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주 Oct 14. 2024

무심 (20231107)

저는 암경험자입니다






알로카시아는 지금 잎이 네 장인데, 한 장이 더 잎을 펼칠 준비를 한다. 잘 자라는 것들 옆에, 줄기만 남기고 잎을 잘라버린 녀석도 있다, 잎에 응애가 자꾸 붙었기 때문에, 응애가 다른 잎으로 번지면 대책이 없으니까. 음, 녀석은 잘린 채로 그럭저럭 잘 있다. 잘린 부분은 딱지가 앉은 것처럼 거무스름하게 남았는데, 그 아래로는 다른 줄기들이 무색하게 싱싱하다.



고양이는 자신의 몸의 상처가 생기고 그것이 장애로 남아도 괘념치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다칠 때의 통증으로 인한 고통이 지나 가면 그걸로 끝, 자신이 겪는 변화는 그저 있었던 일이 되는 걸까. 그러고 보니 산책로에서 마주치던 다리 하나가 없던 개도 그랬던 듯하다. 앞다리 두 개, 뒷다리 하나로 열심히 산책을 즐기던 녀석.



상처에 깊이 관여하지 않는, 식물과 동물 들의 무구한 무심함. 옷을 들춰 볼 때마다 내 상처에 놀라는 겁쟁이 인간과는 다른 그들의 대범함이 탐난다. 통증이 멈췄다면, 딱지가 생기고 감각이 무뎌졌다면, 흉터까지 나로 받아들여야 할 텐데. 나는 아직도 내 상처가 남 같고 아리고 가엽다.



깨끗하게 잊는 일이 나에게도 묘연하지만은 않을 텐데. 흉터, 상처의 자리가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않는 데에 닿을 수 있을까. 마치 손가락과 발가락, 그 끝에 손톱과 발톱처럼 있지만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사는 것처럼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자기만의 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