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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monfresh Jan 27. 2022

사랑한다는 것

나는 누구에게 개인적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해본 적이 없다. 그런 소리를 듣는 것도 못한다.

오히려 내게 사랑한다는 말은 공적인 영역에 속한다.

"사랑하는 어린이 여러분!"

"사랑하는 우리 ㅇㅇ가 이러면 쓰나?"

그러나 손주들이 태어나자 '사랑' 이외의 다른 말로는 표현이 안 되는 감정이 있다는 것을 알겠다.


얼마 전에 손자 호수가 감기로 인한 장염 증상으로 밤새 토하고 설사를 해서 병원에 갔을 때의 일이다. 내가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은 호수가  병원에서 수액을 맞고 있을 때였다. 주사를 무서워하는 아이가 링거를 맞게 될 때 얼마나 겁이 났을까. 뒤에 들은 바로는 완강하게 거부하고 크게 울었던가 보았다. 그러나 내가 통화를 했을 때는 이미 어려운 과정을 다하고 수액을 맞으면서 의젓하게 전화를 받았다. 그래서 내가 위로를 해주고 내 마음을 전해 주었다. "호수야, 사랑해." 호수는 간단하게 "네!"하고 대답했다.


나는 내 인생의 무거운 과제들을 이제 다 했다고 생각한다. 남은 인생은 가벼운 마음으로 마음껏 사랑하며 살려한다. 특히 손주들에게는 더 그렇다. 언제나 포근히 포용해주는, 부엌에는 따뜻한 음식이 있고  마음에는 오랜 삶의 지혜가 있는 할머니가 되어주고 싶다. 또한 바깥에서도 다른 이들의 인정과 존경을 받는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 이게 내가 그들을 사랑하는 방법이다. 또한 내가 사랑하는 그들이 언제까지나 내 인생의 자랑이 되어주길 바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갓 스무 살 초입에 이성교제에 대한 어떤 이의 조언 중에 마음에 새겨두었던 말이 있다.

"건전한 이성교제는 서로를 성장시킨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건강한 연애가 아니다."

그 말은 비단 연애에서 만이 아니라 이후에 맺게 된 여러 관계에서 건전성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었다. 친구, 직장동료도 관계의 본질은 다 마찬가지다.


나중에 손주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찾았다고 할 때도 나는 이 기준을 생각해보라고 할 것이다.

"너희의 교제가 서로를 성장시키고 있느냐?"

그리고 내게 인사를 시키러 데려왔을 때 들려줄 할머니의 지혜의 말씀도 미리 생각해 두었다.

"서로에게 자랑이 되어주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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