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티끌 같은 나] 리뷰
러시아 현대문학의 거장, 빅토리아 토카레바 중단편 선집 [티끌 같은 나]는 러시아 현대 여성들의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꿈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좇아가는 이야기를 총 5편 담았다.
그 중 책의 첫 페이지를 장식하는 중편 소설 '티끌 같은 나'는 스타 가수를 꿈꾸는 시골 소녀 '안젤라'의 이야기이다. 글로벌 소통이 만연한 요즘같은 시대에 러시아 여성의 일상을 알 수 있는 길은 많겠지만, 이 글만큼 와닿을수는 없을 것이다. 안젤라는 어떤 면에서는 나와 같은 여성이었고 어떤 면에서는 나랑은 완전히 다른 여성이었다. 꿈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면서 속에 야망을 품고 또 사랑을 하는 그녀의 모습은 여느 현대 여성과 다를바 없었다. 꿈을 위해 늙고 돈 많은 집 주인, 니콜라이와 동침을 하고 그의 원조를 받아 곡을 만들고 시골 소녀티를 벗고 모스크바의 아파트 소유주가 된 모습은 나의 가치관으론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녀가 갑작스럽게 찾아온 사랑을 선택해 미련없이 니콜라이를 떠나는 모습에서 그녀를 다시 이해해볼 수 있었다. 아이러닉하게도 그녀의 삶은 그녀에게 버림 받은 니콜라이의 한 문장으로 대신할 수 있다.
티끌 같은 나, p.161
니콜라이가 조강지처인 레나에게 했던 말이다. 이미 지나버린 과거의 사랑에 연연하지 않을테니 이혼은 하지 말고 가끔 집에 와서 다같이 TV나 보면서 지내자던 레나에게 이렇게 답했다. 몸은 늙어가고 있었지만 니콜라이의 마음은 늘 안젤라같은 젊은 이들에게 향해 있었다. 늙어감을 부정하고 돈이 있으면 그 부정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고 착각했다. 안젤라는 늙어감에 관심을 둘 만큼 여유로운 삶을 살지 못했다. 무엇보다 꿈을 이루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고 그럴 용기가 있는 여자였다. 니콜라이가 안젤라를 곁에 두면서 늙어가는게 아니라 살아가는 것이라고 합리화했던 것은 이미 지루해진 자신의 삶 대신 그녀의 삶에서 대리만족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안젤라가 홀연 떠난 뒤 니콜라이는 큰 충격에 빠졌지만, 곧 본연의 자리로 돌아왔다. 돈 많은 남자는 늙지 않는다는 신념이 여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오만한 신념은 니콜라이에게 큰 벌을 내렸다. 결국 레나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병을 얻게 된 것이다. 조강지처를 버리고 젊은 여자와 외도를 한 사람에게 소설 속에서 주어야 마땅한 벌이지만, 한편으로 나는 안젤라와 니콜라이를 같은 수준으로 이해하고 싶기도 하다.(이해라는 말로 그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함께 TV 보는 것이 사는게 아니라 늙어 간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 젊음과 자유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100만 달러를 주고 서라도 되찾아 오고 싶은 것이지 않을까하는 생각때문에.
안젤라는 새로운 사랑과 꿈을 동시에 좇다가 결국 사랑에게 배신당하고 다시 꿈 하나만을 좇기 위해 일어선다. 어떤 위기가 닥쳐도 그녀는 한번의 물러섬도 없었다. 그녀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엔 확신만이 있었고, 후회는 없었다. 니콜라이처럼 진정으로 사는 것을 입 밖으로 꺼내면서 갈구하지 않아도 안젤라는 그렇게 진정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마치 나와 내 꿈이 인생의 주인공이고 사랑은 그저 덤으로 왔다 가는 것처럼 말이다. 소설의 마지막은 안젤라가 다시 꿈을 좇으려 새롭게 시작하는 모습에서 끝나지만, 나는 읽지 않아도 그녀의 성공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몇번의 고비가 더 찾아오고 덤같은 인간관계들이 그녀의 머릿속을 어지럽힐 수 는 있겠으나 그녀의 머릿 속 멀리 그려진 목표점은 너무나도 뚜렷해서 무엇도 그 시야를 가릴 순 없을 것 같다.
티끌 같은 나
- One of many -
지은이
빅토리아 토카레바 (Виктория С. Токарева)
옮긴이 : 승주연
출판사 : 도서출판 잔
분야
러시아 소설
규격
130×195(mm) / 페이퍼백
쪽 수 : 432쪽
발행일
2020년 03월 30일
정가 : 14,500원
ISBN
979-11-90234-05-4 (038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