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lemonfresh
Feb 20. 2022
어느 날 퇴근길이었다. 차를 타고 남산(아산에도 남산이 있다.) 터널을 지나 신정호 옆길을 지나는데 길가 밭에서 군데군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농사 시작에 앞서 지난해 농작물의 잔해를 모아 태우는 것이다. 연기가 차 안으로 들어왔는지 낙엽 태울 때 나는 냄새가 났다. 고향의 추억 같은 냄새다.
나는 시내 주택가에서 자라서 그럴만한 추억이 없는데 왜 그런 것들에서 고향을 느낄까? 내게 고향의 기억이라면 오히려 동네 골목길, 매일 같은 시간에 술밥을 찌던 양조장,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던 성당의 마당, 동네 어른들이 공마당이라 부르던 온양온천 국민학교 운동장, 분수대가 있던 역 광장이어야 할 것이다.
아마도 어느 사이 나는 고향의 의미를 장소만이 아닌 시간의 의미로 확장했는지 모른다. 오래된 시간 속의 어느 지점, 그 어렴풋한 기억이 모두 나의 살던 고향이 되었다. 그래서 몸은 현재의 어느 장소를 지나고 있지만 봄이 되어가는 어느 날의 저녁 햇빛과 묵은 낙엽을 태우는 냄새, 해가 더 기울기 전에 부지런히 집으로 돌아가는 심정은 어릴 적 이른 봄날의 어느 때를 지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어느 날 문득 고향이 내게로 왔다. 특별히 바랄 것이 없던, 그래서 부족해도 부족하지 않던, 내 몸과 마음을 길러준 그 빛나는 시절에 찬사와 그리움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