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2 - 투자유치편
우리는 카카오벤처스에서 첫 시드 투자를 받았다. 내 인생에서 창업은 첫 번째가 아니었지만 누군가에게 인정받아 이렇게 큰 금액의 투자유치는 처음이었다. 그때의 감정을 서술해보라면, 글쎄. 하늘을 날아도 이것보다 기쁠 순 없을 것이다.
큰돈을 받는다는 사실보다는 내 아이디어, 프러덕이 투자업계에서도 인정받았다는 성취감이 더 컸다. 지금은 벌써 1년을 함께해서 너무나 익숙한 이름이지만, 그 당시 처음 카카오벤처스에게 첫 이메일을 회신받았을 때는 발음조차 익숙지 않았던 이 거대한 투자사가 내 아이디어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너무나 감격스러웠다.
나는 대략 열 군데 정도 투자사에게 콜드 메일(cold e-mail)을 보냈다. 물론 지원서류를 받는 카카오벤처스 같은 투자사에게는 양식에 맞게 작성하였고 메일로 신청서를 받는 투자사에게는 간략하지만 핵심만 담은 문장으로 첫 미팅을 끌어내기 위한 간절한 마음을 꾹꾹 담았다.
서너 군데에서 긍정적으로 답장이 왔고, 다른 서너 군데에서는 거절의 메시지가, 그리고 나머지는 답변을 받지 못했다. 우리는 카카오벤처스에 제일 먼저 지원양식을 작성하여 보냈고 또 제일 먼저 위의 회신 메일을 받았다. 역시 운명이었나 보다.
카카오벤처스를 시작으로 여러 투자사와 첫 미팅을 가지기 시작했다. 나는 미시건대(University of Michigan)에서 MBA를 재학하면서 여러 기업을 분석했는데 성공하는 기업의 가장 큰 공통점은 확장성과 시장성이었다. 나는 우리 아이디어가 이 두 가지는 확실히 갖췄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미팅을 만나서 설득하는데 자신이 있었다.
우선 SaaS(Software as a service)에서 확장성은 논쟁거리가 아니다. 내가 백개의 고객사가 있을 때와 천 개의 고객사가 있을 때 고정 운영비에 큰 차이가 없다. (완벽한 PLG 모델이 아닌 이상 큰 차이가 있다…) 심지어 나는 당시 목표가 백개 천 개를 팔겠다는 것도 아닌 무조건 십만 개 백만 개 고객사를 전 세계에서 대려오겠다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있었다.
시장성에 있어서도 나는 4차 산업의 핵심 주역인 인공지능에 모든 비즈니스가 고민하는 고객 잔존을 타깃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우리와 유사한 서비스는 찾을 수가 없었고 비슷한 컨셉이 있을지언정 우리와 완전히 같은 기능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비슷하다면 우리가 더 잘하는 부분이 분명 존재했고 부족한 부분은 금방 개선할 자신이 있었다.
우리는 결국 카카오벤처스에서 첫 투자를 유치했다. 이 과정에서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는데, 당시 내가 정말 같이 일하고 싶은 개발자분이 있어 합류를 설득하고 있는 자리에서 카카오벤처스의 투자 최종 확정 전화를 받았다. 우연처럼 그 순간의 기쁨을 그 개발자 분과 나눌 수 있었고 그분은 운명처럼 지금 우리 회사의 핵심 멤버 중 한 명으로 자리 잡으셨다.
첫 투자금이 통장으로 납입되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숫자가 내 스마트폰 속에 있었다. 그 순간의 공기, 온도, 날씨, 주변 분위기가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그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렇게 우리는 첫 시드 투자를 국내에서 가장 큰 시드 투자사와 클로징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