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감정기복 - 둘째임신은 다 이런가요
임신을 했다.
한 아이가 태어나고 이 아이를 키우며 온갖 감정을 다 느끼던 중 찾아온 둘째
둘째의 임신은 너무 기쁘기도 했지만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
혼자 노는 아이가 너무 안쓰러워 평생친구를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에 가지자라고 결정을 했지만,
임신테스트기로 아이를 확인하고 병원에서 아이의 심장소리를 듣고 나니
이 망할놈의 임신호르몬이 벌써부터 작용하는건지 마음은 싱숭생숭, 들쑥날쑥이다.
아이를 케어하면서 첫째때는 없었던 지옥의 입덧을 경험하고, 온갖 무기력함과 짜증과 귀차니즘과 싸우다보니
어느새 16주
성별이 나오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 주가 되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병원을 가서 오늘은 잘 움직이라며 초코우유도 하나 먹어주고 기다리고,
2차 기형아 검사도 받고, 기다리던 초음파를 보았다.
12주때도 선생님은 각도법으로 봐도 잘 안보인다며, 남자아이면 뭔가 더 나와있어야 하는데 아닌것 같다하셨는데
오늘도 역시 탯줄로 가리고 있어 잘 보이지 않지만
그 사이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말씀만 하실 뿐 확신은 안하셨다.
확신은 안하셨지만, 첫째때부터 만나온 원장님의 성격으로 미뤄짐작한 결과,
딸이 확실하다. (원래 확신은 안하시는 성격)
아무리 봐도 미사일이 보이지 않는다는 건 딸이고,
그 말은 즉슨, 난 딸 둘 맘이 되었다는 것.
초음파를 마치고 병원을 나서는데, 무엇때문인지 기분이 좋지만은 않다.
아들이 아니라서 그러는걸까? 아니. 난 아들 딸 상관없었고, 첫째와 함께 키우기 위해선 딸이 좋다고 생각했던 엄마이기에 -
그런 것보다, 그냥 성별이 정해지고 나니 아이를 두 명 키워야 한다는 부담감이 나를 많이 압박해온 것 같다.
앞으로 닥칠 육아현실이 온 몸으로 받아들여지는 이 느낌.
둘째의 임신은
둘째에게 미안하지만, 태교다운 태교도 한 번 해주지 못하고, 오로지 첫째케어에만 중심이 맞춰져 있기에
태교는 무슨, 태담도 한 번 제대로 못 해 본 것 같다.
그러면서 임신으로 인한 증상은 첫째보다 더더욱 심해지고
들쑥날쑥한 감정기복과 무기력해지는 정신, 몸
혼자 첫째를 케어하고, 퇴근해 들어오는 남편의 밥상을 차리고 치우고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고 널고 하는 일상적인 일들조차 힘에 부친다.
남편또한 첫 임신때는 오로지 내게 중심이 맞춰져 있어 내 몸 컨디션을 많이 위해줬지만,
지금은 남편의 일도 바쁘고, 첫째에 모든게 집중되어 있어 내 감정이 들쑥날쑥한 건 임신때문이라고 생각을 못하는 듯 하다.
그냥 왜 그러냐는 물음뿐.
이젠 대답하기도 묻기도 힘들다.
그냥 내 몸은 내가 챙기기도 벅찬데, 그 모든 것에 물음에 답할 체력도 마음도 없어진다.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건
엄마의 이 힘든 컨디션을 아이에게 전달하지 않는 것.
최대한 아이가 오면 아이를 위해 놀아주고, 아이를 위해 음식을 만들고,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해주고
무엇이 아이의 성장발달에 도움이 되는지를 생각하는 것.
아이는 둘째가 있다는 걸 말하지 않아도 아이의 행동으로 표출된다.
25개월차. 이제 4살이 된 아이는 아가처럼 우유 먹여줘라는 말을 하기도 하고, 내게 더 떨어지지 않으려 하고
무엇이든 엄마와 함께하고 싶어한다.
동생이 생기면 변화되는 아이의 행동을 모를리 없으니,
뱃속에 있을때만이라도 더욱 더 첫째와 시간을 많이 보내야겠다라는 다짐을 하곤 한다.
지금은 마냥 두렵지만, 그냥 빨리 마주했으면 좋겠다.
남들의 임신 10개월은 너무나 빨리 가는데, 내 임신은 왜 이리 더디게 가는지
나만 느끼는 게 아니라 주위사람들 모두 그 말을 한다. 엄청 오래된 것 같은데 이제 겨우 16주야? 라고 묻는 지인들
나도 그게 의문이다. 하하
몸도 마음도 힘든 임신기간.
첫째에게도 둘째에게도 미안한 임신기간이지만, 이 시기를 잘 버티고 나면
뱃속의 내 아이도, 언니가 된 첫째도 함께 할 날이 오겠지.
이 겨울이 가고, 봄이 가고, 무더운 여름이 오면 아이가 태어난다.
그 동안 날 더 재정비하고, 날 더 가꾸고 내 마음을 단련해야겠다.
두 아이의 엄마로, 아내로, 더 성숙해질 한 여자가 되기 위한 준비 -
그나저나, 빨리 아기 낳고 싶다 !
(꼬물꼬물 내 아가, 잘 크고 있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