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세상에서 제일 큰 게임회사 EA가 팔렸어요

by 김영욱

FIFA, 미식축구, NBA, NHL에 격투기 UFC까지 실제 라이센스를 가진 EA 스포츠 게임 뿐만 아니라 심스시리즈와 레이싱게임까지 지구상에 가장 유명한 게임회사가 팔렸습니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550억 달러를 현금으로 지불한 그룹에요. (BBC 뉴스: Gaming giant Electronic Arts bought in unprecedented $55bn deal)


EA는 매우 알찬 회사입니다. 현금 유동성이 매우 좋아요. 현질하는 사용자가 매우 많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최근 몇 년간 매출 성장은 부진했는데, 이는 넷플릭스와 유사한 게임 구독 서비스(Xbox Game Pass, PlayStation Plus, Apple Arcade)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이 돈을 지불하고 인수한 그룹은 그 유명한 사우디 국부펀드와 Dell을 사서 되판것으로 유명한 실버레이크에 트럼프 장녀 이방카의 남편 쿠슈너의 투자회사가 연합한 투자그룹입니다.

image (7).png

참 희한하죠? 투자그룹이 잘 나가는 테크기업에 투자하는게 아니라 인수를 한다? ㅎㅎㅎ 투자그룹이 인수할 때의 목적/목표는 딱 하나 뿐입니다. "포트폴리오 잘 정리해서 다시 되팔아 난 이익을 남길거야" 뿐이죠. 여기에 엄청나면서 얍삽한 재무 기술이 들어갑니다.


오늘은 김PM이 그 기술 설명을 해 볼게요.



1. 550억 달러 현금으로 인수하는데, 이는 최근 수년간 EA의 주가 대비 상당한 프리미엄입니다. → 현재 주주들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2. 550억 달러, 전액 현금은 매우 드문 딜 → 빠르게 현재 주주들을 정리하겠다. 그리고 상장회사에서 개인회사로 돌리겠다. 즉 우리 맘대로 칼질하겠다.

3. 특허권 IP 자산+콘텐츠는 우리가 챙기겠다.

4. 현금 창출력이 강력한게 아무 매력적이다. 지난해 현금흐름은 20억 달러 이상이었으며, 이는 사모펀드 주도의 인수합병(LBO)에 이상적인 조건입니다.


이 문장 "사모펀드 주도의 인수합병(LBO)에 이상적인 조건" 이 좀 어려우시죠. 쉬운 설명 들어갈게요.



이번에 제시한 550억 달러 중, 이들이 합쳐서 자기 주머니에서 꺼낸 돈은 약 350억 달러입니다. 나머지 200억 달러는 딴데서 빌려왔다는 거죠. 즉 빚입니다.


1. 먼저 "LBO"가 뭐냐?

LBO (레버리지드 바이아웃) = 부채를 왕창 끌어와서 기업를 인수하는 구조입니다.

사모펀드는 자기 돈만으로 회사를 사지 않고, 은행/채권시장에서 돈을 빌려서 회사를 사요. 쉽게 말해 전세 끼고 집 사는 것과 비슷합니다.

기업 인수도 똑같이 "내 돈 + 남의 돈(부채)" 조합으로 하는 거예요.


2. 그럼 부채는 어떻게 갚나?

집을 샀으면 월세를 받아서 대출이자 갚듯이, 회사를 사면 그 회사가 매년 벌어들이는 현금흐름(Free Cash Flow)으로 대출 원리금을 갚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대로 EA 같은 경우는 매년 20억 달러 이상의 현금을 벌고 있으니, 이 돈을 차곡차곡 모아서 대출을 갚으면, 몇 년 후에는 빚은 줄고 회사는 내 소유가 되는 거죠. 즉, 인수 주체가 자기 주머니 돈을 더 넣지 않고, 회사 스스로 번 돈으로 대출을 갚게 만드는 구조예요. 스스로 굴러가는 겁니다. 임대사업자와 비슷하죠.


3. 최종 목표 Exit시 멀티플 확대 효과란?

여기서 Exit(엑싯) = 사모펀드가 회사를 되팔거나 상장해서 투자금 회수하는 것.

인수할 때는 빚 잔뜩있다가, 몇 년 후 회사가 열심히 벌어서 빚을 다 갚고 나면 → 그때는 자기 자본 비중이 훨씬 커지게 되죠.


예시로 들어 볼게요.

A. 인수 시점

- 회사 가치: 100 (예: 100억 달러짜리 회사)

- 부채: 70

- 자기 돈: 30

이런 경우를 레버리지 비율이 70% 라고 하죠. 대출 비중이 크죠.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입니다.


B. 5년 후 (회사가 잘 굴러가서 빚 갚은 경우)

- 회사 가치: 120 ( 현금 유동성이 좋으니 기업가치 20% 상승했다고 가정)

- 부채: 20 (벌은 현금으로 다 갚아버림)

- 자기 돈: 100 (120 - 20)


lbo_korean_chart.png

즉 내 돈이 30 → 100으로 3배 이상 불어나죠. 이렇게 돈이 돈을 벌어주는 효과를 "멀티플 확대 효과" 라고 합니다. 원래 회사 가치는 20% 올랐을 뿐인데, 내 투자금은 3배 이상 불어난 것 → 이게 바로 레버리지 효과. 즉, 빚을 줄이고 나면 Exit할 때 자기 돈 비중이 크게 늘어나서 수익률(ROI)이 커진다는 뜻입니다.



엄청난 놈들이죠? 이런 현상을 자~ 완전히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 빚으로 회사 사고 회사가 벌어들인 돈으로 빚 갚고 몇 년 후 더 높은 가치로 되팔아 돈 버는 구조"

이들은 “게임 회사를 산다”는 것 이상으로, 특허권 IP 자산, 콘텐츠 미래의 지배권에 선점을 한 예가 됩니다. 아마, 게임산업을 차기 동력으로 생각하는 넷플릭스나 메타가 구매를 할 가능성이 높죠. 그게 아니라면 소니나 마이크로소프트가 시장 굳히기를 시도할 수도 있습니다.

잠재적 차기 인수자 후보군은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potential.jpg


설명을 읽고 나시니 좀 이해가 되셨나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AI 데이터 전쟁: 빅테크의 ‘사다리 걷어차기’ 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