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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녜은 Jul 25. 2019

클로드 모네의 여름 빛―깔

픽쳐 에세이

7월 장마에 들어선 한국의 날씨는 지금 최악이다. 청명하고 맑은 하늘은 본 지 오래되었고, 이러다가 숨막혀 죽겠다 싶을정도의 높은 습도 속에 허덕이고 있다. 습한 공기 속에 존재하는 여름냄새가 있다. 그리고 거리에는 짙푸른 녹색잎들로 가득차있는데,

여름만 지니고 있는 색이 분명 존재한다.

빛―깔

우리나라 말에는 '빛깔'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 단어는 '색깔'과는 조금 다른 늬앙스를 품고 있다. 국어사전에 적힌 빛깔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물체가 빛을 받을 때 빛의 파장에 따라 그 거죽에 나타나는 특유의 빛

물체에 빛이 닿아서 생기는 파장 속에서 나타나는 색채를 의미한다. 태양광선은 여러 가지 길이의 파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는 빛깔의 근본이 된다. 빛이 없는 곳에는 색채도 존재하지 않는다.

여름 빛―깔

장마가 지나가면 곧 따사로운 햇빛과 파아란 하늘이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파아란 하늘에 눈이 멀어 어지러울만큼 뜨거운 한 여름의 땡볕을 무시하면 안 된다. 조만간 우리에게 다가올 여름 빛깔을 19세기 인상주의 화가들의 그림에서 먼저 즐겨보자.

En Plein Air

19세기 화가들은 나무(상자) 이젤과 튜브물감을 가지고 작업실(실내)에서 벗어나 밖으로 나갔다. 자연채광을 그대로 담고 싶어했다. 그래서 그들은 변화하는 빛의 흐름에 맞추어 붓터치가 빨라졌고 정확하지 않은 형태의 '인상주의적' 그림을 탄생시켰다.

이와 같이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프랑스어로 'En Plein Air' 라고 일컫는다. Plein Air 플레네르는 out of doors 밖으로 라는 뜻을 지녔다. 한국어로는 '외광파'로 불린다.

John Singer Sargent, Claude Monet Painting by the Edge of a Wood, 1885, Oil on canvas, Tate Gallery.

클로드 모네의 빛―깔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는 19세기의 프랑스 인상주의파 화가이며 플라네르(plein air) 페인팅을 향한 열정이 대단했던 작가다. 그의 대표작 수련(Water Lily)연작을 통해 그가 얼마나 빛의 변화과 계절의 흐름에 집착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Claude Monet, The Water-Lily Pond, 1899, oil on canvas, The National Gallery, London

Claude Monet loves water, and it is his special gift to portray its mobility and transparency, be it sea or river, grey and monotonous or coloured by the sky.

Stéphane Mallarmé

클로드모네의 물 Water

물은 빛의 흐름, 방향에 따라 무한하게 변화한다. 이를 포착한 클로드모네는 '물'을 집착적으로 사랑했다. 그에게 '물'은 빛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중요한 소재였다. 바다든 강이든, 하늘에 의해 물든 색이든 단조로운 색이든, 이동성과 투명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물'은 그에게 선물과도 같은 존재였다.

Claude Monet, Shadows on the Sea The Cliffs at Pourville, 1882, oil on canvas,NY Carlsberg Glyptotek

Antibe 앙티베 안티베

프랑스 남동부 지중해 연안에 자리잡고 있는 항구도시로 프랑스 남부 휴양지로 유명한 니스(Nice)와 칸(cannes)과 가까움

클로드 모네는 1888년 2월부터 5월까지 지중해 연안의 안티베에서 시간을 보냈다. 자연채광의 변화를 중요시했던 그에게 안티베는 환상적인 공간이었다. 그는 영원할 것이 빛나는 남쪽의 태양에 감탄했고 매섭고 거친 남부지방의 바람에 좌절하곤 했다.

Claude Monet, Antibes seen from the Plateau Notre-Dame, 1888, oil on canvas, , Museum of Fine arts.

Claude Monet, Antibes, Vue du plateau Notre-Dame, 1888, oil on canvas, sothebys.

Claude Monet, Antibes, 1888, oil on canvas, The Samuel Courtauld Trust, The Courtauld Gallery.

Claude Monet, Antibes, le matin, 1888, oil on canvas, Philadelphia Museum of Art.

Claude Monet, Cap d'Antibes, Mistral, 1888, oil on canvas, Museum of Fine arts, Boston.

Claude Monet, Le Fort, 1888, oil on canvas, Museum of Fine Arts, Boston

Argenteuil 아르장퇴유

파리 근교에 위치한 지역으로 센 강 오른쪽 연안에 위치하고 있는 도시. 파리지앵들이 기차를 타고 당일치기를 즐겼던 유원지.

1870년대 아르장퇴유는 산업화되는 파리에서 평화와 조용함을 찾아 떠나고자 했던 파리지앵들에게 탈출구와 같은 도시였다. 1871년 12월 모네는 아르장퇴유로 이사를 갔고, 그 곳에서 6년간 살았다. 모네는 센강을 따라매일 산책하며 계절과 시간에 따라 빛이 물에 반사되는 모습을 포착하였다. 그를 그곳에 6년간 머무르게 한 것은 단연코 센 강의 물이 아니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