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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 zaceun Feb 17. 2019

내가 일하는 이유, WHY에 대하여

흘러가는 생각과 행동을 글로 잡아 내 것으로 만드는 시간, 작은회고록#3


#2018년 6-9월의 회고

어제 저녁,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며 예전 기록을 들춰보다 먼지 쌓인 상장을 발견했습니다. 제 생일이라고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준비하는 동료들의 모습을 귀엽게 여기며 모른 척 해줬던 것이 생각나 피식 웃음이 났죠. 동료들이 한 자 한 자 정성스레 써준 글들을 곱씹어 읽으며, 고난 속 행복과 감사의 순간을 느꼈던 시간들이 스쳐 갔습니다. 사실 이때 조직이 와해될 뻔한 위기가 있었고, 서비스 런칭 후 최대의 고비를 넘기던 시점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음을 잃지 않았던 동료들 생각에 왈칵 눈물이 흘렀습니다.


고난 속 행복과 감사의 메시지들 by.해피어



이제 고백하지만 작년 5월 퇴사 후 리프레시 여행를 다녀와서도 번아웃이 전혀 회복되지 못했고, 오히려 상실감에 우울증이 왔었습니다. 이 공허한 마음을 추스를 길이 없어 동굴 속으로 깊이 깊이 들어갔던 시간이 3개월 정도 있었습니다. 자신의 온 애정을 쏟았던 서비스를 접는 창업가의 마음이 이럴까 싶었습니다. 6월부터 9월까지 결혼식과 신혼여행 준비를 위한 활동 외에는 아무도 만나지 않고 집에 우두커니 앉아 명상과 생각 버리기 연습을 했습니다. 조금 괜찮아졌을 시점에 스타트업 여자들을 위한 왈이의 마음챙김 워크숍(bit.ly/마음단련장멤버되기)에 나가보기도 하고, 헤이조이스(https://heyjoyce.com/) 커리어5년 코칭을 받으면서 다시 나 자신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어 부정적인 감정에서 빠져 나오는 것에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정말 다행이었다 생각합니다.


이제야 비로소 가슴 아픈 추억을 뒤로하고 조직문화 혁신의 전선에 서서 좀더 단단해진 제 자신을 돌아봅니다. 우리가 열정을 다했던 비전과 가치, 성취했던 일들과 끝내 이루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까지 모두 소중히 생각하고 절대 잊지 않으려 합니다. 해피어 여러분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했고 행복했습니다. 비록 지금은 각자의 꿈을 위해 흩어졌지만, 어디에 있던지 우리는 항상 연결되어 있다고 믿습니다.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며 저 멀리 빛나는 북극성을 바라봅니다.



#선택의 기준

인생의 순간 순간 우리는 수많은 기로에 놓입니다. 조금이라도 손해보지 않기 위해 항상 장단점을 따져가며 살아가고 있죠. 그런데 요즘, ‘선택’의 ‘기준’이 삶의 질을 크게 좌우한다고 느낍니다. 특히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 하는 선택은 전적으로 나 자신의 책임이기 때문에 더 신중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제 주변, 그리고 이 사회는 부모님의 바람을 이뤄드리기 위해 원치 않은 진로를 결정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뒤늦게 후회하는 상황을 종종 보곤 합니다.


다행히 유년시절 저의 어머니는 제가 어떤 꿈을 꾸어도 일단 도전해보라는 너그러운 분이셨기 때문에, 사춘기 시절 하얀 종이에 마음껏 미래를 그려볼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정제되진 않았지만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들에 대해 일찍부터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꿈꾸는 직업도 다양했는데요. 화가부터 시작해 애니메이터, 애니메이션 감독, 일러스트레이터, UX/UI/BX 디자이너, 조직문화 브랜더 등 직업의 이름은 바뀌었지만, 그 중심을 지탱하고 있던 가치인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영감과 감동을 주는 일’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나와 우리가 추구했던 소중한 가치 by.굿잡팀



#내면의 가치를 따르다

저는 이 가치를 기준으로 삶의 중요한 순간 망설임 없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학 졸업 후 만난 해피래빗은 저에게 무엇을 위해 일해야 하는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삶을 대해야 하는지를 알려준 고마운 존재입니다. 처음엔 ‘모든 직장인이 행복해지는 그날까지. 평범한 직장인들이 만드는 위대한 서비스’라는 비전이 마음에 와 닿았고, 대표님의 확신에 찬 눈을 보고 입사를 결정했습니다.


물론 입사 후는 웰컴 투 현실이었습니다.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체계를 직접 만들어야 했고, 금전적인 보상은 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회사가 손해를 보더라도 신념을 저버리지 않는 경영진과 힘든 상황을 같이 버티는 동료가 있었습니다. 우리처럼 사람이 전부인 작은 조직에서 이런 단결력은 고난을 이겨내는 큰 무기가 되었죠. 그리고 굿잡 서비스 론칭 1년 후 그 결실을 얻어 제 2의 도약을 만드는 성취를 이뤘습니다.


어느덧 200개가 넘은 기업 수를 보며 문득 우리의 도전이 무모하며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했던 사람들이 떠올랐습니다.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왜 일하느냐, 위에서 끌어주는 사수가 없는데 어떻게 일을 진행하고 성장할 수 있겠느냐, 여기서 일했을 때 커리어 패스는 어떻게 될 것 같냐 등등…. 회사 운영이 힘들 당시엔 정말 그런 걸까 흔들린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꺼내봤자 부정적인 에너지만 전염시킬 뿐, 지금의 상황을 해결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저 내가 해피래빗을 선택하고 일하는 이유, 우리의 비전을 믿고 묵묵히 할 일에 집중했습니다.



#왜 일하는가

그렇게 우리는 어려운 상황에서 한계를 넘어서는 경험을 했고, 투자유치 후 팀 개편 및 프로세스 정비를 통해 개인의 커리어 패스를 설계했으며, 효율적인 업무를 위한 방법론을 차례로 도입했습니다.


무엇보다 해피래빗에서 일하면서 새로운 서비스 론칭을 위한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경험하고, 고객의 피드백을 반영해 서비스를 발전시키며 경영과 비즈니스 관점에서 전체적인 서비스 운영을 생각해보는 등, 회사도 성장했지만 개인적으로도 커리어의 큰 전환을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모든 것이 가치를 중심으로 회사를 선택하고 우리가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몰입했던 결과인데요. 제가 만약 ‘좋은 기업문화를 소개하는 회사니까 일하는 환경도 편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졌거나, ‘자신의 능력 이상의 보상’을 받길 원하거나, 회사의 성장보다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했다면 결코 이루지 못했을 것입니다.


고난을 딛고 새로운 전환을 맞이했던 2017년 공채 by.굿잡팀



모두가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 또한 다르겠지만, 저는 우리가 ‘왜 일하는지 아는 것’ 만으로도 반은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시장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의 연속이고, 우리는 아직도 배울게 많은 부족한 이들이기에 항상 겸손하게 본질을 추구해야 하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경영의 신 이나모리 가즈오의 왜 일하는가의 한 구절로 이 글을 마칩니다.


“일하는 이유와 일하는 방법을 알면 가치 있는 삶, 무한한 가능성이 따라온다.”

–이나모리 가즈오 「왜 일하는가」 中-


(위 글은 2016년 상반기 데스밸리 극복 후 개인과 회사의 성장을 돌아보며 작성한 자전적인 글을 재편집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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