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켈리와이 Apr 25. 2019

30대 엄마의 삶이란,



다양한 수식들이 존재한다.



결혼을 하고부터 나를 부르는 호칭은 "엄마,여보,자기야,서율엄마,며느리,딸,언니,누나,동서,이모" 등

대부분 가족과 연결된 것이고, 내 삶에서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내가 없으면 안된다는 부담감도 있지만, 그것보다 내가 숨쉴 수 있는 곳에서 나를 찾아주는 이들이 많구나.

그들에게 나는 없으면 안되는 존재구나 하고 존재감을 확인하는 순간순간을 지내고 있다.



물론, 뭐 , 아주 부담감이 없는 건 아니다.



임신중에도 불구하고, 도를 넘어선 예민함으로 나도 모르게 맥주 한 캔에 손이 가곤 했으니까.

(순간 자제를 하지 못했다면, 아마 한 모금 꿀꺽 했을지도-)







29에 아이를 낳고, 32살에 둘째 아이가 출산 예정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임신을 하기란 아주아주 어려운일이다. 왜 아무도 그것에 대해서 말해주지 않았는지.

첫째때도 힘들었던 임신기간. 제발 빨리 끝나라 빨리 낳고 키우자라는 생각만 가득했던 그 시간.

다들 뱃속에 있었을때가 천국이라 하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는 지금까지도 그 말은 이해할 수 없다.

그만큼 난 임신기간이 힘들었고, 임신하는게 두려워서 아이를 가지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한번의 유산을 거치고, 3개월이 채 되지 않아 새로운 생명을 품게 되었다.





둘째는 유산이 잘 된다던데, 내게도 그런 일이 있을 줄은 몰랐지만,

한달 간 지속됐던 하혈과, 몇 군데의 병원을 가도 "아..이게 쓰읍..다음주에 다시 한번 오세요. 무조건 안정을 취하세요" 라는 의사의 대답뿐.



결국, 대형 생리대를 몇 번이나 갈만큼의 하혈을 며칠동안 지속하곤

밑이 빠질듯한 통증과 옷이 다 젖을만큼의 덩어리들이 왈칵 나오는 현상을 겪고 나니

난 자연유산이 되어있었다.



병원에 갔더니 자연유산이 되었다며, 차라리 소파술을 병행하지 않아도 되니 훨씬 낫다며, 약을 처방받곤

뚝뚝 흐르는 눈물과 함께 병원을 나섰던 것 같다.



그러곤 남편한테 전화해서 펑펑 울었던 그 때.

내 잘못이 아니라고, 착상 자체가 잘못된 거라고 다독여주는 의사선생님과 남편. 둘째는 유산이 많이 된다던 주위사람들의 말들.



유산도 출산과 똑같이 산후조리를 해야한다던데, 첫째 육아를 하며 그럴 정신은 없다.





아픔을 겪고 나니, 둘째를 가져야겠다는 마음이 더 크게 든 것 같다.

분명 힘든 임신기간을 겪었지만, 둘째에 대한 열망이 더 커진 계기가 된 건지도.



다행히, 3개월을 지나고 임신하라던 의사쌤의 충고가 무색하게, 난 3개월도 되지 않아 다시 임신을 했고,

뱃속의 아이는 단 한번의 하혈도 없이 힘찬 태동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며 그렇게 임신 8개월차 뱃속에서 잘 지내고 있다.



그렇게 난 딸 둘맘, 자매맘이 되었다.







결혼 후 임신을 거치고, 육아를 시작하고, 아이를 키우다보니 본격적인 주부의 삶이 시작되고,

그러다보니 다시한번 임신을 하고 왠지 모를 똑같은 싸이클의 반복같지만,



그 안에서 난 쥐도 새도 모르게 3살을 먹었고 '-'

전과 다른 체력에 헉헉대고 있었으며, 주부라는 삶에 안주하는 것 같으면서도 안주하는 내가 싫어

닥치는 대로 책을 보고 빌리고 사고, 공부하려 애쓰는 것 같다.



물론, 둘째가 나오면 지금의 작은 소소한 휴식도 없어지겠지만-



첫째 임신을 했을 때 태교로 배웠던 클래스에서 나이드신 수강생 한분이 내게 이런 말을 하셨다.





"아이 가지면 무조건 3년은 아이 옆에 있으세요. 일하지 말고 첫 3년이 아이에겐 굉장히 중요하고 엄마한테도 중요해요.

돈 벌 기회는 그 이후에 분명히 찾을 수 있어요. 나 봐요. 나도 아이들 다 키우고 이렇게 일하고 배우러 다니잖아요.

둘째 가져도 똑같아요. 그 아이에게 3년은 오로지 옆에 있어주세요."





아이를 교육하셨던 분이긴 하지만, 이 말이 마음에 쓱 들어오진 않았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다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다시 일을 하고 싶지만 내 아이를 누군가에게 맡기고 싶지는 않다.

적어도 3년은 키우라는 말이 그간 경험으로 이해가 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나저나 둘째도 다시 3년이라니, 그건 좀 두렵긴 하다.

앞으로 3년의 시간을 주부로 아내로 엄마로만 지내야 한다는 사실이.



그래서 더 책을 놓지 못하는 건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실행하진 못하지만, 배우고 습득하다보면 내게 기회가 반드시 올 거란 생각에.

분명 책을 통해 머리를 열어놓고 있으면, 기회가 왔을 때 착 하고 낚아챌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때문에.



책 읽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다보면, 내 아이도 어느새 나를 따라하지 않을까라는 마음도 있다.



지내다보면, 돈에 대한 압박도, 외벌이를 하고 있는 신랑에 대한 미안함도 크다.

알뜰살뜰 지내지 못하는 (그렇다고 살림도 잘 하지 못하는데) 내가 미안하기도 하고, 안쓰럽다가도 육아를 도와주지 않을 땐

내가 왜 결혼했나 싶기도 하고. 참,









30대 여자의 삶이란,

많이 배워가는 것 같다. 정체되어 있는 것 같으면서도 나도 모르게 경험을 통해 내가 다져지는 시간.



그냥 이렇게 살다보면, 나를 잃어버리고 인스타나 허우적거리며 잘 나가보이는 여자들을 동경?부러워하며 살겠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도 안 든다.



그냥 그들은 그들의 삶이고, 실상 다 까놓고 보면 별 거 없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남의 눈 의식하지 않고, 내가 잘 살면 된다.

내 아이 잘 키우면서, 당당하게 내 신념을 내세우며, 뱉거나 삼킬 말 잘 구분하며 살아가는 것.

남편에게 의지하지 않고, 남편 기 살려주되 내가 모든 걸 떠받들며 살지 말고 (아무리 잘해줘도 남편은 모른다)



지금은 집에서 살림 육아만 하는 주부일지라도, 지금 땅을 잘 다져놓으면, 분명 몇 년 뒤 달라져 있을테니.



조금 더 단단해져가는 날 발견한다.

지금은 망할 임신 호르몬때문에 들쑥날쑥 밤에도 툭 하고 눈물이 나기 일쑤지만

이것조차 출산과 함께 사라진다는 것을 안다. 그냥 지금은 임신중이구나, 내가 임신중이라 몸이 힘드니 호르몬이라는 것이 뒤죽박죽 엉망이라

울기도 하고 화나기도 하는 거구나 라고 생각하니 그냥 그런가보다 한다.



물론, 아주 많이 힘들다. 죽일놈의 치골통, 망할 임신 호르몬



그래도 난 내 몸 속에서 한 아이를 키우고 있으니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인가.



남편이 몰라줘도 내가 알고 있으니 됐다.

남편들은 원래 세심하지 못하고 그것에 감정소비하다간 끝없이 불행한 감정의 나락으로 빠지고 만다.

내가 행복해야 내 아이도 행복하다. 쓸데없이 남편에게 의존해 내 소중한 시간을 뺏기고 싶진 않다.





지금 나는 땅을 파고 다지는 기초작업을 하는 중이다.

집이 올라가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건 기초를 얼마나 튼튼하게 하느냐이다.



아무리 멋진 집이라 할지라도, 밑에서 튼튼하게 받쳐주지 않으면, 그 집은 하자가 나기 일쑤. 끊임없이 보수해줘야 하는데

그럴 일 없이 처음부터 탄탄하게 단단하게 만들어가는 중이다.



가정에서 그 역할은 내가 한다.

엄마인 내가. 박아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내가.



엄마로, 아내로, 한 여자로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시간이 지금이다.



"모죽처럼 살아라" 라는 말이 있다.



대나무는 죽순이 되기 전 준비과정을 거치는 데 그게 땅 속에서 2년에서 5년이란 시간을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그 시간이 지나면 단 두달만에 30미터를 넘는 대나무로 자라나는 것.





땅을 파보면 그 5년간 뿌리 깊숙한 자리에서 사방으로 10리가 넘게 뿌리를 펼치고 있다고 한다.







모죽처럼 살기.

지금은 땅에 뿌리를 펼치는 것. 아무도 몰라주지만 아니 알아주기를 바라지도 않지만,

지금 이 시간은 묵묵히 내 할 일을 하며, 육아를 하고 살림을 하고,

지금 하고 있는 요가 수련도 꾸준히 하고, 다양한 분야의 책도 마음껏 읽으며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시간.



딱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아이를 키우는 3년, 아이옆에 꼭 있어야 할 3년은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 나를 성장시키는 시간이란 걸.












30대 젊은 나의 삶은 이렇다.

화려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지만, 꾸준히 나를 단련하는 이 시간.



그렇기에 힘든 육아도 임신기간도 버틸수 있는 게 아닐까.



조금 더 단단해져갈 나를 만드는 이 시간이 참 좋다.



남편에겐 미안하지만, 남편돈으로 아이 키우며 내 몸 뉘일 공간이 있고 요리할 수 있는 주방이 있다는 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은 아니어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이 시간이 딱 지금인 것이다.



나중엔 안일함으로 무장되어 남편이 벌어오는 돈으로 먹고사는 게 당연시되면,

그 때가 되면 남편도 나이가 들며, 그 나이의 남자들이 하는 고지식함? 이 동반되어 무의식중에 나를 집에서 놀고먹는 여자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합법적?으로 남편돈쓰며 아이 키울 수 있을 때

열심히 키우고, 육아하고 살림하고 나를 단련하는 게 맞다.



나중에 아내가 잘 되면 남편이 더 좋아한다.

단 돈 10만원이라도 벌어서 가져다주면 뛸 듯이 좋아하는 게 남편이다.





조금 더 현명하게, 지혜롭게 나를 다져나가자. 지금은 나 또한 인생에서 배우는 시기이며, 경험하는 시기일테니.





30대의 나. 두 아이의 엄마. 한 남자의 아내.

그게 바로 나다.





내 첫번째 아이 ~ 너무 사랑해
작가의 이전글 #6 둘째를 임신하다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