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lemonfresh Mar 9. 2023
국어시간입니다. 흥부가 박을 타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공부할 거리는 ‘흥부가 부자가 된 다음에 어떻게 하였을까요?’인데 각자 생각해 보고 이야기를 나누기로 하였습니다. 아이들의 의견은 대체로 '식구들과 함께 부자로 잘 살았다'하는 것과 흥부가 착한 사람이니 만큼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었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습니다.
-흥부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나누어 준다.
-마누라(*^^*)에게 비단옷을 사 준다.
-놀부가 흥부 흉내 내다가 망했기 때문에 놀부 네를 도와준다. 등
그중에서도 수*는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지 흥부네 자식들을 총 동원하여 역할 분담을 해놓았더군요
-큰아들 둘째 아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집을 짓고,
셋째, 넷째 딸들은 밥을 짓고,
다섯째 여섯째는 돈을 나누어 주고,
일곱째 딸에게는 떡을 나누어 주게 한다.
윤*이의 의견은 부자가 된 흥부가 자기 자식들에게 용돈을 올려주었을 거라고 합니다.
-첫째에게는 1,000원, 둘째에게는 900원, 셋째서 부터는 똑같이 500원씩 준다.
그래서 제가 물어보았습니다.
-용돈은 왜 1,000원 이하로 정했으며, 왜 순서에 따라 돈이 적어지는가? 그리고 셋째는 왜 800원이 아니고 500원으로 떨어지는가?
윤*이 대답이 ‘그냥’ 그렇답니다.
큰아들은 특별대우고, 둘째까지는 무시할 수 없는데 아이들이 워낙 많다 보니 셋째서부터는 일괄로 500원씩 지급을 하나 봅니다. 다른 아이들도 큰 애들을 더 주는 것에 대해서는 대체로 타당하다는 반응이고, 셋째는 800원, 그다음은 700원 그런 식으로 100원씩 내려가되 제일 적은 금액을 500원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다시 물었습니다.
“흥부는 이미 아주 큰 부자가 되었는데 아이들 용돈을 1,000원만 줄까?”
“아니요. 돈 많이 줄 것 같아요. 흥부는 부자고 마음씨가 착하니까 돈을 많이 줘요.”
“아니에요. 돈 많이 쓰면 다시 가난해지니까 조금씩만 줘요.”
찬반양론이 나오더군요. 은비가 다시 수정안을 내놓았습니다.
“저 같으면 똑같이 5,000원씩 주고 아껴 쓰라고 하겠어요.”
아버지가 부자인데 용돈 1,000원은 너무 박하고 그렇다고 아이들이 돈을 함부로 쓰는 것도 좋지 않으니까 용돈은 넉넉히 주되 아껴 쓰는 걸 가르치겠다 합니다.
“선생님, 그런데 옛날에는 1,000원도 많은 것 아니었어요?”
다른 아이가 화폐가치를 비교하고 나왔습니다.
“맞아 맞아. 우리 엄마가 그러시는데 옛날에는 육개장 사발면이 50원이었다는데…….”
“맞아. 건빵은 10원이고, 라면은 20원이었대. 그리고 짜장면은 50원이고.”
애들하고 살다 보면 이렇게 아홉 살 바기들에게 옛날이야기를 듣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놀란척 정색을 하고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그으래? 정말?”
“네. 정말이에요. 진짜 그랬대요.”
그건 그렇고 제가 다시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그럼 너희들은 흥부가 자식들에게 용돈을 많이 주는 것에 찬성이야?”
“네!”
“너희들도 엄마가 용돈 많이 주면 좋겠네?”
“네. 아니요!”
‘네’면 ‘네’고, ‘아니요’면 ‘아니요’지 ‘네. 아니오.’는 뭐란 말인지? 아이들이 제 반응을 보고 이해를 잘 못하는 것 같으니까 부연 설명을 해줍니다.
“있잖아요. 용돈 많이 주면 좋긴 한데 한꺼번에 다 쓰면 안 돼요. 엄마가 용돈 1,000원 주시고 이틀 동안 사 먹으라고 그랬는데, 제가 하루에 다 사 먹어서 그다음 날 못 사 먹은 적이 많거든요? 아이들에게 용돈을 많이 주면 주는 대로 다 쓸 수도 있으니까 아껴서 쓰라고 꼭 말을 해줘야 돼요.”
다른 아이들이 그 의견에 덧붙여서 하는 말이 ‘먹을 것은 마음대로 사 먹어라. 그 외에는 아껴 써라.’한답니다. ‘뱃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괜찮은데 이빨이 썩으면 안 되니까 생각해서 해야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아이들의 의견을 수렴하려고 다시 물어보았지요.
너희들이 부자라면 아이들 용돈 문제를 어떻게 하겠는가?
1. 많이 준다.
2. 조금 준다.
많이 주는 것에 7표, 조금 주는 것에 4표가 나왔습니다. 많고 적음의 기준을 딱 얼마라고 정할 수는 없지만 일단 아이들의 의식은 알 수 있었는데, 많이준다는 것은 아껴 쓴다는 전제하에서 그렇고 조금 준다는 것은 아이들은 (자기들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아껴 쓰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그렇다고 합니다.
* * *
저도 아이들 키우면서 용돈 문제로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보았습니다. 넉넉히 주어 보기도 하고 필요한 것 계산해서 주어 보기도 하는데 적당한 금액을 정하기가 어렵더군요. 복지정책이 잘 된 어느 나라에서는 직업을 갖지 못한 국민들에게 실업수당을 얼마를 주는 것이 적당한가 하는 것이 정부의 주요한 고민거리 중에 하나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실업수당이 너무 적으면 가난한 사람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게 되고 너무 많으면 국민들이 근로의욕을 잃는다 하던가요? 흥부가 부자가 된 다음 아이들 용돈을 얼마를 주면 좋을까 하는 문제 역시 규모는 달라도 문제의 본질은 똑같다는 생각입니다.
혹시 모르지요. 나중에 나박소(학교가 있던 마을의 옛 부락 이름. 옛날에 '소도'가 있었다고 함) 아이들이 컸을 때 그중에 나라 살림 맡아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아이들 용돈을 많이 준다는 7명의 어린이들 중에서 우리나라 복지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이 나온다면 최저생활보장이라는 생계보조금이 좀 후해질지도 모릅니다. 단 아껴 써야 한다는 단서를 달아서 말이지요. *^^*
2002. 10.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