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되어 어떤 일을 할까?

by lemonfresh

국어시간에 ‘나는 무엇이 되어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요?’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활동이 있었습니다. 대답을 하기 전에 자기의 생각을 짧게 정리하여 써 보도록 하였습니다.


*아이들의 이야기*

나는 구름이 되어서 새들이랑 놀 것입니다.

시원한 바람을 타고 여행도 하고 싶습니다.

밤에는 별도 볼 것입니다. *송0규*

(이만하면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상상력에 손색이 없습니다. 생각도 아이답고 밝은 것이...)


나는 비행기가 되고 싶어요.

내가 비행기라면 친구들을 태우고 여행을 갈 거예요.

하늘 높이 나는 새와 함께 여행을 갈 거예요. *김0수*

(역시 지극히 어린아이다운 생각)


나는 배가 되고 싶습니다.

돌고래와 상어와 다른 물고기들을 다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을 태워주겠습니다. *김0영*

(위의 이야기의 ‘배’ 버전입니다.)


나는 새가 되겠습니다.

하늘을 날아가며 구름에도 앉아보고 다른 새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이0현*

(이건 또 ‘새’ 버전 인가?)


나는 자동차가 되어서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습니다.

물건도 실어주고 사람들도 태워주면 모두들 나를 좋아할 거예요. *허0비*

(‘자동차’ 버전도 있고... *^^*)


나는 전기가 되겠습니다.

사람들을 환하게 비추어 주겠습니다.

그리고 전기 만드는 데 가서 전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도 보겠습니다. *김0현*

(이건 좀 다른 아이디어네요. 전기가 도대체 어떻게 해서 생기나 궁금했던가 봅니다.)

나는 시냇물 속의 돌이 될 것입니다.

물고기도 숨겨주고 추울 때 따뜻하게 안아주면서 시냇물 속에 사는 생물들을 보호해 줄 것입니다. *김0로*

(얘는 언제나 이런 식입니다. 조금 문학적이고 다른 사람과 비슷한 아이디어는 되도록 내놓지 않습니다.)


나는 나무가 되고 싶습니다.

더울 때 나무 그늘로 시원하게 해 주면 사람들이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명0영*

(전학 가기 전에 쓴 쪽지입니다. 이 녀석 전학 가서 학교 잘 다니나? 오늘 그 학교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었습니다. 전학서류 파일이 오류가 났다고 다시 보내달라고. 그 소리만 들어도 반갑더군요.)

나는 해님이 되겠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을 비춰주고 고추와 대추도 말려주고 하늘 구경도 하고 싶습니다.

산 위로 올라가서 나무들도 많이 보고 싶어요. *김0연*

(사는 곳이 농촌이니 햇빛에 고추와 대추 말리는 것을 많이 보았을 테고, 아이 마음에 그게

중요하게 생각이 되었나 보네요.)


나는 강아지가 되고 싶어요.

강아지가 되어서 밥을 많이 먹고 싶어요.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놀겠습니다.

*최0윤*

(제가 이걸 해석하려고 한참 생각해 보았습니다. 강아지가 되겠다는 것도 뜻밖이고 밥을 많이 먹겠다니……. 아이들과 같이 놀겠다는 이야기는 제가 강아지가 되고 싶은 이유를 좀 더 요구하자 나온 이야기이고 아이가 처음 쓴 원문에는 ‘밥을 마니 먹고 시퍼요.’라고만 되어있었습니다. 아이가 워낙 어려운 환경 속에서 키도 못 크고 학교도 못 다니고 있다가 수덕사에 몸을 의탁하러 온 아이라서 그동안의 생활환경을 반영한 생각인가 하는 측은한 생각도 들고, 어쨌든 맘이 좀 아팠습니다.)


* * *


애들 생각이 다 재밌어서 학교 신문 다음호에 내려고 정리를 해두었습니다. 정리를 하면서 보니 아이들의 이야기에 공통적으로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무엇이 되어 사람들에게 어떻게 해주겠다.’ 다른 말로 바꾸면 ‘무엇이 되어 널리 사람들을 이롭게 하겠다.’가 되겠네요. 이건 바로 오천 년 전에 단군 할아버지가 나라를 세울 때 하신 말씀이라는데 요즘 대한민국 어린이들은 아홉 살만 되어도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 이겁니다. 더구나 그날의 활동이 말로 발표한 게 아니고 각자 종이에 써서 낸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독자성을 띤 생각들이거든요. 단군 할아버지 안심하셔도 되겠네.*^^*


2002.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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