항이 있다 “주변인에게 추천할 의향이 있는가?” 누가 묻지도 않았지만 나는 가끔 아이들을 키우면서 스스로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에 대해 주변인에게 추천할 의향이 있는가?”


쉽게 대답할 수 없다. 왜냐면 하루에도 그 ‘추천의향’이라는게 계속 바뀌기 때문이다. 행복할때는 그보다 더 한 행복이 없고, 힘들때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힘들다. 


집안에만 있는걸 답답해하는 쌍둥이들을 위해 힘들게 외출 준비를 하고 나가서, 밥을 입으로 먹는지 코로 먹는지 모르게 외식을 하고, 놀이터에서 몇시간을 뛰어 놀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에 와서도 낮잠을 자지 않는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다가, 문득 든 생각이 있다. 나랑 남편은 의외로 그동안 ‘힘들다’는 말을 서로 해본적이 없다는 것.  


사실 ‘힘들다’는 말만 빼고 돌려서 다 한 것 같긴 하지만 (빨리 나와서 애랑 좀 놀아줘, 할일 다 하고 쉬자, 나도 졸린데 너만 피곤하니 등등) 말 그대로 ‘힘들다’는 말은 들은 기억도, 한 기억도 없다. 


우리가 지금 행복한지 힘든지 구분이 안갈정도로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건지, 남들은 우리를 보면 입버릇처럼 힘들겠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이정도는 힘들지 않다고 생각하는 허세인건지, 아니면 진짜 스스로 힘들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정신승리를 하고 있는것인지. 


‘지금의 이 과정을 힘듦으로 규정짓기가 두려운 마음’ 


아마도 이게 가장 큰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내가 선택한 인생, 앞으로 10년이 더 힘들지 20년이 더 힘들지 모르는 육아, 그 기간을 단순히 ‘힘듦’으로 정의하고 싶지 않다. 정확히 말하자면 행복-앞면, 힘듦-뒷면인 것 같긴 하지만, 동전의 앞면만 보고 살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일요일이 되면 차라리 회사에 가고 싶어 지는 마음은 막을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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