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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은 Apr 07. 2024

회사에 대해 물어보세요. 사돈의 팔촌이라도

그 사람이 내가 가고 싶은 회사에 재직 중이라면요


1. 모르는 만큼 멍소리를 한다.


대학원생 시절, 지도교수님은 (그분의 표현을 빌리자면) 소위 '노말'한 학생을 찾는데 몇 번의 실패를 겪고

우리에게 함께 면접에 들어올 것을 요청하셨습니다.

대학원 면접, 겪어보면 회사에 비해 정말 별것 아닌데

지원자들도 그걸 아는지 열심히 준비해 오는 사람은 거의 10%도 안 됐습니다.


우리 연구실은 생태학을 위주로 하는 곳인데, 신약을 개발하고 싶다던가(회사를 가셔야 해요 그럼...)

미생물을 하는 곳인데 사람이 궁금하다던가(물론 사람과 관련된 미생물을 하고 있었습니다만...)

컴퓨터 분석이 주를 이루는 연구실인데 컴퓨터는 딱 질색이라고 한다던가(...)

정말 많고 다양한 학생들이 다녀갔는데,  대체 우리 연구실을 어떻게 알고 왔을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사실 대학원의 경우 관심 있는 랩이 무엇을 하는지는 출판된 논문을 읽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보통 교수님들이 굵은 줄기 안에서 작은 가지 하나씩을 원생들에게 주면서 랩을 이끌어나가는데,

굵은 줄기가 뭔지 잘 모르겠으면 그중 관심 있는 작은 가지를 골라 내가 어떤 연구를 할 수 있을지 가늠해 볼 수 있죠.

하지만, 보통의 학생들은 그 과정을 잘 안 하고 마냥 대학원 졸업을 하면 취업이 잘 된다는 둥(아니야...!) 더 대접받는다는 둥의 이야기를 듣고 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무엇을 하는 연구실인지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 그냥 큰 키워드 하나만 읽고 와서는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를 늘어놓고 가게 되는 것입니다.

극단적으로 예를 들면 암을 공부하고 싶은 친구가 '암'이라는 키워드만 보고 랩을 보는데, 논문을 들춰보지 않으니 쥐 실험이 필수라는 것을 모르고 오는 것이랄까요.


정말정말정말 사람이 급한 랩이 아니고서야 이런 사람이 뽑힐리는 없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런 사람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또 그런데, 회사 면접에서도 생각보다 이런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공공기관 준비하는 사람들 중엔 더더욱 그랬습니다.


제가 지원했던 회사는 직급명은 '연구원'이지만, 사실 연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지원과 관련된 행정일을 하는 곳이었습니다.

연구든 연구지원이든, 어쨌든 '연구'라는 큰 키워드를 가지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적어도 연구란 무엇인지,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떤 게 중요한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면접장에 가보고, 준비도 하면서 느낀 점은

생각보다 사람들이 '네임벨류'만 보고 지원하며, 정작 정확하게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는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그 회사의 키워드는 아는데, '굵은 줄기'와 심지어 '작은 가지'도 잘 모르는 것이지요.


여러 공공기관에 지원한 이력이 있는 사람들은 면접이 능숙합니다.

어떤 점이 능숙하냐면, 공공기관식 네이밍*'하기,

*ex) 융합형 인재교육 STEAM (Science Technology Enginerring Arts Mathematics)

최대한 정치적이지 않으면서 토론의 주제로 삼을 수 있는 주제 찾기,

한눈에 들어오는 모식도 만들기 등 공공기관에서 (사업계획서나 보고서 등에 꼭 들어가야 윗 분들이 결재해 주니까) 좋아하는 것들을 만드는 것에 능합니다.

개인적으로 실무로 가면 굉장히 필요하고 유용한 역량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결국 전 편의 [과자같은 (면접)지원자가 되려면]에서 이야기했던 '질소'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적당히 넣으면 너무 좋지만, 결국 중요한 건 내용과 알맹이, 즉 '과자'인 것이지요.

그 과자는, 내가 이 회사에 대해서 얼마나 공부했는지에 따라 질이 달라지게 됩니다.







2. 회사의 미션과 미전만 알면 멍소리를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회사를 공부하라 하면, 홈페이지에 들어가 먼저 기관 소개를 보고, 기관장 인사말을 보고, 연혁을 보고, 회사의 전반적인 목표를 봅니다.

물론 미션과, 비전, 핵심가지, 인재상 등은 면접뿐만 아니라 서류지원 시에도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제가 만났던 분들 중에서는 각 항목별로 세세하게는 5~6개씩이나 되는 것도 척척 외우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어떤 분은 그 회사가 기반으로 삼는 법령을 줄줄 외우고 계셨다고 하더군요(...)


그분들은 모두 붙었을까요?

적어도 제가 본 분들은 다 떨어지셨습니다. 정말 100%요.

반면에 저는 입사하고 나서도 부끄럽지만 회사 핵심가치 4개조차 못 외웠습니다(...)

하지만 제가 합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명확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회사가 실무적으로는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그래서 내가 지원하는 직렬에서는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남들보다 더 명확하게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회사에 대한 기본 바탕은 미션, 비전, 핵심가치, 목표, 인재상 등이지만, 결국 그 회사가 실질적으로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딴소리를 하고 나오기 십상입니다. (그리고 어차피 미션이나 비전같은 것은 세세한 부분과 키워드가 매년, 혹은 정권에 따라 달라져 달달 외우고 있을 필요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면접관들은 사측이고, 본인이 경험한 회사생활을 바탕으로 우리가 여기서 일을 할만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대학원으로 치면 랩에서 출판한 논문의 Introduction과 methods를 파악하고 오는 것과 동일하다고 생각합니다.

Results와 Disccusion에 대한 이해는 입학하고 나서 랩에서 차츰 키워갈 역량인 것이지요 (물론 그 부분까지 완벽히 이해하고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요...)

회사의 Introduction이 미션, 비전, 핵심가치, 목표, 인재상 등이고

공공기관이면 거기서 발행하는 보고서, 계획서, 공고문 등이 Methods라고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 지원자들은 Introduction은 꽤나 잘 알지만, Methods를 모르기 때문에 면접관의 질문 범위를 다 수용하기 어렵게 됩니다.


그러면 Methods는 단순히 회사에서 발행하는 문건 등으로 파악할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그것은 새발의 피이기 때문에 아주아주 부족합니다.

그래서, 이때는 최대한 인맥을 이용해야 합니다.

제목처럼 '사돈의 팔촌'이라도 물어물어, 하다못해 알바를 한 친구라도 붙잡고 물어봐야 합니다.

"그 회사에서 실질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말입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공공기관은 청년인턴제도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주변에 경험해 본 사람이 많습니다. 또는 경험해 볼 기회가 많습니다.

그리고 취업 정보를 주는 카페에 활성화되어 있는 경우도 있고, 여기는 특히 마음 따뜻한 현직자가 가끔 익명으로 멘토링을 해주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스터디원들 중 한 명이 친한 현직자가 있다던가, 알바 경험이 있다던가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현직자, 혹은 퇴사자라도 만나보는 것이 안 만나보는 것보다 백 배 천 배 낫습니다.


저는 실제로 현직에 계시는 분의 연락처를 과사를 통해 받아서 연락하고 찾아뵙기도 하고,

현직자가 아닌 아르바이트하는 친구, 인턴 했던 사람, 가족의 친구의 형제 등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은 최대한 연락하려고 노력했고

저의 취업준비과정은 확실히 그분들을 만나기 전과 후로 퀄리티의 차이가 납니다.


정말 정말 내가 내향적인 사람이라 주변에 인맥이 많이 없어 수소문하기도 어렵다,

그러면 취업 카페라도 가입하셔서 열심히 찾아보세요. 분명 도와주시는 분이 계실 겁니다.


특히 공공기관 중 사업을 굴리는 직렬은 안 해보면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감 잡기도 어렵습니다. 입사해서도 부서가 다르면 서로 전혀 모르기도 할 정도로 사업의 폭이 방대한 경우가 제법 많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 면접관들은 본인들이 회사에서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질문할 수밖에 없고, 그렇기에 우리가 짐작이라도 하고 있지 않으면 명확한 대답을 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신입이고 현직자가 아니니, 당연히 아무것도 모를 수밖에 없습니다. 100% 파악하는 것도 절대 불가능합니다.

다만, 큼직하게나마 어떤 실무를 하게 되는지 알고 있으면, 회사가 돌아가는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기 때문에 적어도 이상한 대답은 안 할 수 있습니다.


어려워도, 꼭 관련 종사자를 찾아 간단하게라도 멘토링을 받아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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