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린 그림 그만 찾기

'내가 갖고 싶은 재능'에 대해 글쓰기 과제

by 최혜송

취미가 ‘책의 오탈자를 찾아 출판사에 제보하는 일’인 사람이 있다. 일본 영화 <괴물>에 등장하는 호리라는 이름의 캐릭터다. 또 한 명은 나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하는 일을 내게 꼽으라면 다섯 손가락 안에 ‘오류 집어내기’가 들어갈 것이다.


각종 팟캐스트를 즐겨 들으면서도 댓글로 소감이나 사연을 남기는 일에는 소극적인 내가 유일하게 적극성을 띠는 시점은 내용에서 오류를 발견했을 때다. 얼른 정정해 줘야겠다는 조바심이 들면서 귀찮음을 무릅쓰고 글을 남기게 된다. (지적만 하기 머쓱하니까 그제야 잘 듣고 있다는 인사를 덧붙인다. 오류가 눈에 띄어야만 감사 인사를 전하는 이상한 꼴이다.) 글쓰기 합평 시간에도 이런 내 본능이 발동했다. 다른 수강생 글의 좋은 점은 선생님과 다른 분들이 언급을 했으니 충분할 거라고 멋대로 생략하고, 고치면 좋을 요소부터 눈에 불을 켜고 찾게 되는 것이다. 회사에서 회의할 때도 솔직한 피드백이 중요하다는 일념 하에 거리끼는 부분을 속에만 품지 않고 표현하려는 편이다. 내 아이디어를 정리하면서는 최대한 다양한 입장의 반론을 떠올려보는 검열 단계를 거친 후 남은 한 줌을 회의 자료로 들고 가는 것에 알량한 자부심을 느낀다. 한 카피라이터는 자신의 직업을 '좋은 점을 찾아 큰 소리로 외치는 일’이라고 정의했다는데, 나는 똑같이 광고 만드는 일을 하면서도 시청자의 소중한 시간을 빼앗아 뭔갈 말하려는 입장이라면 그 시간을 불쾌하고 해로운 것으로 채우지 않아야 한다는 네거티브 접근을 우선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너무 어깃장을 놓고 있다는 자각이 드는 순간도 온다. 어깃장만 놓는 사람만큼 재수 없는 사람도 없는데 말이다.


어쩌다 이런 고약한 강박을 가지게 되었을까 원인을 짚어보자면 뿌리 깊은 ‘애송이 콤플렉스’때문이라고 변명하겠다. 난 겉보기에 애송이 같은 면이 있다. 우리 집에서는 이런 부류를 ‘우유 머금은 얼굴’이라고 표현한다. 한마디로 젖비린내 난다는 뜻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모뿐 아니라 행동거지도 데데하다. 언니와 터울이 많이 지는, 집의 막내로서 어릴 때부터 귀여움과 동시에 비웃음을 잔뜩 받고 자랐다. 지식이 부족한 탓에 말을 틀리거나 엉뚱하게 하면 즉시 웃음거리가 됐고, 그중 강렬한 것들은 세월이 흘러서도 놀림감으로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지금 생각하면 당시 내 또래로서는 모르는 게 당연할 만한 사항에 대해서도 (영어 전치사 ‘to’를 ‘토’라고 읽는다든지, 함께 여행한 강진이 전라남도에 속한다는 걸 모른다든지, ‘서광이 비친다’는 말을 서쪽에서 오는 빛이라고 이해한다든지…) 식구들이 높은 잣대로 가혹하게 평가했다고 본다. 특히 틀린 맞춤법이나 언어표현에 대해 집요하게 지적하고 무시해 온 언니는 전공을 살려 출판사의 편집자가 되었으니 태생이 이길 수 없는 게임이었다.


하지만 또래 내에서라고 달랐을까. 초등학생 때 까지 소심한 성격 탓에 주로 입을 다물고 있는 축이었는데, 용기 내어 발화하는 순간에도 모기처럼 빌빌대는 목소리는 허공에 흩어져 버리기 일쑤였다. 내가 뱉은 말엔 아무도 대꾸를 안 하다가, 몇 초 후 옆에 있던 친구가 나랑 똑같은 말을 하면 그제야 그 화두가 화제가 되는 억울한 상황은 밥 먹듯 일어났다. 이런 배경에서 나는 필사적으로 무시당하지 않겠다는 목표를 두고 나름의 날카로움을 벼리게 되었고, 내가 먼저 예리하게 틀린 곳을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태도를 ‘젖비린내 탈취제’로 삼았다는 게 나의 가설이다. 일찌감치 운전면허를 따고, 20대가 끝나기 전에 쫓기는 사람처럼 무리해서 내 차를 마련한 것도 현란한 운전솜씨로 애송이의 반전 매력을 선보이고 싶다는 우스꽝스러운 동기가 큰 작용을 했을 정도로 하여간 가소로워 보이지 않는 데에 다방면으로 정신을 쏟아왔다.


킁킁. 유취(乳臭)를 가리려던 탈취제가 과해서 악취가 된 건 아닐까. 이제는 ‘장점을 먼저 포착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가지고 싶다. 같이 글 쓰고 의견을 주고받는 시간을 통해 절감하게 됐다. 결점이 덕지덕지 묻어있는 내 글의 티끌 같은 좋은 점이라도 누군가 발견해서 전달해 줬을 때, 계속 써봐야겠다는 의욕이 타올랐다. '단점을 보는 건 본능이고, 장점을 보는 건 재능이다.(소노 아야코)’라는 말대로 장점을 보는 건 반대의 경우보다 훨씬 에너지가 들어가는 일이다. 어휘를 성의껏 골라내고 배치하려는 만큼, 타인의 장점을 발견하고 누락 없이 전달하는 일에 정성을 쏟는 사람이고 싶다. 팟캐스트를 진짜 잘 듣고 있을 때, 잘 듣고 있다는 댓글을 남기는 사람. 애송이의 대척점에는 사실 그런 사람들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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