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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 센 나도 이것만은 쿨하게 인정한다. 나는 우리 남편을 리스펙한다!
남편은 참 강한 사람이다. 유리멘탈인 내가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도 회사 다니기 싫다고 징징거리면, 아직 진로가 불투명한 그가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느냐며 다독여준다. 서울대와 지방대, 평생직장인과 학생의 안정적인 결혼생활은 단 한 번도 자격지심을 갖지 않고 튼튼한 자존감을 바탕으로 나를 응원해주는 남편 덕분에 가능했다.
2살 연상은 오빠로도 안 본다고 했었는데, 또래답지 않게 듬직한 그에게는 "오빠" 소리가 절로 났었다. 그는 대학 다닐 때부터 이런저런 기회로 사회생활을 해본 경험이 있어 꽤 어른스럽게 굴었다. 내 예민한 성격이 사회에 불평불만 투성이어도 그는 언제까지고 인내하며 들어주고 공감해주었다.
그렇게 그에게 쫑알대며 다시 자존감을 충전하고 나면, 나도 어느새 다시 마냥 행복하고 편안한 모습으로 돌아가 있는 것이었다. 학생과의 결혼을 걱정했던 친정엄마가 '듬직한 큰 사위'라며 그를 믿고 아끼게 된 것도 분명 그의 자존감과 자신감을 충분히 느낀 덕분일 테다.
내 못된 성격은 그에게도 자주 화살을 쏘았다. 근거 없는 투정을 부리거나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기는 때도 솔직히 있었다. 그러지 말아야지, 몇 번을 다짐하는데도 그는 굳건한 내 편이라고 생각하니 응석을 부리고 싶어지는 듯하다.
그가 나에게 조금만 서운하게 대해도 난리난리 생난리가 나는데... 그는 나름 최선을 다해 나를 인내해준다. 남편도 성격이 무던하기만 한 편이 아닌데, 내 기분과 입장을 이해해주려고 노력하는 게 보인다. (사실 그는 무엇이든 나에게 다 져주겠노라 약속하기도 했다. https://brunch.co.kr/@9c64e9c8c318434/8)
이런 그의 모습을 보면 아직 어리기만 한 나를 돌아보며 어떤 아내가, 어떤 사회인이 되어야겠다는 반성을 하게 된다.
태권도 3단에 고시공부까지 했던 나도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끈기와 의지가 있는 편이라, 평소에는 내가 오히려 남편을 나약하다고 장난스레 평가하는 때도 있다. 좋은 부모님 아래 편안한 가정환경에서 자라, 굴곡을 딛고 버텨낸 경험이 적은 문제(?)도 종종 나타난다.
하지만 우울에 취약하고 작은 자극에도 손을 쉽게 놓으려는 내 진짜 나약함을 다독여주는 사람, 모나려고 애쓰는 못된 마음을 달래주는 사람. 그렇게 진정으로 강한 남편이 옆을 지켜주고 있어 세상 든든하다! 남편에게 많이 배우고 성장하는 것을 느끼는 아내로서 존경의 의미로 그를 리스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