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마음과 쏟는 마음은 다르지 않나.

사라지는 것들에 대하여

by 영주







쏟아지는 마음과 쏟는 마음은 다르지 않나. 쏟아지는 일은 대체로 저절로 일어나고 쏟는 일은 의지적으로 일으킨다. 쏟아야 할 때 기울지 못하고 그저 쏟아지기에 급급한 때가 있었다. 뚜껑을 제대로 닫지 않은 채 모서리로 세워둔 병처럼 이리저리 위태롭다가 쉽게 넘어져 버렸다. 어쩔 수 없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무책임했던 시간. 스스로 책임질 수 없었던 때.

그때 틈 없는 손으로 쏟아진 나를 쓸어 모아 제자리에 옮겨 담아 주는 이들이 있었다. 나라는 문제가 있다면 그 정답은 ‘결코 잃으면 안 되는 것’이라는 듯, 그런 것을 모으는 중이라는 듯. 그들의 집중한 미간을 지켜볼 때면 나도 언젠가는 쏟아지는 마음이 아니라 쏟는 마음을 갖고 싶었다. 그들이 단단히 나를 잠그면 어느 결에 다시 뚜껑이 열린 채 모서리로 버티는 생활을 반복했지만, 함께 있는 그들 곁에서 나는 ‘쏟는 사람’이 되기 바랐다. 가느다랗고 간절히,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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