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지역전문가를 꿈꾸며
내 생각에 있는 아시아의 범주는 어디까지인가? 내게 아시아는 어떤 이미지인가?
내가 생각하는 아시아는 한중일, 동남아, 중동으로 구분되었다. 사실 아시아라고 해도 중동지역은 억지로 같이 묶인 느낌이었고 동아시아만 아시아로 인식되었다. 특히 중국문화권의 영향을 받은 국가들이 좁은 의미의 아시아 동질성을 느끼고 있었다. 인도와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동남아를 다녀온 적이 있다. 그들에게 같은 아시아 사람으로서 동질성을 느꼈냐고 물어본다면 아니다. 중동과 인도는 다른 문화권으로 인식되었다. 단순히 지역의 범주로서 아시아라고 포괄적으로 사용하기에 적합한지 의문이 들었다. 나에게 아시아의 범주는 항상 중화권의 영향을 받은 나라로 한정되었다.
베트남에서 3년 이상 생활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아시아의 범주를 특정 짓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글로벌화가 빠르게 지속되고 있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베트남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노래는 팝송과 케이팝이었고, 제사상에는 한국 초코파이가 올라가고 있었다. 일본 기업이 다리를 짓고 중국 저가 상품들이 생활 전반에 스며들어 있었다. 앞으로 각 나라별로 구분 짓기 어려워질 것이다. 기술의 발전은 세상 반대편까지 하루 만에 갈 수 있게 하였고 1초 만에 전 세계 어디와도 연결이 가능하다. 기하급수적인 기술발전과 글로벌화는 좁은 의미로 아시아를 범주화하기 어렵다고 생각되었다. 더욱 포괄적이고 넓게 국가 간의 상호관계를 알아야 하지 않을까?
아시아지역전문가란 무엇이며, 무엇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필자는 유튜버 슈카월드 채널을 즐겨본다. 특히 역사 이야기를 즐겨보는데, 한 가지 이슈에 대한 역사적 배경을 일목요연하게 잘 설명해준다. 학술적으로 뛰어나지 않지만 국가 간의 관계와 흐름을 잘 연결하여 국제적 질서와 이슈를 파악하는데 도움을 준다. 앞으로 아시아지역전문가가 필요한 이유는 슈카월드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하나의 국가 이슈가 단순히 국가 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 문제라는 점이다. 중국부터 미국까지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는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을 보면 단순히 하나의 국가만 공부해서는 글로벌화가 된 국제질서에 대응하기 어렵다. 국가 간의 연결고리와 국제질서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넓은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
또한,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에 필요하다. 아세안은 중국 미국 뒤를 이어 수출 3위를 기록하는 큰 무역시장이다. 특히 베트남은 중국 다음으로 공장기지로 활용되며 이미 한국 기업이 1만 개 이상 진출해있다. 태국과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니 역시 많은 기업들이 들어와 있다. 하지만 신남방정책의 큰 틀에서 아세안에 대한 연구는 부족하다. 아직 단일 국가 단위로만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경제규모나 규모적 수치는 아세안 전체 단위를 사용한다면 연구도 보다 큰 단위로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국제적 흐름은 하나의 경제주체로 묶이는 추세다. ASEAN(동남아 국가연합) APEC(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 TPP(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 , 상하이 협력기구(SCO) 등 저마다의 이익에 맞추어 공동체화되고 있다. 앞으로도 경제공동체 및 국제질서에 따른 공동체화가 가속화될 것이다. 이러한 큰 틀의 주체로서 연구는 더욱 필요하고 독립된 분야로서 자리매김해야 한다.
*해당 에세이는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주최한 1기 아시아 지역전문가 과정을 들으며 작성한 개인 의견이 담긴 에세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