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살아내기

by 유을

더 이상 스스로를 부정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괴로움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그때는 주변을 다시 돌아볼 필요성도 있다.

지금까지는 나를 나로서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한 개인적인 노력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이제는 나의 문제가 아닌 것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나는 항상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무엇을 하든 그 마음을 깊숙이 간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누군가가 너는 뭘 하고 싶어라고 물어보면 나의 대답은 언제나 나는 “내 것을 하고 싶어”였다. 그런데 내 것이라는 것은 굉장히 추상적인 것이어서, 누군가가 봤을 때는 이미 내가 무언가 하고 있는 사람이었을 수도 있었겠고 또는 너무 많은 걸 하고 있어서 ‘그래서 정말 뭘 하고 있는 거야?’라고 되물을 수도 있는 것들이었다.


그나마 어렸을 때는 나는 작가가 되고 싶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가 있었다. 작가라는 이름이 가진 그 아우라 자체가 멋있어 보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아주 여러 가지 현실적인 이유들로 그 이름은 점점 옅어져 갔고, 그렇게 그냥 나는 뭐든 “내 것"을 만들고 싶어라는 마음으로 희석되었던 것 같다.


나를 힘들게 했던 건 내 이야기를 그저 허무맹랑한 이야기로만 치부하던 사람들의 말들이었다.


형편이 안되면 그만두어야 한다, 혹은 도전할 수 조차도 없다.

또는 지금은 취직/결혼/육아 등등 다른 것들이 더 중요하니까 그건 나중에 해라.

또는 지금도 충분해 보이는데 굳이 그런 것까지 해야 되냐는 나를 주저앉히는 수많은 말들.


한때는 나와 같은 마음을 가졌던 친구들조차도 이제는 각자 다른 길을 가고 있고, 더 이상 이러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현실성이 없는 꿈처럼 느껴질 때도 많았다. 하지만 계속 간직해 왔던 그 마음은 잊으려고 해도 잊히지 않았다. 그래서 굳이 잊지 않으려고 했고, 다른 사람들의 말들보다 나의 마음이 하는 말을 우선시해보기로 했다.


나에게 필요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나아가는 힘이었다. 그래서 현실과 적당히 타협한 채로 나만의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꿈만을 좇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쉬는 시간 또한 나의 일과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시간을 확보하려 했다. 충분히 쉬어야지 꼭 해야 하는 일들을 소화하고 나서도 나를 위해 시간을 쓸 에너지가 남기 때문이다. 욕심을 버리고 꾸준함을 택했다. 이것도 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일이었다. 달리는 것보다 힘들기 전에 멈추는 건 더 어려웠다.


나는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작가라는 이름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충분하지 않을까. 하루에 아주 작은 시간이라도 사유하고 행위한다면 그건 그 자체로도 존중받아야 함이 분명하다. 읽고 쓰고 그리고 찍고, 이 모든 행위들은 나로서 살아가는 방법 중에 하나이다. 이렇게 오늘도 어째뜬 살아내었다.

월요일 연재
이전 08화그래서 편안함에 이르렀나,라고 물으신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