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lemonfresh Apr 28. 2023
어제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 해서 우리 2학년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6학년 아이들이 올 시간이 되었습니다. 제가 교수방법과 관련하여 연구를 하는데 필요한 데이터를 얻느라고 5학년과 6학년 아이들을 일주일에 두 시간씩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다른 애들은 이미 집에 갔고 보*이와 양*가 가방을 들고나가면서 인사를 하더군요.
“어, 그래. 잘 가!”
“아... 아니 잠깐. 저 뒤에 누가 낙엽 갖다가 저렇게 어질렀니? 6학년 언니들 곧 공부하러 올 텐데 언니들이 흉보겠다.”
“네. 알았어요. 잠깐만요.”
저는 수업 준비로 짬을 낼 수가 없어서 보*이와 양*가 서툴게 비로 교실 바닥을 쓸게 되었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6학년 보라가 좀 일찍 왔습니다. 2학년 아이들이 청소를 하는 것을 보더니 아무 말 없이 빗자루 찾아 들더군요. 저는 그냥 못 본 체하고 하던 일을 계속하고 있었지요. 다 치우고 좀 있으니 6학년 아이들이 우르르 들어와서 수업을 하고 갔습니다. 6학년 아이들까지 가고 난 뒤에 나머지 청소는 제가 다시 했지요. 비로 쓸고 청소기 들고 두어 번 왔다 갔다 하고 책상 줄 맞추면 됩니다.
오늘 아침에 교실에 들어갔습니다. 양*와 보*이가 제게 묻습니다.
“선생님, 어제 보라 언니가 어떻게 했는지 아세요?”
“몰라. 어떻게 했는데?”
“자기가 신데렐라래요.”
“신데렐라? 자기가 공주님이래?”
“아니요. ‘신데렐라’라구요.”
제가 무슨 소리인지 잘 못 알아들으니까 부연 설명을 해 줍니다.
“있잖아요. 우리가 언니보고 ‘여기 쓸어!’하면 ‘네. 엄마.’하면서 쓰는 거예요.”
보라가 들어와서 어른스럽게 청소를 도와주기에 ‘착하구나. 고맙다.’ 하고만 생각했었는데
제가 교무실 왔다 갔다 하면서 못 보는 사이에 그런 장난들을 했었나 봅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언니 만났는데 우리 보고 뭐랬는지 아세요?”
“몰라. 뭐랬는데?”
“‘엄마 안녕하세요?’ 그랬어요.”
“그랬어?”
보라는 얼굴도 예쁜 데다가 마음씨도 착하고 유머도 알고. 평소에 담임선생님도 ‘보라는 나중에 세상살이가 괜찮을 거다.’ 하시더니만……. *^^*
2002. 1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