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가정의 양립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해?
얼마전 스레드에 글을 하나 썼다.
일을 하다보니,
하나하나 놓치는 게 정말 많더라.
둘 다 잘하고 싶은데, 그게 안 되는 현실에
글을 썼는데,
생각보다 반응은 엄청났다.
▼ 123개의 댓글 중 일부
결론부터 말하면
그런 엄마는 없다는 것.
엄마가 전업이든, 워킹맘이든
둘 다 잘 하는 엄마는 인스타? 에서만 존재함.
어짜피 인스타도
좋은 것, 잘 하는 것만 보여주는 곳이라
부러워할 것이 하나도 없음.
일과 가정의 양립. 그게 가능해?
나는 다들 알다시피 자영업자이다.
자영업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부딪힌 건
바쁨이 아니라,
아이에 대한 내 양심이었다.
아이들에게 어느 정도 손을 떼야
내가 자유로워진다는 것.
(자유=일 할 수 있는 시간)
이건 정말이지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들었다.
빨간 날엔 무조건 쉬는 아이와,
빨간 날엔 더 바빠지는 자영업자의 삶.
그리고, 그 빨간 날엔
남편이든, 양가 부모님이든
도움을 받아야 한다.
나이가 점차 들어가시는 부모님에게
아이를 맡기는 것도 부담이고,
그렇다고 데리고 나오자니
전혀 일을 할 수가 없다.
엄마이자,
사업장을 운영하는 사람이기에
하나를 선택하면 늘 하나를 놓치게 된다.
남들 쉴 때 일하는 나는
“자영업자는 남들 쉴 때 일해야 살아남는다.”
그건 단순한 전략이 아니라,
생존 그 자체였다.
자영업자라는 이름은
스스로 선택한 일이지만
“엄마, 오늘도 일하러 가?”라는
아이의 말 앞에서는
때때로 이 선택이
잘못된 선택이었나 싶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가끔씩은 회사 다니는
사람들이 부러울 때도 있다.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고,
공휴일엔 당연히 쉰다.
하지만 그들 역시 말한다.
“야근해야 해도, 아이 봐야 하니까 못 해.
일은 일대로 밀려있고,
집은 난장판이야.
그렇다고 아이를
빨리 데리고 오는 것도 아니야.
이게 육아를 제대로 하는 건지,
일을 제대로 하는 건지도
잘 모르겠어.
맨날 놓치거든.
회식도 있는데 눈치껏 빠지는 것도
한 두번이지, 눈치보는 게 일이야.”
정해진 시간은 있어도, 정해진 삶은 없다.
얼마 전 지인과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회사의 임원들의 이야기를 하다가,
임원 중에 여자는 없어? 라는 물음으로
시작된 길었던 대화.
“왜 여성 임원은 없어?”
“요즘은 그래도 많이 평등하지 않아?”
내 질문에 지인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자신도
여성 직원이 많은 곳에서 일하지만
그중 리더로 올라가는 여성은
드물다고 한다.
요즘같은 시대에
(회식도 많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회식 자리에도
나오는 여성들의 비중보다
남성들이 비중이 많고,
출장을 가야 하는 경우도
대부분 남자들이 맡는다.
같은 연봉을 받고 있어도,
실제 부수적인 일은
남성들이 해야 하는 상황이 많다는 것이다.
실제 회사에서의 현실은
생각한 것보다 평등할 수 없다는 것.
요즘 회사에서는
“요즘도 회식으로 승진이 결정돼?”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더 자주 얼굴을 보는 사람이
일 얘기도 더 듣게 되고,
자연스레 기회도 따르지.”
여성 팀원들에게 회식을 독려해도
아이로 인해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백번 이해하는 워킹맘의 현실)
출장도 마찬가지.
보내려 해도
못가는 사람이 대부분 여성이라고.
“이런 현실에서,
여자가 승진하기 더 어려운 건
어쩔 수 없는 구조일지도 몰라.”
요즘은 많이 평등해졌잖아.
“요즘은 평등해졌잖아”라는 말 뒤엔
사실, 여전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의 차이’가
존재하는 건 아닐까 싶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연봉을 받아도
외근, 회식, 출장 등에서는
남성과 차이가 발생하고,
그건 결국 승진 기회와
커리어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
일을 하며 아이를 키운다는 건
일을 하며 아이를 키우는 건
퇴근 후에도 끝나지 않는 일이다.
아이 숙제 봐주기,
준비물 챙기기.
청소, 애들 밥 챙기기
육아와 커리어, 그 사이에서
언제부터인지 커리어에 힘을 쏟으면,
어떤 날은 아이에게 미안하고
어떤 날은 나에게 미안하다.
이건 단순히 남자와 여자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전체가 아직
일과 가정이 함께 가는 법을
충분히 고민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아이를 낳았다고,
경력이 단절되거나
성장이 멈춰야 하는 게 당연하다는 듯
흘러가는 흐름.
누군 승진하고 싶지 않을까.
누군 회식에서 최신 정보를 얻고 싶지 않을까.
누군 출장 가서 인정받고 싶지 않을까.
누군 성공하고 싶지 않을까.
생각을 조금만 달리해 보면,
아이를 키우고 있는 지금은
선택의 여지가 적을 뿐이다.
나 또한 지금도 두 가지를 붙잡은 채
어느 하나를 다 놓지 못하고 살아간다.
내가 일하는 이유는
누군가를 위한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함인데 말이지.
일과 가정의 양립, 정말 불가능한가?
지금 이 글을 읽는 누군가는
회사원이거나, 자영업자거나, 프리랜서거나.
형태는 달라도
‘일’과 ‘가정’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처럼,
묻고 있을지도 모른다.
일과 가정의 양립, 정말 불가능한 걸까?
자영업을 하는 나는
육아도 일도 모두 내 책임이다.
누구도 ‘대신’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회사도, 가정도,
사실 워킹맘의 자리는
늘 절벽 끝이다.
누군가에게 위임하라고 하지만,
소규모 자영업자, 일반 월급의 회사원은
참 쉽지 않은 현실
남자의 여자의 문제가 아니라
이건 남자와 여자의 문제가 아니다.
이건 단순히 성별의 문제가 아니다.
아직도
회사가 일 중심으로 돌아가는 방식
가정이 엄마 중심으로 돌아가는 방식
그 오래된 균형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육아휴직을 썼다고 해서
경력 단절의 두려움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공정한 승진 시스템이 있다고 해도
여성의 일상은 여전히 물리적 제약을 받는다.
그래서 나는 묻는다.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른다.
“그럼 회식도 가고, 출장도 가면 되지.”
또 다른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아이를 낳은 건 본인의 선택이었잖아.”
그래 맞다. 나의 선택.
내가 낳고 싶어서 아이를 낳았고,
일을 해야 하기에 일을 하고 있다.
내 선택이라고는 하지만,
난 여전히 이 사회에 살고 있고
그 두 가지를 위해
오늘도 달려가고 있다.
좀 더 나은 사회적 시스템을
바라기 전에
그냥..
엄마인 내가, 사장인 내가
잘 사는 법을 찾고 싶었다.
모든 건 나의 선택이었기에
그에 대한 과정과 결과값이
잘 나오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무진장 어렵다)
오늘도 나는 묻는다.
일과 가정의 양립
정말 불가능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