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서 온양 나가는 길가에 낮은 울타리가 있는 집이 있다. 그 옆을 지날 때마다 나는 작년에 피었던 채송화를 생각한다.
채송화는 내가 익히 아는 꽃인데 나는 그게 채송화였던 줄을 몰랐었다. 차를 타고 휘익 지나던 차에 빨간 꽃이 피어있는 키가 낮은 꽃을 보았다. 내가 어느 날엔가 차를 멈추고 저 꽃을 자세히 좀 보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지날 때는 차를 멈추어 서기가 마땅치 않았고, 지나치고 나서는 잊어버렸다. 그러기를 몇 차례 반복하다가 어느 날 남편과 함께 그 길을 지나게 되었다.
"저기 저기, 내가 말하던 게 저 꽃이에요."
"저거 채송화잖아."
"채송화? 아닐텐데?!"
채송화가 저렇다고? 어렸을 적에 내가 다니던 온양온천국민학교 화단에도 있었고 우리 집 마당에도 있었던 채송화, 내가 모를 리가 없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그때는 여러 색깔 꽃이 섞여있었고 그 집 울타리에는 빨간 꽃만 무리 지어 피어있었다. 빨강에 약간 자줏빛이 도는, 전에는 보지못한 색깔이었다. 그래서 생소하고 새로웠던 거다. 코스모스로 생각한다면 자주색 꽃만 모아서 피어있다면 이런 느낌일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는 꽃을 보기가 어려워졌다. 계절도 지나고 채송화도 늙었기 때문이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꽃이 사그라들다가 어느 날은 집주인이 울타리 정리를 하면서 모두 사라졌다. 다시 새봄이 온 지금 그 집 앞을 지날 때마다 쳐다 보아도 아직 아무것도 나지 않았다. 그래도 꽃씨가 떨어졌을 테니 올여름에도 꽃이 필 거라고 생각한다.
채송화는 그 집 울타리에 피어도 기쁨은 채송화를 보는 사람 누구든지 가질 수 있다. 나는 남의집 채송화가 피어나기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