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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은 Mar 29. 2024

과자같은 (면접)지원자가 되려면

질소는 꼭 필요한 만큼만 챙겨보자구요.

[커버 이미지 출처 : 나무위키 '질소과자', 원본 출처는 어딘지 모르겠어서 아시는 분 있으면 알려주세요...!]



1. 질소를 샀더니 과자를 덤으로


집에 화려한 꽃병이 하나 있는 것을 상상해 보세요.

이 집이 단순하고 심플한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다면, 꽃병은 이 집의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마치 클럽같은 인테리어라면, 아무리 튀는 꽃병이래도 묻히고, 집에 놀러 온 사람들 기억에도 안 남을 가능성이 큽니다.


면접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간결한 답변에서 간결하게 표현되는 나의 강점은 '키포인트'로 작용할 수 있지만, 알록달록 포장하기 위해 꾸밈말들을 구구절절 늘어놓는 것은 지루함을 유발하고, 어떤 게 강점인지 아리송하게 만들 뿐입니다.




면접의 모든 과정은 

Simple is best !

입니다.




모든 답변을 기본적인 육하원칙과 같은 템플릿에 의거하여 명료하게 말해야 듣는 사람이 분명하게 기억할 수 있습니다.

거창하게 말하려고 하는 순간, 구질구질한 전남친처럼 매력이 없어집니다.

TMI. 저는 전남친이 없습니다만... 풍문으로 들었습니다.


내 말을 부풀리는 것에 필사적인 것은, 실질적인 알맹이가 작아 자신이 없다는 것입니다. 마치 질소가 빵빵하게 충전된 저 과자처럼 말이지요.

면접관은 과자봉지만 봐도 압니다. 저 안에 얼마나 적은 양의 감자칩이 들었는지...


또한 중요한 것은, 이 알맹이는 '대단한 경험' 따위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르바이트 같이 정말 사소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경험이라도, 내가 그 안에서 어떤 문제를 직면했고,

어떤 태도와 가치관으로 그것을 해결했는지, 깨달은 것이 무엇인지를 말하는 것입니다.

전 글에서 말한 템플릿화된 나의 경험을 핵심만 쏙쏙 골라 전달하는 것이 바로 '알맹이'입니다.


회사는 매일매일이 문제투성이고, 매일매일이 헤쳐나가는 과정의 연속입니다.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더라도, 내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지는 나의 역량, 즉 '본질'이기 때문에

결국 사소한 문제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해결해 왔던 사람이 회사 일도 잘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믿고 뽑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애초에 '본질'이 잘 세워진 사람인지를 면밀히 보는 것이지요.

이것은 공공기관이든, 대기업이든, 심지어 대학원에서도 다 통용됩니다.






2. 알차고 야무진 (면접)지원자가 되는 방법


답변을 면접관 귀에 꽂아버리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먼저 전 글에서 말했던 경험을 템플릿화 하시고,

그 템플릿의 흐름에 맞춰서 간결하고 핵심적으로 답변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포장지를 의식적으로 제거하면서 연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불필요한 포장지를 제거하려면, 내가 가진 컨텐츠를 추상적으로 꾸며주는 말들을 최대한 줄여야 합니다.



제가 면접 스터디를 하고, 실제 면접장도 가보면서 느낀 흔하게 발생하는 실수 중 하나는, 특히 경험의 '배경'을 이야기할 때 불필요한 요소들을 많이 넣는 것입니다.

[갈등을 해결한 경험]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생각하고, 아래의 예시 보며 생각해 봅시다. (실제 최종 면접에서 들었던 답변을 각색했습니다.)

대학교 3학년 방학 중에 놀지 않고 의미 있는 경험을 해보고자 했습니다. 그러던 중 ㅇㅇ회사에서 주관한 공모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동아리에서 팀원들을 모아 참가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팀장이었고, 11명의 팀원이 있어서 굉장히 큰 규모의 프로젝트가 되었습니다. 신소재공학, 생명과학, 시각디자인 등 굉장히 다양한 분야를 전공하고 있는 팀원들이 있었는데, 각자 공모전에 참가한 목적이 다르고, 얻어가고자 하는 것이 달랐기 때문에 주제를 정하는 데 있어 굉장히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또한 팀원들의 인원수가 많은 만큼 시간을 조율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후 갈등 부분 서술)

이 답변이 간결하고, 핵심적이고, 눈에 잘 들어오고, 기억이 쏙 박힌다고 느껴지시나요?

아니면 듣다 보니 '그래서 결국 무슨 일이 있었고, 결론이 뭐야?'라는 생각이 드시나요?


면접은 친구와 수다를 떠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면서 상대방을 이해시키려고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 건 11명의 팀원들 중 한 명을 뒷담화 하기 위해서나 필요할까요(...)

결국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갈등의 원인을 무엇이라고 분석해서 어떻게 해결했는지'입니다. 




불필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정리해 보면 아래 항목을 뽑아볼 수 있습니다.

(1) '놀지 않고 의미 있는 경험을 해보고자 했습니다.'
: 진짜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은 이상 누구나 이 이유로 접근할 것입니다. 하루에도 수십 명의 이야기를 듣는 입장에서 당신이 3학년 방학 때 놀았는지 놀지 않았는지는 크게 궁금하지 않습니다.


(2) '신소재공학, 생명과학, 시각디자인 등 굉장히 다양한 팀원들이 있었는데'
:  다양한 학과의 학우들과 서로 소통하고 의견을 조율하면서 열심히 했다는 것을 어필하고 싶은 것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내용은 이게 아니니, 구체적인 예시에 너무 정성을 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갈등해결 부분을 구체적으로 말할 시간을 벌어야죠!


(3) '각자 공모전에 참가한 목적이 다르고, 얻어가고자 하는 것이 달랐기 때문에 주제를 정하는 데 있어 굉장히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또한 팀원들의 인원수가 많은 만큼 시간을 조율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 뒤에 갈등 해결 부분의 중점적인 내용에 해당하는 어려움만 이야기하세요. 다른 어려움들 물론 있었겠지만, 구구절절 늘어놔봤자 감정에 호소하는 징징이처럼 보일 확률만 높이게 됩니다.


(4) '대학교 3학년 ~ 큰 규모의 프로젝트가 되었습니다.'
: 문장 자체가 간결하지 않을뿐더러, 배경 설명이 너무 깁니다. 배경은 심플하게 한 두 문장 정도면 충분합니다.



배경은 수능 수학 1번 문제 같은 것입니다.

빠른 속도로 휘리릭 풀어내고 다른 어렵고 배점 높은 문제를 위해 시간을 확보해야 하죠.

배경이 장황하면, 듣는 사람은 핵심 내용이 나오기도 전에 '기가 빨립'니다. 별로 관심도 없고, 안 궁금하니 재미없거든요.


상황이 이해 되도록만 해주고 넘어가주는 것이 좋습니다.

아래와 같이 수정해 보겠습니다.

대학교 3학년 여름방학에 ㅇㅇ회사에서 주관한 공모전에 참가했습니다. 저는 팀장으로서, 이공계부터 디자인까지 다양한 전공을 가진 11명의 팀원들과 함께 했습니다. 아무래도 서로의 관심사가 다르다 보니, 공모전에 참가한 목적, 목표 등이 달라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이후 갈등 부분 서술)

어떤가요? 위의 예시가 누구에게나 적절한 정답은 아닐 수 있지만, 간결하게 서술해도 배경이 다 이해가 되지 않나요? 이렇게 심플하면, 면접관들이 담백한 기분으로 컨텐츠에 집중해 주십니다.


결국 여기서 중요한 것은

(1) 내가 무엇을 했고

(2) 어떻게 했고

(3) 무엇을 깨달아서

(4) 회사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입니다.


이 네 가지를 염두에 두고, 불필요한 것을 과감히 쳐내는 연습을 해보세요. 

그리고 이것을 다른 사람에게 시연해 보면서, 교정하고 수정하면 진또배기만 남아 '짧고 굵게' 여러분을 어필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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