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도 어려운 일도 경험으로 삼는다
타자에게 있어 가장 실망스러운 일들 중 하나는 삼진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배트를 휘두를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것입니다. 2021년과 2023년, 오타니는 비정상적으로 많은 볼넷과 고의사구를 기록하며 1루로 걸어 나가는 경우가 점점 많아졌습니다. 특히 2023년에는 홈런왕 경쟁자였던 애런 저지가 7개의 고의사구를 기록할 때, 오타니는 무려 3배인 21개의 고의사구를 얻어내며 철저하게 승부를 거부당했습니다. "사실은 좀 더 배트를 휘두르며 게임을 즐기고 싶었다"는 그의 씁쓸한 고백은, 싸우고 싶어도 상대가 도망가버리는 상황에서의 허탈함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이러한 집중 견제에 대해 일각에서는 "아시아인이라서 타이틀을 주지 않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 섞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차별이 아닌 팀의 구조적 상황에 있었습니다. 당시 에인절스는 강타자 마이크 트라웃의 장기 부상 이탈로 인해, 타선에서 실질적인 위협을 가할 수 있는 타자가 오타니뿐이었습니다. 상대 투수들은 그를 차별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오타니를 피한 것입니다. 역설적이게도 텅 빈 1루 베이스는, 타석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상대에게 공포를 주는 오타니를 상대해야 하는 투수들에게, 손실을 최소화하는 대안으로 여겨졌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보통의 선수라면 승부조차 걸어오지 않는 불공정한 상황에 분노했겠지만, 오타니는 이를 "좋은 경험"으로 담담하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는 "언젠가는 (상대가 승부를 피할 정도의) 그 레벨에 가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단지 그 시기가 예상보다 조금 빨리, 더 극단적으로 찾아왔을 뿐입니다. 그는 자신을 향한 회피를 타석에서의 '불이익'이 아닌, 자신이 도달한 '경지'에 대한 상대방의 '인정'으로 해석했습니다. 괴로운 상황조차 분노로 소모하지 않고 성장의 자양분으로 삼는 태도야말로 오타니를 지탱하는 가장 큰 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