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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레인 Oct 29. 2021

나는 지성인이다.. 나는 관대하다..

시험이 들 때면 열 번, 스무 번씩 외치는 문장들. 

뒤에서 나를 험담하고 오해를 만들어서 다른 아티스트들과 관계를 끊게 만들었던 그녀. 

아, 무슨 십 대 소녀도 아니고.. 유치해서 못 봐주겠다. 불만 있으면 맞짱을 뜨던가. 이게 말로만 듣던 불링(약자를 괴롭히기, Bullying)인가. 


저번 글에도 썼듯이 나는 큐레이터로서 전시회를 했었는데, 그중 내 아티스트가 그녀의 작품과 똑같은 재료(세라믹)와 비슷한 소재라는 이유로 한 사람으로부터 엄청나게 무례한 공격을 당했었다. 아티스트와 직접 상의하라고 제의했지만 그녀는 거절했었다. 내가 큐레이 터니까 그걸 선택한 사람이 카피했다는 것이다...


이건 무슨 논리지.. 

물론, 내 주변에서도 그녀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몇몇 아티스트들은 사실 확인도 없이 그저 그녀의 말처럼 내가 그녀의 작품을 훔치고 카피했다는 와전된 말을 믿더라. 


웃긴 일이 있었는데, 나를 그렇게 비난하고 해코지하던 그녀가 어떤 호주의 아트 프라이즈에서 파이널리스트(Finalist)가 되었는데, 미국 작가의 작품을 아주 그대로 복사와 붙이기(Copy&Paste)으로 베낀 작품이었다. 하하하하하... 어이없어서 친구랑 대판 웃었다. 보통 카피를 하려면 좀 바꾸기라도 하는데, 얘는 통으로 그대로 베꼈다. 와, 양심과 자존심은 대체 어디로 팔았지? 


지금 내가 대체 뭘 보고 있는 것인가, 혹시 내 눈이 잘못되었나 의심이 되어서 다른 친구들에게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았다. 미쳤어..... 


솔직히 그녀의 작품은 개성 있지만(베꼈으니까) 절대 내 스타일은 아니다. 나는 현대미술을 좋아하지만 종종 이해할 수 없는 작품들도 만나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카피를 했다면.. 저쪽 유럽의 내가 좋아하는 작가를 선택했을 것이다. 이건 진심이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건 유러피안 아트라고. 


친구가 그러더라. 언니가 만약 진짜 카피한다면.. 표시도 안 내게 아주 제대로 철저하게 했을 거라고. 

맞다, 제대로 봐줬다. 그리고 바보같이 금방 들킬 주변 사람 꺼는 하지 않았겠지. 허허

내가 머리는 그렇게 좋지는 않지만 아이큐가 그렇게 원숭이처럼 낮지도 않다. 


그녀가 문제를 제기했었던 아티스트 J와 나의 생각은 이러하다. 이건 분명 인종차별이다. 

왜냐면 그 아티스트와 나는 제2 외국어로 영어를 쓰는데, 종종 무식한 호주인들에게 이런 경우를 당하기 때문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호주 사람들과 일을 하면서도, 공부를 하면서도 이런 일들을 종종 당해왔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님에도 한 번도 안 당해보셨다는 분이 계신다면 그분은 한국 사람들과만 지내왔기 때문이다. 이건 대부분의 이민자들이 겪는 서러움 아닐까. 


우리가 동양인이고, 영어가 부족해서 당연히 본인들 말에 반박을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제대로 된 교육을 못 받아서 무식한 호주인들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슬프게도 그녀도 그중의 하나였다. 


근데, 그녀가 생각해야 하는 게.. 너네 부모님,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영어 못하시는 이민자셨다. 호주에서 태어나서 먼저 살아간 것을 부디 무슨 권리처럼 살아가지 말기를. 그리고 영어, 네가 쓰는 영어는 재능이 아니다. 언어일 뿐이다. 영어밖에 못하는 돌대가리 주제에 무슨. 


이민 1세대와 2세대가 겪는 과정은 지극히도 다르다. 나는 이민 1세대로서 최선을 다해서 내 삶을 개척해나가고 있는데, 꼽냐. 꼬우면 그냥 나랑 엮이지 마. 


물론, 친절한 호주인들도 많다. 다른 나라 언어로 공부하고 일하는 나를 기특하게 봐주고.. 똑똑하다고 생각해주고 존중해주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종종, 나의 완벽하지 못한 코리안 엑센트 발음으로 어떤 사람은 다짜고짜 나를 우습게 보기도 한다. 그래서 어쩔 때는 나에게 영어는 일종의 장애 같다. 


반대로 영어로 갑질 하고 스스로 대단해지는 사람들과 부딪쳤을 때, 그들의 공통점은 항상 똑같다. 

제대로 교육을 못 받은 사람들이라는 것. 호주는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는 나라인데, 지들이 게을러서 아무것도 안 했으면서 마치 동양인들에게 일자리나 기회를 빼앗겼다는 듯이 행동하는 거.. 우습다. 

더 이상 이것에 대해 할 말 하지 않겠다. 


아놔, 우리 교수님도 내가 논문을 발로 쓰면서 그 엄청난 문법을 틀리고 말도 안 되는걸 논문 속에 우김에도 너처럼 이렇게 논리 없이 무례하지는 않으셨단 말이야. 


슬프다, 내가 나이라도 어렸으면.. 어리다는 핑계로 성질대로 할 수 있었을 텐데. 더 슬픈 건 그녀와 나는 동갑이거나 그녀가 한 살 많은데, 그녀가 그만큼 나이 먹어서 하는 이 짓거리란.. 나는 여자지만 종종 이런 여자들을 존중해줄 수 없다. 가끔씩 여자들의 세계가 이해도 안 간다. 시기 질투..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이 딱 맞다. 




일주일 전, 그녀를 제외한 그들의 얼굴을 보았을 때.. 

속에서는 부글부글 끓고, 솔직히 성질 같아서는 한대 치고 싶었지만 친구가 알려준 말들을 되새기면서 인내했다. 

나는 지성인이다. 나는 지성인이다. 나는 지성인이다.

나는 관대하다. 나는 관대하다. 나는 관대하다.


요즘 나의 마법의 문장들. 무식한 인간들로부터 시험에 들 때면 이 문장을 열 번씩 되새긴다. 열 번이 안되면 스무 번, 서른 번도 한다. 나는 지성인이다.. 나는 관대하다.. 


나는 관대하다고 스스로에게 말할 때, 마치 영화 300에 나오는 크세르크세스가 된 기분이다. 허허.. 

그래도 왕 같은 느낌도 나게 해 주고.. 오히려 시험당하게 만들어준 사람들에게 감사해야 하는 건가. 


그들을 만났을 때, 먼저 안녕! 잘 지냈어?라고 인사해줬는데.. 웃는 얼굴에 감히 침 뱉을 수가 없는지 그들도 얼떨떨하면서 인사하고 안부를 물어봐주더라. 야, 줏대가 좀 있어라.. 나라면 대꾸도 안 했겠다. 흥..

이러면서 속으로 그들을 비웃어줬다. 그래도 나는 지성인이고 관대하니까.


그 여자 얼굴 진짜 보고 싶었는데, 도무지 통 볼 수가 없어서 아쉬웠다. 

근데, 어제 미국 작가 작품 카피한 거 보고.. 도저히 아티스트로서도 존중해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 

남의거 훔쳐서 상 받으면 그들은 과연 만족할까. 자존심만 높고 자존감도 없나.. 


이걸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모르겠다. 주최 측에 알리는 게 맞는지, 그냥 모른 척 흘러보내야 하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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