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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Feb 15. 2024

이강인이 놓친 캡틴의 의미

London Life

캡틴의 의미

  

  

이강인이 간과한 것은 캡틴의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선후배 또는 나이 문제는 아니라고 볼 수 있어요. 사과했으니 성숙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저는 운동을 한 적이 없어서 영국에 오기 전까지는 캡틴의 의미를 잘 몰랐습니다. 영국 신문에 운동선수의 사망, 결혼이나 출산과 관련한 뉴스가 나올 때면, 반드시 이름과 함께 캡틴 여부를 같이 써주죠. 전 크리켓 대표팀 캡틴인 Ian Botham은 어쩌고저쩌고 그런 식입니다.


캡틴의 명애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죠. 캡틴은 팀의 철학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어요. 지난해에 로열 더녹 골프클럽의 캡틴을 만났는데요. 그는 영국 최고 권위의 훈장 소유자이기도 했어요. CBE 훈장과 캡틴 중에 어느 것이 더 명예로우냐는 질문에 그는 ‘캡틴 경험은 너무 소중하다’라고 에둘러서 말했죠. 캡틴이 훨씬 명예롭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어요. 그만큼 부담스러운 자리이기도 하죠. 타이가 우즈에게 라이더 컵 캡틴을 맡으라는 요청이 있지만, 그리고 언젠가 그가 하겠지만, 지금 당장은 부담을 감당할 준비가 안되어 있는 것 같아요. 개인 종목 선수들에게는 생소한 부담이라 더 힘들죠.


팀스포츠에서 캡틴의 명예는 더 높죠. 크리켓, 럭비, 축구에서 캡틴의 의미는 영국에서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어요. 고등학교 스포츠 팀 캡틴도 대단한 명예죠. 그것은 강력한 리더십과 실력의 상징이죠. 캡틴은 대학도 잘 가죠. 하버드나 예일이 공부 잘한다고 가는 것이 아니고, 캡틴이라고 가는 것도 아니지만, 공부 잘하고 캡틴이면 거의 따놓은 당상이죠. (물론 이건 과장이죠. 하버드에 따놓은 당상이 있겠습니까?)


로잉팀 캡틴도 대단해요. 로잉은 선수들 호흡 하나하나가 중요하기 때문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팀 스피릿이 중요하죠. 누군가 실수해도 팀원을 절대 비난해서는 안되죠. 그러나 아이들이 그렇게 되나요? 서로 비난하는 경우가 있죠. 그러면 캡틴에게 작살나죠. 물론 때린다는 의미는 아니고요. 그런 팀을 만드는 책임은 코치에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캡틴에 있죠. 왜냐면 코치는 배에 같이 타지 않거든요. 헨리 로열 르가타에 단골로 출전하는 고등학교 로잉팀 캡틴을 하면, 하버드에 가까워지죠. 하버드가 원하는 인재상과 잘 맞기 때문이죠. 지난해에 하버드, 예일 등의 대학이 우리 둘째 아이 로잉팀 캡틴을 장학금 주고 서로 데려가려고 했어요. 그러니 로잉 캡틴을 서로 하려고 난리죠. 아무나 할 수 없는 자리고요. 치맛바람이나 선생님한테 잘 보였다고 할 수 있는 자리가 절대 아니죠.



캡틴한테 욕을 한다는 것은 팀을 나가겠다는 거죠. 캡틴에게 주먹을 휘두르면 팀을 나가도 다른 팀에서 받아주지 않아요. 팀 스피릿을 이해 못 하는 선수니까요. 이강인이 ‘대표팀 안 해도 그만이다’라고 말했다고 전해지는데, 그렇다면 주먹을 휘두른 것도 조금 이해가 되네요. 만일 캡틴이 이런 이유로 다음 경기 출전 금지를 요청했다면 감독은 당연히 받아들였어야 해요. 이것은 전술의 문제가 아니고 팀정신의 문제니까요. 좋지 않은 캡틴이 있을 수 있지만, 캡틴에 대한 도전이 이런 식으로 일어나서는 안되죠.


소속팀에서는 그러지 않겠죠. 혹시 축구에서 월드클래스가 되면, 팀에서도 그럴 수 있을까요? 그러면 평생 캡틴은 못하고 끝나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강인 이름 앞에 전 캡틴이란 타이틀은 달리지 않겠죠.


스포츠 종목 캡틴에 대한 존중이 없는 사회는 정치 리더에 대한 존중도 없을까요? 리더에 대한 존중이 최고의 가치는 아니지만, 리더십은 중요하죠. 특히 매일매일 상대를 이겨야 하는 게임에서는 더욱 그렇죠.


영국에서 캡틴이 그런 의미라고 해서 우리 사회에서도 같은 의미일 필요는 없을 거예요. 그런데 축구는 영국에서 시작한 거잖아요. 미국 태권도 선수가 한국 태권도 정신에 대해서 I don’t care라고 말할 수가 있을까요? 그리고 이강인 선수가 뛰는 프랑스도 다르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이강인 선수의 국적인 우리나라 룰을 따라 나이와 선배 여부로 따진다면, 이강인 선수에게 더 가혹할 걸요! 그건 스포츠 정신이나 팀 정신의 문제가 아니라 인성의 문제로 넘어갈 테니까요.


협회가 사실을 빨리 확인해 준 것(누출했다면 다른 이야기지만)과 이강인 선수가 신속히 사과한 것은 잘한 거죠. 인정과 사과는 타인을 내 편으로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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