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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 zaceun Jan 10. 2019

새로운 시작

흘러가는 생각과 행동을 글로 잡아 내 것으로 만드는 시간, 작은회고록#2


#18년 5월의 회고

지난주 금요일, 만 3년 9개월 10일을 함께했던 첫 회사를 떠났다. 사회에 발을 내딛고 처음으로 정직원이 되어 일했던 곳은 소규모 스타트업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말도 안 되는 서비스라며 뒤돌아 설 때, 포기하지 않고 비전을 그려나갔던 곳이자 서비스의 A to Z를 몸소 경험하고 만들었던 곳이다.  


by. 나



내가 첫 회사에서 오랜 기간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었던 이유는, ‘평범한 사람들이 만드는 위대한 서비스’, ‘모든 직장인이 행복해지는 그날까지’라는 비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전, 성장, 소통, 보상의 균형이 잡힌(혹은 좋은 회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회사를 직접 취재하며 이들과 좋은 인재가 만나는 장을 제공해오고 있다는 자부심도 한 몫했다. 서비스 초기 멤버로 수많은 시행착오와 기회비용을 지불하면서도 밝고 긍정적인 동료들과 함께 서비스를 기획, 개발, 운영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음에 행복했다.  


우리의 세 번째 보금자리 망원동 오피스에서 by. 포토그래퍼 김지우



나는 2014년 8월 디지털 콘텐츠 디자이너로 입사 후 신규 플랫폼 서비스 기획, UX&UI 디자인, 론칭, 리뉴얼, 운영 전반에 참여했다. 2015년 7월부터 기업 디지털 브랜딩 매니지먼트 분야로 커리어를 전환해 약 85여 개의 기업을 담당, 300명에 달하는 CEO와 핵심인재를 취재하고 채용브랜딩 서비스의 틀을 만드는 등 다양한 역할을 맡아 조직에 기여했다.


스타트업에서 사수 없이, 그것도 전공분야가 아닌 것을 공부해가며 일하는 게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그런 난관을 하나씩 부딪혀보며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을 즐겼던 것 같다. 전공을 살려 일반 디자인 에이전시에 입사했다면 몰랐을 영역들을 접할 수 있었고,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들의 비전과 가치를 다양한 방식으로 세상에 펼쳐나가는 개인과 조직을 보며 긍정적인 자극을 받아 성장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자극했던 굿컴퍼니 전경 by. 포토그래퍼 김지우




많은 사람들이 우리 서비스의 도움을 받는 그날까지 함께 하고 싶었지만, 퇴사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 이유가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일을 생각하는 관점’이 달라졌다는 것. 두 번째는 워크라이프 밸런스가 아닌 라이프워크를 추구하는 나의 성향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가족과 지인을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이 일은 생계유지의 수단이다, 삶의 목적이 될 수 없다고 믿으며, 퇴근 이후의 삶만이 리얼 라이프라 말한다. 하지만 하루 출퇴근 시간을 포함해 12시간, 인생의 4분의 2, 혹은 그 이상을 보내는 직장에서 공과 사를 완벽히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지는 오래고, 포트폴리오형 인재가 각광받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워라밸을 실현하기란 더 힘들어질 전망이다. 일과 삶을 둘러싼 모든 영역이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앞으로 전통적인 일의 개념에서 벗어나, 개인을 잃지 않으면서 조직과 윈윈 하는 파트너십을 맺는 것이 매우 중요해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맞는 사고와 행동의 전환으로 퇴사와 새로운 출발을 계획하게 되었다.


by. 픽사베이 start(https://pixabay.com/ko/)



새로운 출발에 앞서, 당분간 창조력과 에너지를 충전하는 근본적 안식기에 들어간다. 나의 앞날을 항상 염려하고 응원해주는 가족, 남편, 친구들, 삶의 목적을 정리하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게 용기를 불어넣어준 퇴사학교 아이덴티티수업의 오르쌤과 2018년도 1학기 동기 멤버들에게 사랑과 감사를 보내며 인생 첫 퇴사 회고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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