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풀밭에 잠시 머물렀다. 물결이 일렁일렁 밀려왔지만 내게 닿지는 않았다. 풀밭에 앉아 너를 생각했다. 생각의 물결은 퍼져가지만 네게 닿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너는 알 것이다. 그 물가에 물결이 이는 것을 가보지 않고도 내가 알듯이 너도 그렇게 알 것이다. * * * 신정호 물가에 앉아 생각했다. 지난 주말에 와서 놀다간 손자 손녀, 곧 기일이 다가오는 삼 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 낮에 잠시 소식을 나누었던 시집간 딸, 오랜만에 안부를 전해온 친구들, 만나지는 않아도 우리는 그 마음이 있음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