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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준 May 23. 2022

PM이 뭐 하는 사람이에요?

요즘 나를 가장 괴롭히는 질문.

요즘 부쩍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일이 많은데, 스타트업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를 하고 있다고 소개하면 늘 따라오는 질문이 있다.


프로덕트 매니저가 뭐 하는 사람이에요?


특히 스타트업계, IT업계에 있지 않은 사람들은 대부분 어디서 들어보긴 했으나 정확히 어떤 직업인지 모르고, 사실 내 주변에 PM 하는 지인들끼리도 우리가 뭘 하는지 한 마디로 정의해 보라면 다 다르게 얘기한다 (ㅋㅋ)


사실 개발자는 잘 몰라도 프로그래밍하는 사람, 복잡한 거 하는 사람, 돈 잘 버는 사람(!) 정도로 알고 있고,

디자이너는 잘 몰라도 예쁘고 편하게 만드는 사람,

마케터는 잘 몰라도 제품을 알리고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사람

이라고 알고 있는데, 프로덕트 매니저는 뭘 하는 사람인지 진짜 모른다. 아마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가 있을 것 같은데,


(1) (경험 상) PM은 기업의 규모, 속해있는 산업, 만드는 제품에 따라서 하는 업무가 꽤나 다르고,


(2) 요즘 기획자, 프로젝트 매니저, 프로덕트 매니저, 프로덕트 오너 등 밖에서 보기엔 비슷한 거 같은데 서로 다르다고 하는 단어들이 산재해 있고,


(3) 무엇보다 프로덕트 매니저는 제너럴리스트에 가까워 머릿속에 탁!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기 때문이다.


정작 우리 부모님도 아들이 회사에서 뭘 하고 다니는지 잘 모르신다. 그냥 알아서 잘 다니니까 그러려니 하고 냅두는 것 같은데, 아마 저녁 먹으면서 "근데 내가 회사에서 뭐 하는지 알아?"하고 물어보면 당황하실 듯.




그래서 "프로덕트 매니저가 뭐 하는 사람이에요?"라는 물음에 총 네 가지의 답을 준비해서 말하고 다녀봤다.


일단 최대한 단순하게.

1.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에요"

효과 ⭐⭐⭐


깔끔하고 담백하다. 하지만 이렇게 얘기하면 열에 아홉은 "아 개발자세요?"하고 되묻는다. 그래서 아 개발자는 아니에요라고 하면 아.. 하며 약간 실망한 표정으로 보이는 건 기분 탓이겠지?


더군다나 "제품"이라는 단어에 대해 IT 업계 사람과 그 외 업계 사람이 이해하는 바가 꽤 다르다. 내 경험에 의하면 아직 대다수 사람들에게 제품이란 유형의 무언가를 뜻하는 것이고, 손에 잡히지 않는 소프트웨어를 "제품"이라고 인식하지는 않기 때문.


그래서 두 번째를 준비해봤다.

2. "비즈니스 목표에 맞는 방향으로 기술과 디자인을 통해 고객의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에요"

효과 -


머릿속에 통째로 집어넣고 싶을 정도로 내가 바이블처럼 여기는 마티 케이건의 <인스파이어드>에 소개된 정의다.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PM을 생각해 봤을 때, 이보다 PM을 더 잘 정의한 문장은 없다. PM에게 중요한 모든 요소-비즈니스, 디자인, 기술, 고객의 문제-를 갖추고 있기 때문.


물론 이렇게 답하면 상대방의 반응은 언제나 똑같다.

"...?"


이건 PM이 봤을 때만 가장 와닿는 정의이고, 외부 사람 입장에게는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한 말이라는 걸 깨달았다. 내가 여기저기서 PM 이미지 다 망치고 다니겠구나 싶었다.


저는 비즈니스 목표에 맞는 방향으로 기술과 디자인을 통해 고객의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회사에서 배운 걸 말해봤다.

3. "제품의 성과를 책임지는 사람이에요"

효과 ⭐⭐⭐⭐


역시 좀 모호하다. 하지만 상대방 반응이 그나마 밝다. 구체적으로는 뭔지 모르겠지만, 어렴풋이 알 것 같다는 반응. 제품의 성과를 위해 개발이랑 디자인 빼고 다 한다고 얘기하면 약간 도움이 된다. 조금 안쓰럽게 쳐다보기도 한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도 강조하는 것이, PM은 제품의 성과를 책임지고 성과에서 희열을 느끼는 사람, 또 무엇보다 팀으로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것. 늘 마음에 새기고 다니는 자세이기도 하다. (아닐 수도 있음. 아니면 안 되는데..)


마지막으로는,

4. "기획하는 사람이에요"

효과 ⭐⭐⭐⭐⭐


듣는 사람 입장에서 가장 명쾌하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니... 하지만 내가 큰 자부심을 갖고 있는 PM이라는 일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해 씁쓸하다.




결론

결국 3번 아니면 4번을 택하기로 했다. 내가 하는 일을 굳이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가 없는 이상, 듣는 사람 입장에서 가장 명쾌한 답은 3번/4번이기 때문에. 이렇게 답했는데 상대방이 더 궁금해하면 그때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들을 하는지 부연 설명을 하는 편이다. (그래도 2번은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음)


내가 깊이 존경해 마다 않는 리처드 파인만 선생님은 무엇이든 8살짜리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하게 설명하지 못하면 그건 제대로 이해한 게 아니라고 하셨는데, 세상에 존재하는 8살 꼬맹이들 중 단 한 명도 이해시킬 자신이 없으니 역시 나는 아직 한참 멀었다.


 1  전에 서비스 기획 인턴으로 커리어의  발을 내디뎠을 때는 기획자를 영어로 product manager라고 하는  알고 (service planner 이상하니까) 프로덕트 매니저는 기획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너무 명쾌했고 그래서 UX 많이 공부하고 여러 서비스들을 뜯어보면 내가 하는 일이 점점  쉬워지고 명료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당연히  오산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오히려 경험이 쌓일수록 어려워지는  같다.


갈 길이 멀다. 정진하자.



+ "프로덕트 매니저가 뭐 하는 사람이에요?"라는 질문에 대한 더 명쾌한 답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제가 여기저기 잘 쓰고 다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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