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에세이는 2020년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주최한 아시아지역전문가 과정 중 쓴 에세이입니다.
현재의 인도를 생각할 때 영국을 빼고 생각하기 힘들다. 약 200년 동안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으면서 영국의 많은 부분을 받아들였으며 그중에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군대와 의회이다. 인도는 신기하게 군부 쿠데타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분리독립을 한 파키스탄이 건국 초기부터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던 것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확연하게 난다. 왜 인도는 파키스탄과 달리 쿠데타가 일어나지 않았을까?
먼저 영국의 식민지배에서 군부의 위치가 중요하다. 영국은 거대한 인구와 땅을 효율적으로 지배하면서 충성스러운 군대를 유지하고 싶어 했다. 그렇기에 군대를 우대하며 일부 지역 사람들 위주로 기득권 및 군인을 양성하였고 몇몇 부족은 차별화하며 군부를 그들과 다른 위치로 설정했다. 이러한 정책은 식민사회에서 효과적으로 발휘되었지만 독립 이후 미얀마 같은 국가에서는 큰 갈등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러한 환경에서 네루를 중심으로 인도가 독립하게 되고 네루는 군이 좀 더 다양한 종족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립 당시에도 대부분 기존의 소수집단으로 이루어진 계층이 군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군부 내 소수집단 사이의 일체감이 형성되고 군이 정치에 개입할 상황이 매우 높아질 수 있었다. 이에 인도는 독립 초기 때부터 군의 정치적 활동을 제한하고 군부의 장교 집단을 뿔뿔이 흩어지게 하고 다양한 부족들로 섞이게 한다. 파벌 방지를 위해 군 조직도 파편화하고 일부 조직이 큰 힘을 가지지 못하도록 많은 제한을 걸어놓게 된다. 이러한 노력으로 군사 쿠데타는 한 번도 일어나지 않게 되지만 1962년 인도- 중국 간의 무력충돌에서 볼 수 있듯이 군의 군사적 조직력 및 전투력은 매우 떨어지게 되는 단점도 가져왔다. 하지만 파키스탄이 쿠데타로 몸살을 앓는 것과 대비해 비교적 안정적으로 군을 통제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하지만 의회 및 민주주의 부분에서는 의문점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인도는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방법으로 정권이 이양되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독립 이후 '네루 왕조'라 불릴 정도로 40년간 특정 정당이 독점적 집권이 이어지는 가 하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정치적 불안감만 가중되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 몇 가지 부분으로 고민해볼 수 있었다.
혈통과 집단주의 그리고 언론 부패
인디라 간디가 총리인 시절 주의회를 해산하고 연방의회가 대신하는 등 중앙집권 독재적인 부분을 많이 보인다. 특히 1975년 부정선거가 밝혀졌음에도 비상사태를 선포해 강압적인 통치를 한다. 정치적 탄압을 지속하지만 하야한다. 그럼에도 신기하게도 80년에 다시 재집권을 한다. 1984년 시크교의 독립투쟁으로 시크교를 강경 진압하며 학살을 자행하고 그로 인해 암살을 당한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후 인디라 간디를 추모하며 그 뒤를 이어 라지브 간디 그의 아들과 기존 회의당이 압도적인 몰표를 받게 된다. 이후에도 소니아 간디 그리고 최근의 라훌 간디까지 혈통의 맹목적인 믿음이 집단과 결합하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준다. 민주주의가 좋은 방향이라면 누구에게나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개인의 생각보다 집단의 생각이 우선시될 때 군중들은 생각 없이 표를 던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인도의 언론 지수는 140위 최하위권이다. 언론이 부패하고 뚜렷한 정보를 받아들이기 힘들 때 얼마나 잘못된 정보에 휘둘릴 수 있는지 보여준다.
카스트로 인한 계층 이익 우선
인도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카스트 제도일 것이다. 지금까지도 남아있는 혈통에 따른 계급 분류는 전 세계로 보아도 흔치 않은 구조이다. 위의 집단주의와 맞물리지만 카스트 계급 간의 갈등과 과반수를 차지하는 카스트 계급이 자신의 계급의 이익을 우선시할 수 있다는 점도 민주주의의 큰 맹점이다.
인도는 문맹률이 높은 데다 국민들의 정치의식보다 집단과 혈통을 우선시하고 정당은 언론을 통해 갈등을 조장하며 민주주의를 표방하지만 올바른 방향인지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개인적인 시각에 본 인도의 민주주의는 큰 변혁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