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호기롭게 시작했던 현대 로맨스물을 과감히 현대물로 피보팅(Pivoting)했다. 현대와 과거를 오가는 포맷에 16명의 캐릭터를 만들고, 후속작까지 이어지는 세계관을 설정하는 등 기획에 꽤 공을 들였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작품을 쓰는 내내 현실의 삶과 동떨어진 로맨스보다, 자신의 꿈을 이루는 것이 더 중요한 주인공을 보며 이야기의 방향성을 원점으로 놓고 다시 생각하기로 했다.
내가 정말 쓰고 싶은 이야기, 주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스토리텔러의 삶을 선택했던 초심으로 다시 돌아가 5 why를 했다. 그리고 도달한 핵심 메시지에 머리가 환해졌다.
실패한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 왜냐면 나는 실패로부터 안전지대로 도망쳤던 사람이니까. 안전지대에 도달할 기회마저 얻지 못하고 주저앉은 요즘 세대에게 제발 죽지 말라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어떻게든 손 잡아 일으켜 세워주고 싶다.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분명히 하고 나니 세계관과 등장인물은 저절로 그려졌다. 한 시간 만에 주요 설정이 나왔고, AI의 도움을 받아 작품에 깊이를 더해 줄 자료 조사를 진행 중이다. 조만간 업계 관계자 취재도 들어간다. 왠지 이 작품은 스타트업판 미생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2월 한 달 동안 작품 집필, 공간 마케팅 컨설팅, 2개의 유료 모임 런칭 준비를 했다. 양질의 인풋을 위한 문화생활은 1월 보다 배로 했고, 중간중간 지인과 비즈니스 파트너를 만났다.
회사에 다닐 때보다 더 바쁜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던 건 다 AI 덕분이다. 개인적으로 코파일럿, 챗지피티, 제미나이 중 제미나이가 가장 강력하게 느껴진다. 사회 초년생 때부터 구글 클라우드에 내 모든 것을 연결해 쓰고 있기 때문이다. 검색은 기본이고 메일, 문서, 드라이브 등 주요 업무 툴에 제미나이가 탑재되어 완벽한 비서 역할을 해주고 있다. 무료 버전도 충분히 쓸만해서 더더욱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느낌이다.
체감 상 제미나이는 신입 3년 차 수준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 같다. 하루 걸릴 일을 2시간으로 단축시켜주는 똑똑한 조수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다. 하지만 여기에 만족할 수 없어 추가로 프로젝트 단위로 학습시킬 수 있는 클로드 AI를 공부해 볼 예정이다. 궁극적으로 AI에 내 글을 학습시켜 구상해놓은 작품 초안을 써보려고 한다. 어떤 시너지를 낼지 벌써 기대된다.
2월 영화관은 아카데미 노미네이트 작품 기획전과 1,000만 관객을 바라보고 있는 <왕과 사는 남자>로 들썩였다. 콘텐츠 홍수 속에서 나의 원픽은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센티멘탈 밸류(Sentimental Value)>였다.
요즘 최애 박정민 배우의 라이프 오브 파이와 휴민트를 이기다니…! 이건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다. 하지만 감독의 천부적인 재능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한 가족의 일대기를 이렇게 예술적으로 담아내는 작품은 대부 이후 처음이었기 때문.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건들면서 삶의 통찰력이 있는 각본, 연출의 세련됨과 유려함, 작품 그 자체가 된 배우들의 신들린 연기력이 말도 안 된다. 이토록 내 안의 예술성을 꺼내주는 영화를 만난 게 얼마 만인지… 나는 왕사남이 아닌 센티멘탈 밸류를 2회 차 관람했고, 또다시 전율했다.
이번 아카데미에 모든 주/조연 배우가 노미네이트 되었다는데, 배우의 앙상블도 미쳤지만 요아킴 트리에 감독이 꼭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았으면 좋겠다. 아니, 그럴 거라 믿는다.
프리랜서 에디터 공동체 '안티에그(ANTIEGG)', 중니어(3-12년차)들의 대화 모임 '레이지버드커피클럽(LBCC)'과 협업한 프로젝트가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다.
특히 안티에그에서 런칭하는 게더링은 그동안 다양한 모임을 기획/운영하며 쌓은 나의 노하우를 집대성한 것이라 공들여 준비했다. 나와 비슷한 꿈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진심을 다했으니, 정말 필요한 분들이 와주었으면!
LBCC에서도 '업(業, career)'의 본질을 찾는 대화 모임을 준비하고 있다. 두 프로젝트의 오픈 소식은 따로 공지할 예정이니 기대해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