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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원 작가 May 04. 2021

당신의 고독을 당신을 위해 쓰라

당신의 고독을 당신을 위해 쓰라


사과는 본래 자신의 생명 연장을 위해서 태어났다. 그건 모든 생명과 자연이 마찬가지다. 세상에 타인을 위해 태어난 생명은 없다. 그래서 태초의 사과는 지금처럼 달콤한 맛이 아닌 매우 써서 먹기조차 힘든 맛이었다. 그러나 따로 농약을 주거나 관리를 하지 않아도 혼자서 건강하게 잘 살았다. 애초에 누군가에게 맛을 제공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을 인간이 개량하기 시작했다. 좋은 맛을 제공하는 과일로서 인간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그것이 사과에게는 불행의 시작이었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사과에 맛을 넣을수록 사과는 약해져갔다. 스스로 자신의 생명을 지킬 수 없게 되었고, 맛이 좋아질수록 농약의 농도는 높아졌다. 맛이 없지만 생명력이 강한 종은 방치되어 사라져갔고, 개량을 통해 뛰어난 맛을 지닌 사과는 온갖 보호를 통해 생명을 유지했다.


여기에 바로 우리가 고독해야 할 이유가 있다. 인간은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멀쩡히 건강하게 살고 있는 사과를 끊임없이 개량하며 괴롭혔다. 인간은 더 맛있는 사과를 먹게 되었지만, 오늘도 사과나무는 더 진한 농약가루를 마치 옷처럼 입고 있다. 사과나무는 이제 그 옷을 벗을 수 없다. 숨도 쉴 수 없게 만드는 독한 그 약이 없으면 이제 사과는 살아갈 수가 없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도 농약가루로 만든 옷이 여기저기에 있다. 그것은 주로 우리를 혼자 있지 못하게 만드는 것들이다. 정신을 잃게 하는 온갖 종류의 시설과 도구, 자극적인 소식만을 골라 빠르게 전하는 미디어와 첨단기술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우리를 혼자 있지 못하게 한다. 마치 사과처럼 농약이 없으면 살 수 없는 나약한 존재로 만드는 셈이다. 인간은 원래 혼자서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야 하며, 그런 고독의 시간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존재였다. 그러나 발전이라는 농약이 우리를 나약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므로 지금이라도 그대 고독하라.

고독을 아낀다는 것은

생명을 스스로 버리는 일과 같다.

그 귀한 것을 아무에게나 허락하지 말고,

자기 자신에게만 선물하라.

“당신의 고독을 당신을 위해 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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