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2일,
아이와 밤산책길 왼쪽배가 세게 뭉치는 통증
2주전에 골반통증이 너무 심해 응급실을 내원했지만 다시 돌아온 기억때문에 이번에도 또 돌아올 것 같아 참기로 했다.
한쪽만 뭉치는 것이 진통이 아닌 듯 했지만
밤새 아파 1시간에 한번씩 깨길 반복
그렇게 아침이 왔고,
그 날따라 이렇게 울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우는 첫째와 어린이집 실랑이를 하느라 힘이 빠지기도 했고,
아픈 몸을 이끌고 첫째를 안고 등원시키는 길
절대 가지 않겠다고 버스 앞에서 우는 아이를 다시 데려와야했다. 결국 버스앞까지 가서 집으로 컴백.
아이는 집에 다시 오니 혼자 기분이 풀려
잠깐 아이를 데려다주러 온 아빠품에 안겨 등원을 하고
그렇게 아침이 가는 듯 했으나,
새벽내내 아팠던 배뭉침이 다시 오기 시작
분명 진통은 생리통처럼 배 전체가 아파야 하는데
왼쪽배만 아픈게 이상했고, 싸한 느낌이 들어 아픈배를 움켜잡고 샤워를 했다.
그리고, 밥을 먹어야 할 것 같은 느낌에
대충 컵라면이라도 먹자해서 물을 받아 거실로 가는데
부엌에서 거실까지 기어가다싶이 움직이고,
컵라면에 물을 넣는 순간부터 거의 20분간 움직이지도 못하고 아팠던 것 같다.
그 와중에 아주 잠깐 괜찮아졌을때 밥을 먹고
(먹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느낌)
치워야하는데, 이거 안 치우면 안되는데 하고
그 상태로 20분간 움직이지도 못하고 통증에 시달렸다.
겨우겨우 설거지를 끝내고,
거실로 오는데 눈물이 왈칵, 이건 아니다 싶어
그대에게 호출
“자기야.. 나 너무 아파 병원가야 할 것 같아..”
그댄 알았다며 바로 집으로 날 픽업하러 오고
눈물바람으로 차를 타고 가는데
신기하게 안아프네? ^^
뭐냐..진짜..
옆에서 그대는 웃는건지 그럴줄 알았다 생각하는건지
혼자 노래부르면서 운전하고 있고
진짜 아팠던 나는 차 타자마자 사라진 고통에 당황쓰..
그래도 왔으니 담당쌤 휴진날이지만 다른쌤에게라도
진료받자 해서 받았는데
내진결과
“3센티 열려있네요. 아팠을텐데 어떻게 참았어요?
경산이니 입원해서 경과지켜봅시다. 계속 참았으면
밤에 자궁문 다 열려서 올 뻔 했어요. 입원하게 올라가세요”
거봐 신랑.. 나 엄살아니라고 해짜나..
그렇게 나는 갑작스레 입원을 했다.
5시까지 자연진통 기다렸지만 오지않아 입원실로 올라왔고, 그 사이 그대는 출산가방을 가지러 집으로 갔는데
삼촌이 데려온 첫째는 낯선상황이 이상했는지 평소 실수를 절대 하지 않는 아이인데, 팬티에다 대변을 봤다고 했다.
딱 그 타이밍에 아빠가 가서 씻겨주고 와서 다행이었지만
아이도 갑자기 엄마가 없다는 사실이 스트레스로 다가왔나보다.
다시 생각해도 울컥한 그 때 .
밤에 병원에 온 아이는 큰엄마집에 가서 하룻밤 자고
그대와 나는 다시 오지 않을 마지막 단 둘의 병실데이트를 했고 ,
밤 열시에 태동검사를 했지만, 아이는 나올 기미가 없으니
새벽 6시에 다시 오라고 한다.
입원해서부터 척추에 삽입?해 두었던 무통관때문에
기분나쁜 불편함에 거의 잠을 자지도 못하고 뒤척이다
결국 다음날 새벽.
하, 진통은 오지 않는데 무통관이 날 힘들게 한다
새벽, 곤히 자고 있는 그대는 좀 더 재우기로 하고 나 혼자 씩씩하게 가족분만실로 입실
7시부터 촉진제를 넣고 조금씩 생리통처럼 진통이 찾아오는데, 첫째때의 진통의 고통이 다시 생각나면서 무서워지기 시작
역시 아는 고통은 더욱 더 고통스럽다 :)
그 고통을 알기에 다시 겪는다는 사실이 날 덜덜 떨게 만들었음.. 아.. 출산의 고통이여
하지만, 생각보다 빨리 진행되지 않아 촉진제 양을 늘리고
그 사이 그대에게 뭐라도 먹고 오라고 밖으로 보냈다
중간중간 둥글둥글 착하게 생긴 간호사쌤이 들어오더니
내진 할게요 하더니 이제와는 차원이 다른 내진을 경험..
너무 아파요 그만해주세요
네 엄마~ 조금만요
아니요 악 악 너무 아파요 그만!!
네 엄마 ~ 다 됐어요 조금만요
하 .. 그 내진은 진짜..너무 착하게 생겼는데 내진은... ㅠㅠ
의사선생님 들어오셔서 진행 어떻게 됐나 봤을 때
그 간호사쌤 같이 오셨길래 소심하게 이름
“간호사쌤이 너무 아프게 해쏘요...”
의사쌤은 껄껄 웃으시며 저녁 안에 낳자는 말을 쿨하게 남기시고 퇴장하심 - 껄껄
그 뒤로 어떤 가냘픈쌤이 들어오시더니
내진할게요 라는 말을 남기시고
진짜 소리를 얼마나 질렀는지.. 생 살을 뚫고 들어오는 그 손의 느낌이란..
분명 양수터뜨린단 말도 안했는데
철푸덕 물이 흘러나오고 핏덩이들이 간호사쌤 장갑에 덕지덕지 묻어있고 , 밑에 피와 양수기 섞인 패드는 몇 번을 갈았는지
그 때부터 시작된 짧고 굵은 고통
바로 무통을 놔주시긴 했지만, 무통을 맞으면 이십분 정도는 가만히 있어야 한다
그 시간이 정말 상상을 초월하게 고통스럽다.
소리를 얼마나 질렀는지 울면서 소리지르면서
어딜갔는지 도대체 왜 안오는지 모르는 남편을 기다리며
15분정도 진통을 겪으니 남편이 오더라
머리잡을 힘도 없고, 그냥 남편이 손 잡아준 것만으로 힘이 됨.
무통약이 서서히 스며들고,
그 와중에 싱글벙글인 남편이 왜 이리 웃긴건지
“여보, 이 정도 진통이면 클라이막스의 아직 오분의 일도 안돼” 라고 했더니
“유단잔가~”
어이없는 드립에 배꼽잡고 웃다가 울다가
(이 상황에 웃기는 게 어이없지만, 차라리 웃는게 더 나음ㅋㅋ 웃겨준 남편 땡큐)
그러다가 갑자기 간호사들 투입
무통이 진행되고 있어 힘을 어디에 주는건지 잘 모르지만
약 세 차례의 힘주기가 진행되고 나서 간호사쌤이 그러시더라
“한번만 더 힘주면 돼요
무통있을 때 낳으면 훨씬 더 좋아요 그러니 힘 주세요 !”
첫째때 무통이 거의 끝날때 힘주기 들어가서 그 고통이 생각났기에 내가 이번엔 그 고통을 겪지 않으리라
무통이 있을 때 낳아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며 힘주기를 한 결과 !
갑자기 밑에 뭐가 낀 느낌이 들어 다시 간호사를 호출하니
분주해진 분만실은 아기를 받아주시는 담당쌤이 오셨고
그렇게 본격적인 분만준비에 돌입
약 3-5분간 소리를 얼마나 질렀는지
한 번만 더 하면 된다는 말에 젖먹던 힘까지 다 준 것 같다
한번만 더
한번만 ! 이제 나와요 마지막 한 번 !!!!
응애 - 응애-
“축하합니다 11시 23분 따님입니다.”
그렇게 열달동안 품었던 아이는 내 곁으로 왔다
분명 무통이 있었기에 낳는건 수월하게 낳았다.
임신기간 내내 요가를 하기도 했고
생각보다 운동의 힘이 컸기에 절개도 거의 하지 않고
3.8kg의 아이를 낳았다.
그런데,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자마자
왜 이렇게 눈물이 나던지.. 간호사쌤이 괜찮다고 잘했다고
다독여주는데도 눈물이 멈추질 않더라.
펑펑 우는 내 옆에 꽁꽁 싸매진 태지로 뒤덮인 아이가 오는데 그 모습이 순간 어찌나 귀엽던지
펑펑 울다가, 내 아가 보고 빵 터지기를 반복
그렇게 아이는 내 곁으로 왔다.
앞으로 두 아이의 엄마라는 타이틀이 내 어깨를 짓누를지 모른다. 더 힘들수도, 더 버거울수도 있지만 분명 이 아이들 덕분에 행복한 일이 더 많아질거란 사실
나와 그대가 만든 이 아이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게 바로 엄마아빠가 할 일이니까 :)
건강하게, 씩씩하게, 행복하게 자라자.
엄마아빠가 도와줄게.
엄마의 두 딸들, 엄마에게 와줘서 고마워
그 뒤로 아이를 크게 낳은 산모와 둘째 이상의 산모에겐
훗배앓이가 온다고 하는 걸 이제야 알았다
훗배앓이로 고생하고, 여전히 적은 모유양은 완모를 꿈꾸던 내게 분유를 주문하게 만들고 -
이제 곧 다가올 산후풍에 대비해 더운 여름날 레깅스에 양말 꼭꼭 챙겨신는 둘째맘은 수유콜와도 밤에는 쿨하게 패쓰하고 딱딱 필요한 일만 하고 조리원에서 마지막 자유를 즐기고 있답니다.
조리원 퇴소의 순간
향후 몇년간 이 자유는 없을 걸 알기에,
집에서 잘 해보자 아가야,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