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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 zaceun May 14. 2020

적당한 틈

나를 잃지도 않고 하고 싶은 일도 하는 '딴짓'에 대하여


나는 작은 스타트업에서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하며 일하는 워커홀릭이었다. 야근은 일상이었고, 담당 기업 취재를 나가는 날이면 김밥 한 줄로 끼니를 때우며 이동하고 자투리 시간에도 업무 이야기를 해댔다. 일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나를 사람들은 부담스러워했다. 친구를 만나고 안부를 주고받는 일도 점점 줄어들었다. 일이 우선인 삶을 4년 정도 보내고 나니 몸과 마음에 이상이 왔다. 잠시 일과 거리를 둘 필요가 있었다.


책 <딴짓 좀 하겠습니다>는 나를 지키며 하고 싶은 일로 먹고살고 싶다면 ‘딴짓 좀 해’라고 말한다. 저자는 대기업에서 N 분의 1로 사는 삶을 벗어나 ‘나의 일’을 하고 싶어서 퇴사를 한다. 그는 글을 써서 먹고사는 프리랜서를 본업으로 삼고 부지런히 딴짓을 시도한다. 독립 잡지 <<딴짓>>을 만드는 5년 동안 시골에서 1년을 살았고, 태국의 작은 동네에서 한 달, 남미에서 석 달을 머무르기도 했다. 주변 사람들을 다 불러 모아 자주 파티도 열고 석고 방향제나 클라이밍 원데이 클래스도 종종 기웃거린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서 그 과정이 쉬운 건 아니다. 안정적인 수입을 위해 일감을 계속 따내는 것도, 불안함을 견디는 것도 오로지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저자는 자신만의 노동과 휴식의 리듬을 만들면서 딴짓을 지속 가능한 일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일을 선택하는 기준을 세우고 자신의 길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즐거움, 자긍심, 소소한 인정을 동력 삼아 뚜벅뚜벅 나아간다. 


딴짓은 누군가에겐 단순한 취미일 수도, 미래를 위한 투자나 투잡의 개념일 수도 있다. 나는 먹고사니즘이 달린 딴짓보다 잠시 일을 잊을 수 있는 딴짓을 시작했다. 잠들기 전 10분,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그림일기를 그리며 마음의 평온함을 찾는 것이다. 빡빡한 일과 삶에 틈을 만들어주는 딴짓과 조금씩 친해지는 요즘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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