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할 때 그대는 착하게 운전을 했다.
차가 끼어들어도 "그럴 수 있어"
차가 불법 유턴을 해도 "그럴 수 있지"
군대를 갔다와서 면허를 딴 남편은 다른 사람보다 좀 늦게 면허를 딴 편이다.
다른 남자들과는 달리 운전에 대해 그렇게 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차에 대해서도 많은 욕심도 없다
(차 욕심이 없는 건 참 다행이다)
결혼 전에 차 한대 시~원하게 지르고, 나도 한 대 크게 한 방
그대도 한 대 시원하게 한 방 지르고, 결혼을 하고 열심히 차 값 갚아나가고요. 헉헉
그렇게 운전을 해도 규정속도는 꼭 지키고,
저렇게 빨리가도 결국 저 앞에 있을건데 왜 빨리 가는 지 모르겠다는
세상 순둥순둥했던 남편이
요즘엔 너무 많이 달라졌다.
끼어들기해서 부딪칠 뻔 한 트럭과 문 열고 언성을 높이기도 하고,
운전할 때 내내 앞 차가 빨리 안가네. 그럴거면 왜 1차선을 타는 거냐. 하 저 차 뭐하냐
여기다 차를 대면 되냐 안되냐. 저런 차들은 다 벌금먹여야 해 부터 시작해서
가는 내내 내가 옆에 타고 있든 아이가 뒤에 타고 있든 상관없이 그냥 예민 그 자체
한 편으로는 이해도 된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안전하게 가려는 건데, 앞의 차들은 답답하고
옆엔 아내가 타 있고, 카시트엔 하나 뿐인 아이가 타 있다.
혼자가 아니라, 자기의 분신들이 타고 있기 때문에 얼마나 예민할까 싶다.
혹시모를 사고에 자기 뿐만 아니라, 내 아이와 아내가 다칠 수도 있기에-
하지만, 아이가 커가고, 우리가 하는 말을 전부 다 따라하고
평소 듣지 못했던 말들은 기가 막히게 기억을 한다.
설마 기억할까 라고 생각했던 모든 순간들을 기억하는 아이의 기억력에
더 이상 아빠의 운전습관은 아니다 싶었다
몇 번 말을 했지만 그 때 뿐이더라.
고마운 건 조수석에 타지도 못하게 빨리 달리는 건 아니고,
안전벨트를 한 번도 빼먹지 않고 하는 남편에게는 늘 고맙다.
그냥, 운전할 때만 튀어나오는 그대 안의 다른 사람이 문제라는 것.
아이가 듣고 있는데, 앞 뒤 옆의 차 모두에게 심한 말을 하는 건,
아이의 교육에도 좋지 않을 거란 판단이 들었다.
아이는, 그렇게 자상하던 아빠가 차만 타면 무서운 아빠로 변하는 거에 대한
충격을 받을 것 같기도 하고, 점점 커 가는 아이는 이해보다, 그 순간의 두려움을 느껴버릴까봐
그게 두려웠던 것 같다.
살다보면 그렇다.
100가지 전부 맞는 부부는 없는 거고,
다 맞아도 한가지가 맞지 않아 헤어지는 부부도 있을테고,
다 안 맞고 딱 한 가지가 맞아서 결혼한 부부도 있을테다.
나도 물론 아이앞에서 그런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게 크기에
바꿔보려 노력하지만,
"도대체 자긴 왜 그래? 도대체 왜 운전하면서 욕을 하는거야? 라고 몇 번을 말한다 한들
그건 내가 바꾸고 싶은 그대의 행동일 뿐.
바꿔보려 노력할 바엔, 스스로 바꿀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어렵지만, 그게 아내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이래놓고도, 또 다시 같이 차를 타면 "도대체 여보는 왜 그래!!"라는 말이 튀어나올테지 - ㅋㅋ
부부란, 바꾸려하기 보단 그냥 그 모습을 이해하는 것.
어느정도 포기는 하고 살아가는 것.
결혼 전 들었던 엄마의 조언들이 이렇게 잘 맞아떨어질 수가 없다.
앞으로도 그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