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lemonfresh
Feb 28. 2022
얼마 전 창가에서 키우던 다육식물을 정리했다. 그중 하나가 예쁘게 잘 자랐다. 전에 한 번 손질을 한 적이 있었다. 나는 그것이 작년이었던 줄 알았는데 사진 찍어 놓은 것을 보니 재작년의 일이었다. 듬성듬성하던 것이 이렇게 빡빡하게 자라는 데에 꼬박 이 년이 걸린 것이다.
밭에 나무를 심었다. 한 곳에는 측백나무를, 또 한 곳에는 소나무 묘목을 심었다. 밭을 제대로 가꾸지 못해서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 어디에 나무가 들었는지 눈에 잘 뜨이지도 않았다. 그 풀을 다 뽑을 수도 없고 해서 그때는 밭을 버린 줄 알았었다. 삼사 년 지나니 묘목들이 키가 좀 커서 풀 위로 솟아올랐다. 풀들은 여전히 극성스럽겠지만 이제 햇빛 경쟁에서 묘목들이 지지는 않을 것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나무들이 더 유리해질 것이다. 이렇게 될 것을 알았더라면 걱정 없이 기다릴 수 있었을 것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알게 되는 것 중 하나가 시간이 필요한 일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시간을 의연히 지내는 것은 정말 어렵다.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키우는 것도 그렇다. 잘 될 거라는 믿음이 확고하다면 작은 일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을 것이다. 확신이 없어서 불안한 것이다.
나도 마음이 때때로 불안하다. 수시로 불안하다는 말이 더 맞겠다. 불안한 요소들은 개인적인 것부터 사회적인 것까지 매우 다양하다. 국력이 커져 가는 구간을 살았던 우리 세대는 한 세상 잘 살았지만 손주들의 세대가 어떻게 될 것인지, 예전에 아무 걱정 없을 때에는 태산 같았던 나라의 존재가, 이 사회의 나아가는 향방이, 지금은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걱정스럽다. 이것이 내가 사회에 관심이 생기면서 비롯된 걱정인지 실제로 걱정할만해서 생긴 걱정인지 잘 모르겠다.
지금 발등에 떨어진 걱정은 코앞으로 다가온 개학과 코로나의 확산이다.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학사 운영 준비를 다 해 놓았지만 학생 교직원 등 확진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오니 개학 후 어떻게 될 것인지 마음이 불안하다. 살얼음이 깨질 것을 알면서도 건너야 하는 이의 심정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해결이 될 것이다. 그때까지가 걱정이다. 모든 문제는 생겨났다가 결국 소멸된다. 코로나를 이겨내는 것도, 아이들을 키워내는 것도,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잡는 것도 잘 되기를 희망한다. 힘든 시간이 얼른 지나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