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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영재 Apr 21. 2023

창업 2년 차, 몸이 망가지며 배운 것들

스타트업 #6 - 회고

창업한 지 어느덧 1년 반이 지났다. 짧다면 짧을 수 있는 시간이지만, 나와 우리 팀은 말도 안 되는 많은 성과를 만들어 왔고 그만큼 고생도 많이 했다.


특히 나는 작년 8월 미국으로 본사를 옮기며 한국과 미국을 1~2개월씩 번갈아가며 오고 가고 있는데, 장시간 비행기를 타는 것보다 지구 정반대의 시차 맞추는 게 더 힘들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도착하자마자 일정을 소화하다 보니 졸리고 피곤함을 참는 것이 제일 큰 관건이다. 때문에 나는 면역력이 떨어져 항상 질병을 달고 사는 중이다. 독감, 안구건조증, 어지럼증 등은 당연하고 최근은 이름도 생소한 이개혈종 같은 병도 얻었다.


창업 이후엔 나의 모든 순간에서 회사가 항상 1순위었던 것 같다. 아직 이렇다 할 가시적인 성공을 만들진 않았지만 최근 느끼는 바들을 회고하며 나의 젊음, 건강과 바꾼 깨달음 몇 가지를 기록해보려고 한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

스타트업은 왜 힘들까? 나는 왜 이렇게 고생하는가? 대부분의 수요가 많은 시장은 이미 공급도 많다. 수요가 없는 시장이면 이익 목적에서는 기업은 공급에 투자할 가치가 없다. 나는 이미 이 세상 대부분의 시장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평형상태(equilibrium)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만약 누군가 자신의 아이디어가 수요가 많은데 공급이 적은 시장이라 주장한다면 조금은 더 비판적인 시각을 갖춰라 말하고 싶다. (나에게도)


사실 이는 수요가 적거나, 이미 적은 수요에 공급이 적정하거나, 아니면 화성여행 같은 현실적으로 현재는 공급이 불가능한 영역일 확률이 높다. 내가 있는 시장도 블루오션이라 생각했고 많은 창업자도 그런 착각에 빠진다. 하지만 대부분 수요와 공급이 적정한 상태일 테고 그렇다면 나의 아이다어가 다른 공급자들과 어떻게 차별을 두는지 집중하는 것이 더 임팩트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기존의 공급자들은 이미 많은 성장을 해왔을 테고 나의 차별점이 수요, 즉 고객이 원하는 차별점인지 알기 어렵다. 혹은 그 차별 점이 당신의 문제점을 더 잘 해결해 줄 것이라 시장을 설득하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스타트업이 힘들다.


인력으로 안 되는 일

이 수요와 공급 법칙이 다문 물건을 거래하는 시장에서만 적용하진 않는다. 서비스, 노동, 정보의 시장 등에서도 적용될 텐데 나는 이 부분을 간과하고 지난 시간 동안 그런 것들은 내가 인력으로 제어할 수 있다고 믿었다.


가령 예를 들어 일을 하다 보면 가끔 '이것만 더 해주면 이번 계약 성사될 것 같아'라든가, '이런 정책 만들면 멤버들이 떠날 것 같아', 혹은 '이 정도만 더 드리면 이분 입사하실 것 같아' 등, 난 이미 그 시장의 거래에서 적정 가치를 제공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렇게 인력을 동원해 성사시킨 거래들은 부질없었다. 결국 고객사는 2~3개월 뒤 떠났고, 우리 팀에 남을 멤버들은 남고 떠날 사람들은 떠났다. 인력을 동원하여 원하는 바를 달성한들, 결국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래서 우리는 안될 일 말고 될 일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본래 가치를 높이는 일 말이다.


CEO in 'discomfort zone'

우리는 익숙하고 안락한 공간을 comfort zone이라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만 하며 내 나와바리(?)에 있다면 불편할게 무엇이 있겠는가. 하지만 무언가에 도전하고, 배우며, 역량을 넓히는 과정 속에는 불편함이 존재한다. 더 일찍 일어나고, 더 수고스럽고, 더 노력해야 성장할 수 있다. 성장엔 성장통이 필연적으로 따라온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불편하지 않다.


CEO는 불완전한 존재이다. 우리는 은연중 CEO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도 남들과 조금 다른 결정을 했을 뿐 타고날 때부터 뛰어난 역량과 자질을 갖춘 선택받은 사람이 아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수백 번의 의사결정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CEO는 더 고민하고 항상 배우며 성장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끊임없이 discomfort zone에 있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나의 팀원들에게 더 안정적인 커리어를 보장하고 끊임없는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CEO는 남과 같을 수 없다. '남들만큼만'일 수 없다. 남들과 출발은 같으나 과정과 결과까지 같아선 안된다. 우리 팀원 개개인이 더 성장하고 훌륭한 성과를 만들기 위해 성장의 고통은 CEO의 몫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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