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햇빛으로 무얼 하나요?

by lemonfresh

슬기로운 생활시간에 아이들이 공부한 것 중 햇빛이 우리 생활과 어떤 관련이 있으며 사람들이 햇빛을 어떻게 이용하는가 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이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사람들이 햇빛으로 무얼 하나요?’ 아이들의 답변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사람들이 햇빛으로 꽃과 벼를 키웁니다.

꽃을 키워서 예쁘게 장식을 하고 벼를 키워서 밥을 해 먹습니다. *김0영*

빨래도 말리고 운동화 말리는 데도 씁니다. 햇빛이 흐린 날은 빨래가 잘 마르지 않습니다. *김0현*


햇곡식과 햇과일을 말립니다.

곶감을 만들 때도 씁니다. *김0연*


소독을 합니다.

이불을 햇빛에 말리면 깨끗해집니다.

햇빛 냄새도 나고 보송보송해집니다. *김0로*

아이들이 햇빛으로 놀이를 합니다.

그림자밟기 놀이도 하고 꼬리잡기 놀이도 합니다. *이0현*

색종이 태우는 놀이도 합니다.

돋보기로 햇빛을 모아서 검은 색종이에 비추면 타서 구멍이 납니다. *최0윤*


공부할 때도 쓰고 학교 다닐 때도 씁니다. 햇빛이 없으면 등불을 들고 다녀야 하고 공부할 때도 불을 켜야 합니다. *허0비*


햇빛이 동물들을 자라게 해 줍니다.

사슴, 돼지, 개, 염소, 토끼, 공작새도 햇빛이 필요합니다. *김0수*


햇빛은 앞을 잘 보게 해 줍니다.

해가 없으면 깜깜해서 잘 볼 수 없습니다. *송0규*


사람들이 햇빛으로 농사를 짓습니다.

벼, 고구마, 감자. 콩, 배추, 무, 깨, 녹두, 당근, 열무 들을 키웁니다. *이0하*


햇빛으로 몸을 따뜻하게 합니다.

햇빛이 없으면 춥고 물도 얼고 동물도 사람도 얼어버립니다. *정0철*


그래서 제가 물었습니다.

“동물이 얼어?”

“네.”

“식물들은?”

“식물들도요.”

“사람도 얼고?”

“네.”

“그럼 햇빛이 없으면 동물도 식물도 사람도 다 죽겠네?”

“...... 죽지는 않아요.”

“다 얼어버리는 데도?”

“그래도 죽지는 않아요. 그럼 우리들이 어떻게 살아있어요?”

“그건 해가 있으니까 산 거지.”

“해가 없을 때도 있는데…….”

“그건 해가 없는 것이 아니라 잠시 너희들 눈에 보이지 않았던 거야. 계속 해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

“…….”

“동물도 식물도 키울 수 없고, 그러면 먹을 것도 없고, 모두 다 꽁꽁 얼어버리고……. ”

“…….”

재차 물어도 대답이 없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햇빛이 우리 생명을 유지하는데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아채기를 바랐습니다. 그건 아이들이 스스로 대답한 태양으로부터 열과 빛을 얻어 동식물을 키운다는 것에 이미 내포된 사실이기도 한데 아이들은 대답을 유보하더군요. 제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한 아이가 혼잣말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들은 햇빛이 없어서 죽어보지 않았으니까 알 수 없어…….”

딱 부러지게 아니라고는 안 하고 슬쩍 대답을 흐리는 것을 보니 머리로는 알겠는데 그렇게 말하고 싶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그래서 저도 아이들에게 계속 생각해 보라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 얘들아. 너희들 마음 알겠다. 위 학년에서 더 자세히 배울 때까지 일단 모르는 것으로 해두자꾸나.’

*(^-^)*


2002. 10. 8


나는 그때 수덕사 아랫마을에 있는 수덕초등학교에 근무하고 있었고

2002학년도에는 2학년 담임을 했다. 우리 반 아이들이 11명이었다. 그때 생각을 하니 마치 옛날 영화를 다시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희미하고 아련하고 아름다웠던 시절,

그게 정말 내게 있었던 현실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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